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투자시계'···반도체·바이오부터 챙겨수십조 투자는 기본···반도체는 300조원 '폭격'"오너경영에 의사결정 신속···앞으로도 큰 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돼 경영 복귀를 공식 선언한 지 오는 15일 1년을 맞는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말 회장 승진 후 국내 사업장을 순회하며 리더십 강화를 위해 바쁜 행보를 보였다. 올 들어선 잇단 해외 출장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가동했다. 각 계열사의 투자 전략도 한층 속도가 붙었다. 이 회장이 강조한 인공지능(AI), 신성장IT, 바이오, 전장 등 미래 먹거리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첫 경영 행보는 반도체···"반도체 성공 DNA 바이오로"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8월 19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방문해 복권 이후 공식적인 경영 행보를 처음 시작했다. 기흥캠퍼스는 지난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및 D램 시장 1위 달성,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등 '반도체 초격차'의 초석을 다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곳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2028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자해 기흥캠퍼스 내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에는 7년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를 찾아 바이오를 '제2 반도체 신화'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7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회장은 반도체만큼 바이오산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삼성은 45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난해 5월 핵심 전략 사업으로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바이오를 꼽았으며 이 회장은 올해 5월 미국으로 건너가 글로벌 빅파마(Big Pharma) 및 바이오 벤처 인큐베이션 회사의 고위경영진과 연쇄 회동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라고 말했다.
상생과 미래준비 동시에···"오너경영 덕분"
올해는 지역균형 발전과 지역산업 생태계 지원 등을 위해 63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지난 3월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 계열사는 전국에 위치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총 60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지역 산업 부흥을 위해 추가 상생 프로그램에 3조6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의 계획은 지역 풀뿌리 기업과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인 이후 양질의 일자리 제공→지역 산업 진흥→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말한다. 이를 위해 삼성 계열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스마트폰, 전기부품, 소재 등 지역별로 특화 사업을 지정해 투자를 집행함으로써 각 지역이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충청권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가 나선다. 삼성전자는 천안·온양에 '반도체 패키지' 투자를 확대하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IT기기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아산에 '디스플레이 종합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천안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생산 시설을, 삼성전기는 세종에 고부가가치 패키지 기판 생산 거점을 확대한다.
경상권에선 삼성전기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중공업 등이 각각 ▲차세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 거점 ▲글로벌 스마트폰 마더 팩토리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 거점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전라남도 광주에서 생산 중인 가전제품을 프리미엄 스마트 제품 중심으로 확대·재편해 '글로벌 스마트 가전 생산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3월에는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쏟아붓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 계획으로 국내에 화성·기흥-평택-용인을 연결하는 '반도체 삼각편대'를 구축하게 됨으로써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역량을 동시에 확대하기로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710만㎡(약 215만평) 규모의 산업단지로 조성된다. 이곳에는 2042년까지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팹) 5개가 구축되며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팹리스(설계) 기업 등 최대 150개를 유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밸류체인 생태계 업그레이드, 차세대 반도체 핵심기술 확보 등 종합적인 지원 전략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튼튼한 생태계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4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오는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입해 태블릿, 노트북 등 IT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공정 고도화에 나서기로 했다. 지역균형 발전 사업의 첫 번째 결과물인 셈이다. 이번 투자로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2.25m x 2.6m)급 생산능력까지 확보하게 돼 연간 태블릿 OLED의 생산량을 기존 450만대에서 1000만대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6월에는 삼성SDI가 제너럴모터스(이하 GM)와 함께 미국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동맹' 선언 후 2개월 만에 합작사 설립을 공식화한 셈이다. 총투자 금액은 4조원가량으로 합작사 비율은 밝히지 않았으나 양사가 각각 약 2조원씩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재용 회장이 복권된 이후 삼성이 오너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반도체 감산 결정 등 삼성의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럽이나 아랍권 기업들은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 경영 체제"라며 "이들이 전문경영인을 만나주지 않는 만큼 삼성의 오너 경영 체제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