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중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기업은 '엔씨소프트'일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비난의 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비즈니스모델(BM)'에 있다. 엔씨소프트는 과금 정도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페이 투 윈(Pay to Win)' 방식의 게임을 서비스해 왔다. 이 방식은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게임의 품질과 유저의 만족도를 저하시킨다.
문제는 엔씨소프트의 성공한 모델을 본 타 게임사들은 이를 모방해 '리니지라이크(리니지닮은꼴)' 게임을 양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게임판은 흥미와 창의성이 사라지고 단조롭고 고리타분한 게임만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게이머들은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한 원흉이 됐다고 판단하며 '안티'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다.
엔씨소프트 역시 이러한 상황에 고민이 많았다. 실적 및 주가를 고려하면 수익성이 보장된 기존의 BM을 버리기 어렵고, 그렇다고 대체할 만한 BM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딜레마에 빠진 엔씨소프트는 오랜 고민 끝에 이번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작 'TL(쓰론 앤 리버티)'에서 BM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공언했다.
엔씨소프트의 변화에 대한 입장에도 게이머들은 '엔씨가 엔씨할 것'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패를 까보니 진짜였다. 이번엔 분명 달랐다. 지난달 시작된 TL의 베타테스트에서 BM이 공개되었는데, 엔씨소프트의 변화에 대한 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가챠(확률 뽑기) 방식을 없애고, 과금하지 않아도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BM을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TL은 시즌 패스를 주된 BM으로 채택했다. 유료 상점에서는 확정적으로 버프 아이템과 탈 것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으며, 추가 과금 요소인 특수 의뢰 역시 플레이 시간에 비례하여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장비 강화 역시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달리 파괴되지 않도록 했고, 기존 장비의 강화도 높은 장비에 전승할 수 있게 했다. 결론적으로 TL은 무소과금 유저를 배려하는 게임이었다.
BM이 약해지면서 증권가 등에서는 실적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페이 투 윈 특성을 지닌 MMORPG가 흥행했던 국내 게임판 성향을 고려했을 때, 어쩌면 충분한 게임 유저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상당히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엔씨소프트가 이 같은 리스크를 몰랐을 리 없는데, 그럼에도 이러한 BM을 들고나온 것은 국내 게임가 맏형으로써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글로벌에서의 성공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사료된다. 과거 엔씨소프트의 과오가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이번 만큼은 국내 게이머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판단된다. 게이머들도 이러한 진정성을 어느 정도는 알아봐 주고, TL의 글로벌 성공을 응원해 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뉴스웨이 배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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