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제약시장으로 부상, 25년 37억 달러 규모 전망현지 법인·공장 세우거나 파트너사 통해 입지 넓혀중산층 증가, K뷰티 관심에 의약품·미용의료 수요 ↑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머징은 '제약'(Phamacy)과 '떠오른다'(Emerging)의 합성어다. 선진국 제약시장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임상 개발에 드는 비용이 적어 글로벌 제약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신흥 제약시장'을 뜻한다.
2025년 시장 규모5조원···외국기업 진출 장려, 허가 장벽↓
세계 인구 4위인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이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특히 아시아에서 의약품 수요 및 소비가 높은 나라 중 하나이며, 아세안 시장 점유율의 27%에 달하는 큰 제약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재단(KIMCo 재단)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인도네시아 제약산업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30억 달러(4조원)에서 연평균 5.5%씩 성장해 2025년 약 37억 달러(약 5조원)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5년 제약산업을 국가 주력 육성 대상으로 포함하면서 제약산업 육성에 국가 차원으로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의약품에 대한 외국인 투자 개방 및 등록 절차 간소화 등 외국기업의 진출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외국기업의 현지 제약산업 진출 장벽이 낮아지고 있고, 한국 의약품 수입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인도네시아 규제기관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제약 선진국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이드라인 및 GMP 인증에 대해서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고 품목허가시 현지 임상시험도 필수가 아니어서 국내 허가를 받은 약물은 큰 장애 없이 현지 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니 기업과 합작법인·현지 생산기지 세워 공략···'파트너사' 통하기도
대웅제약과 종근당은 일찍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에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2년 현지 기업 인피온과 함께 합작법인 '대웅인피온'을 설립한 후 현지 최초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구축해 바이오의약품 사업, 글로벌 인재 육성 사업 등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2017년부터 현지에서 생산한 EPO(제품명: 에포디온)는 인도네시아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2020년 할랄 인증을 획득한 후 현지 생산 품목의 해외 진출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과 부디 구나디 사디킨 보건부 장관이 국내 대웅제약 R&D센터를 방문해 대웅제약이 추진 중인 사업과 연구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현지에 임상센터 설립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종근당은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 제약사 오토와 합작 법인 'CKD-OTTO'를 설립하고 항암제 생산 공장 착공에 나섰다. 해당 공장은 2018년 현지 정부로부터 GMP 승인을 획득했으며, 인도네시아 최초 할랄 인증 항암제 공장으로 준공됐다. 종근당은 제품 생산기술과 운영 시스템을 현지 공장에 이전해 시험생산을 완료하고, 현지 정부로부터 항암제 젬시타빈과 파클리탁셀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GC녹십자는 혈액제제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현지에 플랜트를 구축하기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지난 6월 1일 인도네시아 보건복지부로부터 관련 사업권을 최종 승인받았고, 이어 14일 인도네시아 적십자 및 현지 제약사 트리만(P.T Triman)과 혈액제제 임가공 및 플랜트 사업을 위한 혈장 공급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국에서 원료 및 완제품 생산을 장려하는 인도네시아 정부 기조에 따라 많은 기업이 현지에 공장을 설립해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추세"라며 "이 경우 인건비 및 원가 절감이 가능하고, 추후 주변국 진출 시 수출 전초기지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현지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있다. 파트너사는 품목허가부터 시장 동향파악, 유통, 마케팅까지 많은 영역을 담당한다.
HK이노엔은 유통 및 마켓팅을 담당하는 현지 파트너사와 손을 잡고 지난 7월부터 시장 진출에 나섰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임상시험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의 임상시험 및 품목허가 자료를 토대로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테고프라잔) 역시 현지 임상시험과 별도 가교시험 없이 현지 파트너사 '칼베'(Kale)가 제품등록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칼베는 지난해 기준 매출 2억6100만달러(약 3500억원)로 인도네시아 전체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소화기 질환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제약사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규모로는 1위인 국가다. 현지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억7242만 달러(약 2312억원)다.
일동제약 또한 지난 6월 칼베를 통해 항고지혈 복합제 '드롭탑'의 현지 발매를 개시했다. 수출 품목은 드롭탑정10/10mg과 드롭탑정10/20mg 등 2종이며, 칼베를 통해 '로제트(Rozet)'라는 현지 상품명으로 인도네시아 당국의 허가를 취득했다.
계약에 따라 일동제약은 자체 개발·생산한 완제품을 칼베에 공급하고, 칼베는 인도네시아 현지의 병원 및 약국 등을 대상으로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한다.
대원제약은 현지 파트너사 PT인터밧(Interbat)를 통해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PT인터밧과 국산 12호 신약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펠루비서방정'의 완제품 독점 수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300만 달러(한화 약 40억 원)이며 계약 기간은 5년이다.
백인환 대원제약 사장은 "펠루비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신약으로 분류된 만큼 이번 수출은 국산 신약을 해외에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인구 4위 국가인 인도네시아 수출이 향후 아시아 및 글로벌 시장의 판로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용의료 시장 급부상···'K-뷰티' 관심 증가
인도네시아는 미용의료 시장도 급부상하고 있다. OECD 국가(39.9세)보다 중위 연령이 29.4세로 낮은데다 'K-뷰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상황이다.
대웅제약의 특수관계사인 시지바이오는 인도네시아를 제2의 사업 거점으로 낙점하고 미용성형 관련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회사는 필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필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억3400만 달러로 매년 11.52%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는 물론 아시아 내에서도 매우 유망한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시지바이오는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치카랑 지역에 필러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 2021년 자사의 히알루론산(HA) 필러 지젤리뉴와 에일린을 출시한데 이어, 올해 칼슘필러 '페이스템'을 출시하는 등 필러 전 라인이 현지에 진출해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발리에 메디칼 에스테틱 클리닉 '뉴룩(NULOOK)'을 오픈하고, 시지바이오의 미용성형 제품들과 한국의 최신 장비 및 기구들을 도입해 현지에서 고품질의 K-뷰티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휴젤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에서 보툴리눔 톡신제제인 '보툴렉스' 3개 유닛(50/100/200 Unit)에 대한 품목 허가를 획득한 이후 브랜드 인지도 및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다양한 영업·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네이아에서 세계 각국 의료 전문가들 대상으로 진행하는 '보툴렉스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휴젤은 마스터 클래스를 비롯해 향후 단독 심포지엄, 온·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한 KOL(Key Opinion Leader) 네트워킹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보툴렉스의 차별화된 제품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직접 운영 기틀을 마련 대웅제약 또한 제약바이오 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에스테틱 사업의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구축 단계에 있는 발리 및 치카랑의 생산 시설 투자를 통해 보툴리눔 톡신 관련 신제품 개발, 생산, 수출 등 대웅제약의 에스테틱 관련 핵심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최신 의료기술을 전파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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