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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반년새 소송만 12번···헬릭스미스 경영권 분쟁 "끝이 안 보이네"

증권 종목 디스클로징 게임

반년새 소송만 12번···헬릭스미스 경영권 분쟁 "끝이 안 보이네"

등록 2023.07.03 06:55

수정 2023.07.03 07:14

정백현

  기자

카나리아바이오엠, 지난해 말 헬릭스미스 인수"편법·헐값 인수 무효" 소액주주, 본안소송 제기헬릭스미스 "분쟁은 이미 끝···경영 정상화 총력"

그래픽=박혜수 기자

지난해 말 카나리아바이오엠에 인수된 1세대 바이오 기업 헬릭스미스가 대주주 교체 이후에도 오랜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경영진이 주주들을 기만했다고 분노한 소액주주들과 회사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신·구 최대 주주 사이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불과 반년 사이에 무려 12번의 재판이 법원에 제기될 정도로 양측의 갈등은 첨예한 상태다.

헬릭스미스는 나라에이스홀딩스 등 주주 7명이 회사의 신주 발행에 대해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지난 16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지난 27일 공시했다.

윤부혁 헬릭스미스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이들은 문찬혁 나라에이스홀딩스 대표를 비롯해 소액주주 6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결의된 두 건의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가 무효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12월 21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 297만1137주를 발행해 이를 전부 카나리아바이오엠에 배정했다. 지난 2월 7일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카나리아바이오엠에 93만6066주를 배정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첫 번째 진행된 유상증자를 통해 7.3%의 지분을 쥐게 되면서 헬릭스미스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두 번째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이 이전보다 2.09%포인트 늘어났다. 1분기 말 기준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지분율은 9.39%다.

회사 창립자인 김선영 전 대표의 지분율은 두 번의 유증 이후 4.72%로 줄었다. 나머지 특수관계자들의 지분을 합친 경영진 측 1분기 말 기준 지분율은 6.59%다.

카나리아바이오엠과 김 전 대표 등 경영진 측은 약 16%의 지분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나머지 83%는 소액주주들이다. 이 회사의 지분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숫자는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총 4만7076명에 이른다.

올해 제기된 소송만 12번···소액주주 vs 경영진 3승 3패

헬릭스미스 내부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총 열두 차례의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재판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전체 소송 중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액주주 측이 헬릭스미스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들이다.

소액주주들이 그동안 제기했던 열 번의 소송 중 결과가 나온 것은 총 여섯 차례다. 소액주주들이 일부분이라도 이긴 소송은 총 세 차례다. 임시주주총회를 위해 제기한 두 차례의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과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이다.

반면 소액주주 측이 제기했던 임시주총 검사인 선임 안건과 임시주총 진행 관련 자료 보전 가처분, 신주발행 무효 본안소송 판결일까지 최대주주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가처분 등은 모두 기각됐다.

소액주주 측은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 경영진 측 추천에 의해 선임된 사외이사 2명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도 제출했으나 해당 이사들이 스스로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소액주주 측이 소송을 취하했다. 결론적으로 소액주주와 경영진의 법정 공방 전적은 3승 3패인 셈이다.

현재는 네 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우선 지난 3월 기각된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에 대한 소액주주 측 항고가 진행 중이다. 반대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소액주주 측 추천으로 선임된 사내이사들의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걸었고 이 사건 역시 현재 재판 중이다.

최근에는 두 건의 소송이 추가됐다. 소액주주들은 윤부혁 헬릭스미스 대표를 상대로 지난 3월 소집된 주주총회의 결의 자체가 무효라는 소송을 지난 5월 11일 제기했고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이 지난 16일 제기됐다.

소액주주 선봉장 맡은 '3대 주주' 나라그룹 "헐값·편법 인수는 무효"
헬릭스미스 경영진을 향해 공격에 나선 소액주주들의 선봉에는 문찬혁 나라에이스홀딩스 회장과 그의 아버지 문성주 나라그룹 회장이 있다. 나라그룹은 자동제어, 감속기, 부동산 관리업 등을 영위하고 있으나 증시에 상장한 계열사는 없다.

문찬혁 회장은 최근 제기한 주총 결의 무효 소송과 신주 발행 무효 소송 등 그동안 소액주주 측이 헬릭스미스 경영진에 제기한 대부분 소송에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은 원고 대표자로 나섰고 나머지 소송은 원고의 일원으로 함께 했다.

문성주 회장과 문찬혁 회장의 정확한 헬릭스미스 보유 지분율은 공개된 바가 없다. 본인의 지분 규모를 의무 공시해야 하는 지분율 한도(5%) 미만으로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성주 회장이 소액주주 카페 등에 본인이 헬릭스미스의 3대주주라고 밝힌 바 있어 대략 2~3% 안팎의 지분을 쥔 것으로 추정된다. 소액주주 중에는 문 회장의 지분율이 그나마 가장 높기에 나라그룹이 소액주주들 사이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헬릭스미스 경영진과 싸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경영진이 주주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돈놀이'를 했던 것에 대한 항의이고 다른 하나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의 헬릭스미스 인수 과정이 결코 깨끗하지 못하다는 것에 대한 비판 때문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2019년 9월 당뇨병성 신경통증 치료제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이 실패하면서 신약 개발비를 마련하고자 1469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주주들은 유증에 참여했고 김선영 당시 대표는 "향후 2년간 유증은 없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유증 후 1년여가 지난 2020년 12월 헬릭스미스 경영진이 돌연 2861억원의 유상증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유증에 김선영 대표는 불참했다. 경영진의 기만에 분노한 주주들은 경영진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

여기에 2016년부터 5년간 헬릭스미스 경영진이 사모펀드와 파생결합증권(DLS) 등 68개 고위험 금융 상품에 총 2643억원을 투자했다가 대부분을 날린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임상 비용에 쓰라고 투자한 돈이 경영진의 돈놀이에 활용된 사실이 알려지자 주주들은 대노했다.

분노한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지분을 사들이면서 김선영 전 대표 측에 맞서자 김 전 대표 등 경영진은 돌연 카나리아바이오엠에 회사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헬릭스미스는 카나리아바이오에 지분 7.3%를 넘기는 조건으로 350억원을 받았다.

문제는 신주 발행 당시의 가격이 헐값이었다는 점이다. 헬릭스미스 측이 경영권 매각 공시를 했던 지난해 12월 21일 헬릭스미스의 종가는 1만3550원이었다. 그러나 헬릭스미스는 주당 1만1780원에 지분을 넘기기로 했다. 종가 대비 13.1% 싼 금액이었다.

보통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는 프리미엄이 붙기 마련인데 헬릭스미스는 오히려 회사 가치를 깎아서 넘긴 것이기에 주주들이 비난했다.

게다가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에 줘야 할 인수대금 350억원 중 300억원을 현금이 아닌 기인수 자회사 세종메디칼의 전환사채(CB)로 납입하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카나리아바이오엠은 단돈 50억원에 4000억원짜리 바이오 기업을 인수한 셈이 됐다.

나라그룹 측은 "헐값에 헬릭스미스를 인수하도록 한 것도 모자라서 사실상의 편법 인수를 묵인한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며 주주들에게 손해가 되는 부분이므로 바로 잡아야 한다"며 카나리아바이오엠과 헬릭스미스 경영진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헬릭스미스 측은 "새로운 대주주 체제하에서 연구·개발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미 끝난 경영권 분쟁에 대해 일부 주주들이 회사 가치를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는 만큼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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