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아무리 우리의 일상 내에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하더라도 이들 업체의 무분별하고 과도한 외국어·외래어 사용은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자마저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다.
이 때문에 화장품을 담당하는 기자에게 가장 번거로운 일 중 하나가 쓸데없는 외국어를 한국어로 변환하는 일이다.
기사는 우리말을 바로잡아 써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전하고자 하는 뉘앙스가 자칫 달라질 수 있어 어감을 하나하나 바꾸기도 쉽지만은 않다. 국내 제조사로부터 생산된 국산 화장품이지만 이름만 보면 외국계 기업이란 착각이 들 정도다.
바꾸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면 화장품의 제품 명칭과 같은 외래어다. '샴푸', '컨디셔너', '트리트먼트', '바디워시' 등 일반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흔히 쓰는 용품마저도 대부분이 영어식 표기로 돼 있지만 이를 마땅히 대체할 어휘도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생활용품을 사용하는 것조차도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한 세상이 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알 수 없는 외국어와 외래어 표기가 넘치다 보니 소비자들이 제품을 오용하는 등 혼란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게 일어나곤 한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한 '화장품법'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화장품 용어는 소비자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한글로 정확히 기재 표시해야 하지만 외국어나 한자를 병기할 수 있다.
이는 즉 '권고사항'에 그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화장품 업체들이 방침을 따르지 않더라도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다르게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K)'의 전성기다. K팝을 필두로 불어온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은 'K화장품'까지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외래어가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우리 사회에서 한글의 입지는 자꾸만 좁아지며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국내 기업이 한글을 지키는 것, 한글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힘이다. 적어도 어색한 언어를 익숙하게 만드는 주체가 국내 기업이어선 안 된다.
아직도 한국어보다 외국어와 외래어가 더 멋스럽고 고급스럽게 보인다면 이제라도 현시대에 맞춰 의식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한글과 한국어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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