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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IFRS17이 불러온 지각변동···DB손보, 삼성화재 제치고 1위

금융 보험 NW리포트

IFRS17이 불러온 지각변동···DB손보, 삼성화재 제치고 1위

등록 2023.03.24 14:03

수정 2023.03.27 14:03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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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 2022년 실적에 IFRS17 적용해보니삼성화재 순익 1조4천억, DB손보 '1조6천억'순익·자본↑ 영업수익↓···은행계 보험사 예외

그래픽=박혜수 기자 hsparK@그래픽=박혜수 기자 hsparK@

DB손해보험이 처음으로 삼성화재를 제치고 1위 손보사로 등극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올 들어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는 신(新)회계제도(IFRS17)가 전격 도입되면서 각 보험사의 재무적 수치가 조정된 결과다.

DB손보, 순이익 70% '껑충'···삼성화재 추월

뉴스웨이가 국내 주요 보험사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IFRS17을 2022년 실적에 반영했을 때 회사별 당기순이익과 자본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손해보험사 1위를 다년간 차지했던 삼성화재가 선두 자리를 내주는 이변이 생겼다. DB손보가 IFRS17 기준으로 1조670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삼성화재(1조4764억원)를 뛰어 넘었다. 직전 회계제도인 IFRS4를 적용했을 때와 비교해 삼성화재도 순익이 29% 증가했지만, DB손보는 70%로 더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는 IFRS17 도입과 맞물려 보험영업이익이 개선된 데 기인한다. 현금흐름 일정에 맞춰 초기에 대량으로 인식하던 사업비용을 이제 기간 경과에 따라 인식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적용하는 회계제도에서 대다수 손보사는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기존 8683억원에서 1조3103억원까지 늘었고, 현대해상도 5609억원에서 1조1820억원으로 133% 증가하는 수혜를 입었다.

다만 KB손해보험은 손보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익이 5817억원에서 5607억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타 보험사와 달리 은행 자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IFRS9'을 적용한 탓이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KB손해보험과 신한라이프처럼 지주 산하 보험사의 IFRS17 당기순이익은 23년부터 모든 보험사에 IFRS17과 함께 동시 적용되는 IFRS9(자산평가)을 먼저 적용한 숫자로, 타사와 같이 IFRS17(부채평가)만 적용할 경우 K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은 약 9100억 수준"이라고 말했다.

IFRS9는 금융자산이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매도가능금융자산 ▲만기보유금융자산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FVOCI) ▲상각후원가측정금융자산(AC)으로 재분류된다. 그 중 만기보유증권을 FVPL로 분류하면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익 감소분 반영으로 이익 증가 폭이 줄어든다.

생보사의 순이익도 대폭 확대됐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IFRS17 기준 순이익은 2조3239억원으로 기존(1조7208억원)보다 35% 증가했다. 보험업계에서 연 2조원의 순이익을 올린 첫 사례다. 한화생명도 1조223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회사 측은 "IFRS17 도입으로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서 부채 부담이자가 크게 감소해 이차역마진 구조가 개선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

회계상 착시 해소에 자본 급증···메리츠화재는 3배↑

IFRS17 조건 아래 보험사의 자본도 눈에 띄게 늘었다. 부채가 자산보다 더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특별계정자산과 특별계정부채가 사라지고 소급기간 적용에 보험계약부채가 줄어들어서다.

먼저 메리츠화재 자본총계는 약 3배(288%) 증가한 3조3920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 측은 "과거 회계제도에서는 자산만 시가평가하고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면서 회계상 착시가 발생했다"며 "IFRS17에서는 자산과 부채 모두 시가로 평가하면서 과소평가 됐던 자본총계가 늘어났다"고 언급했다.

KB손해보험 역시 기존 2조5087억원에서 5조8493억원으로 늘어나며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아울러 삼성화재는 12조2959억원으로 종전(10조8151억원) 대비 13.69%, DB손해보험은 5조502억원에서 9조7703억원으로 93.5%, 현대해상은 4조758억원에서 10조7133억원으로 162.8% 각각 증가했다.

생보사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은 24조1685억원에서 41조5522억원으로 71.9%, 한화생명은 6조3155억원에서 16조759억원까지 약 3배 뛰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

"소비자에게 줄 돈은 수입서 제외"···영업수익 감소

다만 영업수익은 대체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직전 회계기준에선 보험료를 보험수익 그대로 인식하는 '현금주의'를 채택한 반면, IFRS17는 '발생주의'를 기반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는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시점, 즉 비용이 발생했을 때 수익을 인식한다는 의미다. 일단 보유 계약에 대해 적정 할인율을 적용해 미래현금흐름을 추정하고, 이를 부채로 인식한 뒤 상각해 이익으로 돌린다.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은 보험 수입에서 제외한다는 얘기다.

이에 손보사보다 생보사 영업수익 감소폭이 더 컸다.

삼성생명의 영업수익은 34조9281억원으로 직전 회계제도(40조3310억원) 대비 15%, 한화생명은 10조6450억원으로 종전(21조1801억원)보다 2배 이상 줄었다.

손보사는 20~30%대 감소율을 나타냈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현대해상은 IFRS17 적용 후 영업수익이 19조509억원, 9조6415억원, 15조2921억원으로 24% 가량 줄었다. DB손해보험은 기존 19조9325억원에서 12조7521억원으로 36% 감소했다. KB손해보험의 영업수익은 15조79억원에서 9조2690억원으로 종전 대비 38.2% 줄어들면서 보험사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는 현금흐름 일정에 맞춰 초기에 대량으로 인식하던 사업비용을 IFRS17 적용 이후 기간 경과에 따라 인식하면서 보험영업이익의 개선으로 이어지게 됐다"며 "자본의 증가는 부채가 자산보다 더 크게 감소하는 점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을 적용하면서 자본의 증가 폭이 기존 제시한 수치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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