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흑자전환 이어 내수 3위 가시권높은 트랙스 의존도·수입차 판매 부진 여전 "미래 발전 위한 전기차 생산 유치해야"
1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은 오는 8월 1일부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은퇴한다. 한국GM을 맡은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40여년에 달하는 GM 근무경력과 나이(만 59세)를 감안해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렘펠 사장의 후임으로는 헥터 비자레알 GM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판매‧서비스‧마케팅 부문 부사장이 선임됐다. 지난 2012년 한국GM의 기획 및 프로그램 관리 부문 부사장을 맡았던 비자레일 신임 사장은 GM 최고임원그룹 내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자레알 신임 사장은 최근 3년간 멕시코‧중앙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 14개 국가에서 GM 4개 브랜드(쉐보레‧뷰익‧GMC‧캐딜락)에 대한 판매 전략을 이끌어왔다. 이 같은 경력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도 시장 점유율 확대와 고객 서비스 개선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한국GM은 내부적으로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는 내수 3위도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지난해 매출(개별기준) 9조102억원, 영업이익 2766억원을 기록해 9년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우호적인 환율과 수출 증가, 비용 절감 등이 한국GM의 수익성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지난달에는 내수시장에서 4758대를 판매해 르노코리아차를 밀어내고 내수 4위를 굳혔다.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77.2% 증가한 5230대로 탈꼴찌에 성공하더니 5월에는 3위 KG모빌리티(옛 쌍용차‧4809대)와의 격차를 191대로 줄였다.
한국GM의 이 같은 호실적은 지난 3월 출시된 트랙스크로스오버의 신차효과 덕분이다. 한국GM의 올해 전체 내수 판매량(1만3825대)의 약 절반(6468대)은 트랙스크로스오버가 홀로 책임졌다.
수출실적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한국GM의 해외 판매량(선적기준)은 3만5261대로, 전년 동월 대비 172.7%나 급증했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15만650대)도 전년 동기 대비 81.6% 늘었다.
한국GM의 수출은 트레일블레이저가 견인하고 있다. 지난 4월 북미 소형SUV 시장 1위를 기록한 트레일블레이저는 3개월(2~4월) 연속 국내 자동차 수출 1위와 누적 수출 50만대를 동시에 달성했다.
다만 여전히 한국GM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트랙스크로스오버(뷰익 엔비스타)와 트레일블레이저(뷰익 앙코르 GX) 밖에 없고, 트레일블레이저의 내수 성적도 매우 부진한 상황이다. 수입 판매 차종들의 낮은 점유율을 감안할 때 아직 '수입차'로서 입지를 다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GM의 핵심 차종인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 1~5월 내수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37.7% 감소한 3418대에 그쳤다. 국내 소형SUV 시장 1위인 기아 셀토스의 5월 한 달 판매량(4792대)보다 낮은 수치다. 주요 경쟁차종 대비 다소 비싼 가격 탓에 시장 수요가 트랙스크로스오버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수입 차종들의 판매성적도 여전히 기대를 밑돌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쉐보레 브랜드의 1~5월 판매량은 2281대로, 고급 브랜드인 랜드로버(2481대)보다 적게 팔렸다. 국산차 브랜드가 아닌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이루기엔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스파크, 말리부 등을 단종시킨 한국GM은 수입 판매 비중을 늘리면서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비자레일 신임 사장이 선임된 건 회사의 브랜드 전략과 점유율 확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국내 생산 차종이 많지 않다 보니 GM의 단순 하청공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전동화 시대에 미래 발전 전망과 지속가능성을 제시하려면 전기차 생산을 유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GM 관계자는 "올해 국내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를 중심으로 연 50만대 규모의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전사적 비용 절감, 수입차 라인업 확대, 온스타‧에이씨델코 등 신사업의 성공적인 도입 등을 통해 올해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전환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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