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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석유화학 '脫중국' 10년 공염불

오피니언 기자수첩

석유화학 '脫중국' 10년 공염불

등록 2023.08.25 15:05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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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중국이 봉쇄를 풀면 덩달아 수요도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국내 석유화학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악화에 허덕이면서도 최대 소비국인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업황이 되살아 날것이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야심찬 계획은 무너졌고 이제는 반등의 시점 조차 예측하기 조심스럽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 자리를 지켰던 중국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에도 많은 이익을 안겼다. 석유화학 제품 전체 수출물량 중 절반에 가까운 40%가량이 중국으로 향한다는 것만 보더라도 중국이라는 나라의 절대적인 위치를 가늠케 한다.

2위인 미국과는 4배, 인도와는 약 6배 차이가 난다. 그만큼 중국의 상황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량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말이다.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다. '제2의 내수시장'이라 불릴 만큼 막강한 수요처였던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자급률을 무섭게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중국이 더 이상 국내 석유화학제품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벌써 중국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 제고와 수요부진이 겹치면서 올해 주요 석유화학 제품 공급과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무기로 '저가 물량공세'를 펼치면 국내 석유화학업계를 위협할 수도 있다.

불 보듯 뻔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앞날은 최소 20년 전부터 예견된 결과다. 2000년대 초반 중국 정부가 10차 5개년 계획하에 대대적인 설비 증설 추진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위협은 시작됐다. 미미했던 위기감은 2010년대 증폭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자급률이 2004년 50%에서 현재 90%로 치솟을 때까지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여전히 중국에만 업황 반등의 희망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2년 후인 2025년에는 중국의 자급률이 100%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우리가 방심한 사이 판도는 한순간에 뒤바뀌었고 경고음은 더 요란해졌다. 이전보다 악화된 상황 속에서 이제는 수출다변화를 넘어 중국발 공급과잉 국면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아야만 한다.

이제는 최대 수출처인 중국이 아닌 경쟁국으로서 중국을 상대해야 할 시점이다. 예측할 수 없는 시황 속에서 살길은 냉철하게 현 상황을 판단하고 우리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뿐이다.

우리는 이미 중국과 경합을 벌이는 다양한 산업에서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의 저가 수주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을 앞세운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1위 탈환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10년의 불황에도 꾸준한 R&D 투자가 빛을 발한 결과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R&D 투자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성공 공식은 변함이 없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과감한 R&D 투자를 통한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로 중국은 넘볼 수 없는 경쟁우위를 오랫동안 지켜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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