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김기환·박정림 등 핵심 계열사 CEO 재신임 여부 관심'지주 부회장' 유지 시 계열사 간 연쇄 이동 가능성 높게 점쳐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달 말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어 인사 방향을 논의한 뒤 다음 달 계열사별 CEO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KB금융그룹은 총 9개 계열사 CEO 10명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서남종 KB부동산신탁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그 주인공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중 일부가 교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각 계열사 모두 금융시장 악재 속에도 양호한 성과로 KB금융의 성장에 힘을 보탰지만, 새 회장이 자신의 색채를 내기 위해 변화를 시도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이재근 행장과 이창권 대표, 허상철 대표를 제외한 CEO 대부분은 이미 3년 이상의 임기를 채우기도 했다.
양 내정자는 지난달 11개 계열사 경영진과 상견례를 가졌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별 업무 현황을 파악하면서도 인사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연임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이재근 국민은행장과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를 꼽았다. 회사 안팎에서 성공적인 경영 행보로 높은 점수를 받은 만큼 새로운 체제에서도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먼저 이재근 행장은 '리딩뱅크 탈환'의 1등 공신이다. 2분기 하나은행으로부터 선두 자리를 되찾아 온 데 이어 3분기까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2조8554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시현하며 1위 은행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보수적 충당금 적립 정책으로 손실 흡수능력을 끌어올리면서도 기업과 가계대출 영업에 균형을 맞춘 이 행장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이다.
김기환 대표의 성과도 눈여겨볼만 하다. 매년 실적을 눈에 띄게 끌어올리며 KB손보를 명실상부 그룹의 '효자' 계열사로 안착시켰다. 실제 2020년 12월 김 대표 취임 이후 KB손보는 2021년 2861억원, 2022년 518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해 왔다. 올해도 3분기까지 6803억원을 남김으로써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KB손보의 실적 기여도는 비은행 계열사 중 단연 '톱'이다.
따라서 양 내정자가 이를 고려해 이 행장과 김 대표에게 추가로 임기를 부여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덧붙여 양 내정자는 행장을 지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핵심 계열사 국민은행에 대해 무리하게 변화를 꾀하지 않는 게 취임 초기 경영 체제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반면,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재임 중 성적과 무관하게 라임·옵티머스 펀드 리스크가 남아있어 재임 여부가 불투명하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 당시 박 대표에게 지배구조법 위반 혐의로 문책 경고를 부과했는데,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로 확정 시 연임이 불가능하다. 당국은 이달 중순 증권사 CEO에 대한 징계를 확정한다.
'증권업계 첫 여성 CEO' 타이틀을 보유한 박 대표는 2019년 취임 이래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사업에 주력하며 KB증권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그룹 자본시장부문장과 지주 총괄부문장으로서 KB금융 투자 부문의 시너지를 유도하는 등 왕성한 행보를 보였고 그 공로에 지주 회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창권 카드 대표와 허상철 저축은행 대표의 경우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만큼 양 내정자의 의중이 연임 여부를 가를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각 기업의 3분기 누적 손익을 살펴보면 KB국민카드는 전년 대비 22.7% 급감한 순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고, KB저축은행은 226억원의 순손실을 낸 상태다. 다만 불황과 고금리 기조로 카드·저축은행 업권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다면 양 내정자가 두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
KB금융 부회장 자리를 둘러싼 양 내정자의 판단은 가장 큰 변수다. 그룹 경영승계 시스템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부회장 직제를 유지한다면 이재근 행장과 김기환 대표가 승진하면서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채우는 연쇄 이동 가능성이 있다.
양 내정자는 앞선 간담회에서 "계열사 대표 인사는 이사회와 협의할 문제"라면서도 "계열사 경쟁력 높이고 임직원의 헌신적 노력을 이끌어낼 리더십을 고려해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원 출신이 그룹 회장에 발탁됐다는 게 KB금융 인사의 자긍심"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로 직원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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