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션빔·C-MDPS·3기통 맞아?"···GM 엔지니어들의 '마법'동력성능·핸들링·승차감에 '자신감'···"싼 가격 전부 아니다"국내고객 요구 반영 노력···"그룹 내 한국팀 리더십 높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북미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4만8641대가 수출됐고, 최근 3개월 연속 승용차 수출 톱5에 이름을 올렸죠. 국내 기준으로 기본 트림 가격이 2052만원으로 책정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가성비'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인기비결로 '저렴한 가격'만 부각되고 있는 점은 한국GM 엔지니어들을 발끈하게 만든 듯합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핸들링, 승차감, 안전성, 정숙성 등을 높이기 위해 GM의 첨단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쏟아 부은 차이니까요.
그래서 한국GM 엔지니어들은 기자들 앞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특징과 경쟁력을 직접 설명했습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압도적인 가성비를 확보하면서도 넓은 공간과 다이나믹한 주행성능, 탁월한 승차감, 연결성을 가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차량이라는 게 엔지니어들의 설명입니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더 하우스 오브 지엠'에는 에드워드 허프네이글 수석 엔지니어, 이준일 엔지니어, 크레이그 릭 엔지니어 등 3명의 GM 엔지니어들이 자리했습니다. 사바나 타이슨 엔지니어는 멀리 미국에서 온라인 화상통화 방식으로 이날 인터뷰에 함께했습니다.
이날 크레이그 릭 엔지니어는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높은 가성비와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이 특징이지만 이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다"며 "라이드 및 핸들링, 소음‧진동(NVH), 안전, 공간성, 연비 등 다양한 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릭은 지난 10여년간 차량 퍼포먼스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온 엔지니어인데요. 엔트리급 모델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에게도 콜벳, 에스컬레이드, 카마로 등에 녹아든 고성능 DNA가 심어져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엔트리급 모델이라 후륜 서스펜션이 '토션빔'입니다. 토션빔은 멀티링크보다 저렴하고 실내공간 확보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차량의 코너링 능력과 승차감엔 마이너스입니다. 그런데도 GM의 엔지니어들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주행성능에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허프네이글 수석 엔지니어는 "GM의 강점인 섀시를 통해 승차감, 핸들링을 조정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차종 대비 승차감과 핸들링을 잘 튜닝할 수 있었다"며 "서스펜션은 아키텍처와 섀시의 강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토션빔의 단점을) 성공적인 튜닝으로 커버한 점이 성공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탑재된 1.2ℓ 3기통 터보엔진에 대해서도 "차량에 최적화된 엔진"이라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통상 다운사이징된 3기통 엔진은 내구성이 약하고 진동도 심하다는 인식이 강한데요. 하지만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엔진은 밸런스 샤프트 등 GM의 첨단기술이 적용돼 소음과 진동을 잘 억제했고, 경량화를 통해 연료효율까지 높였다고 합니다.
참고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3기통 소형엔진을 달고 있지만 최고출력 139마력, 최대토크 22.4kg‧m의 준수한 동력성능을 확보했습니다. 6단 자동변속기와의 맞물린 1.2ℓ 터보엔진은12.7km/ℓ의 복합연비를 이끌어냈습니다.
또 소형SUV이지만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점에 대해선 "한국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불리한 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넓은 차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에선 사륜구동 시스템보다 실내공간을 더 늘리는 편이 낫다는 겁니다. 전륜구동 모델만 판매하는 건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판단도 작용했을 겁니다.
패밀리카로 개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상위 세그먼트인 트레일블레이저보다 전장이 더 깁니다. SUV보다 세단의 주행감각을 선호하면서도 SUV의 넓은 공간과 실용성을 원한다면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일겁니다.
특히 이날 엔지니어들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NVH 성능을 입이 마르도록 강조했습니다. 릭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적용된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은 엔트리급에선 흔하지 않다"며 "상위 세그먼트에서도 이 정도의 소음‧진동 수준은 느끼기 힘들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또 GM 엔지니어들은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도록 힘썼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기존 쉐보레 차량들은 빈약한 옵션 탓에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일쑤였는데요. 트랙스 크로스오버엔 전동트렁크, 오토홀드 등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사양들이 대거 들어가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이준일 엔지니어는 "미국과 중국, 한국에 위치한 글로벌 사업장을 통해 지역별 고객들의 피드백을 확보했고, 한국에선 고급사양들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안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고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켰고 로드 노이즈, 핸들링, 안정성 등을 더해 고객들의 만족감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허프네이글 수석 엔지니어는 전동화 모델 등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파생모델 출시 가능성에 대해서도 귀띔했습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적용된 'VSS-F' 아키텍처는 휠베이스와 차량높이 등을 다양한 형태로 변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GM의 미래전략인 '트리플 제로(탄소배출‧교통사고‧교통체증 제로)'에 부합하는 의미있는 전동화 엔트리 모델을 선보이겠다는 설명입니다.
끝으로 허프네이글은 한국GM의 그룹 내 리더십과 개발‧생산역량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한국GM의 높은 생산성과 연구개발 능력이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미국에서 높은 인기를 이어가는 배경이라는 겁니다.
이날 인터뷰가 끝난 뒤엔 잠시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시승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쉐보레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GM 엔지니어들이 왜 그렇게 높은 자신감을 드러냈는지 시승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죠.
컬럼 마운트식 스티어링 시스템(C-MDPS)이지만 랙타입(R-MDPS) 같은 핸들링 감각, 토션빔 서스펜션이지만 멀티링크 같은 승차감, 1.2ℓ 3기통 터보엔진이지만 1.6ℓ 4기통 터보엔진 같은 동력성능까지. GM 엔지니어들이 마법을 부린 게 아닌지 생각들 정도로 엔트리급 차량의 한계를 거의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와인딩 코스에서 차량을 잡아 돌렸을 때 허둥거리지 않았고, 과속방지턱을 매우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통에 NVH 성능을 제대로 느껴볼 순 없었지만, 엔트리급 치고는 노면 소음과 풍절음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8단 대신 들어간 6단 자동변속기와 3기통 특유의 잔진동, 거의 직각으로 서 있는 2열시트 등은 아쉽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휠씬 많은 차량인 점은 분명합니다. GM 엔지니어들의 개발역량이 총결집된 트랙스 크로스오버. 이만하면 국내 소형SUV 시장의 왕좌를 빼앗아 오기에 충분한 상품성을 갖췄다는 생각입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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