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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화려한 부활 vs 여전한 천덕꾸러기···'삼성 엑시노스' 둘러싼 오해

산업 전기·전자

화려한 부활 vs 여전한 천덕꾸러기···'삼성 엑시노스' 둘러싼 오해

등록 2024.01.30 10:49

차재서

  기자

갤럭시 S24 탑재 '엑시노스' 놓고 시장선 갑론을박 "낮은 전성비 아쉬워···울트라로 수요 집중된 이유""구조의 차이···전작 대비 성능 개선세 뚜렷" 반론도

삼성전자 신제품 갤럭시 S24 시리즈의 플러스와 기본 모델엔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이 탑재됐다. 사진=강민석 기자삼성전자 신제품 갤럭시 S24 시리즈의 플러스와 기본 모델엔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이 탑재됐다. 사진=강민석 기자

세계 첫 온디바이스 AI(인공지능)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의 등장과 맞물려 주목을 받은 또 하나의 제품은 바로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이다. 1년 여 공백을 깨고 플래그십에 재진입한 이 칩셋이 기대만큼의 성능을 내며 신제품의 흥행에 힘을 보탤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과적으로 갤럭시 S24는 사전 판매 121만대의 성과를 거두며 흥행작 반열에 올랐지만, 엑시노스를 향한 평가는 아직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모양새다. 성능 논란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환영의 시선 이면엔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사 제품을 압도하지 못한 채 과제를 남겼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1년 여 노력 끝에 플래그십 재진입한 엑시노스 2400

사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엑시노스를 다시 갤럭시 S 시리즈에 장착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념할 만한 일이었다. 장기간의 노력으로 성과를 거둔 동시에 온디바이스 AI 시장에서도 자신들의 기술력이 통한다는 점까지 확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전작 갤럭시 S23엔 퀄컴의 스냅드래곤 제품만 채택했다. 갤럭시 S22에 엑시노스 2200을 도입했다가 발열과 성능 저하, GOS(게임 최적화 시스템) 등 논란에 휩싸인 탓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1년 여 시간을 들여 대대적인 개선 작업을 벌였고 새 시리즈엔 지역과 기기에 따라 '스냅드래곤8 3세대'와 '엑시노스 2400'을 교차 탑재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갤럭시 S24 플러스와 기본 모델은 모두 '엑시노스 2400'을 품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2400의 성능을 끌어올렸다. 모바일 AP 중 처음으로 팬아웃 웨이퍼레벨 패키지(FOWLP) 기술을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열 저항을 줄이고, 모바일 기기를 성능 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엑시노스 2400은 전작 대비 중앙처리장치(CPU)는 1.7배, 인공지능 연산은 14.7배 향상됐다. 또 이 칩셋은 함께 쓰인 스냅드래곤8 3세대와 마찬가지로 문장 교정과 문체 변환 등 다양한 온디바이스 생성형 AI 기능을 지원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삼성 갤럭시 언팩 2024'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1년 전부터 기획한 수준으로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부분 검증으로 이 점이 확인됨에 따라 새 모델에 적용하기로 결정했다"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도 제품을 써보면 엑시노스의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언팩 행사를 열고 신제품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삼성전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언팩 행사를 열고 신제품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경쟁사 제품보다 전력 소모 크고 효율성은 낮아?""

다만 시장에서는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다. 과연 엑시노스 2400이 만족할 만한 성능을 갖췄는지를 놓고 소비자 사이에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IT 전문 소식통이 자신의 SNS 계정에 공개한 테스트 결과에서 비롯됐다. 엑시노스 2400이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나 대만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9300'에 비해 전력 소모가 크고 효율성은 낮다는 진단이 나오면서다.

골든리뷰어는 빅코어와 미들코어 등 항목별로 나눠 각각의 성능을 측정했다. 통상 AP는 고성능 데이터 처리가 요구될 땐 빅코어를, 저전력으로 일을 수행할 땐 미들코어나 리틀코어를 활용한다.

수치를 보면 엑시노스 2400은 전작 엑시노스 2200보다 분명 한 단계 진화하기는 했지만, CPU의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비율)에선 스냅드래곤이나 디멘시티에 열세를 보였다.

빅코어 측정에서 엑시노스는 2400의 평균 소비전력은 7.34와트, 효율성(Efficiency)은 8.78로 책정됐다. 종합 점수는 64.44점이다. 각 6.27와트와 11.05, 69.28점인 스냅드래곤8 3세대보다 소폭 낮은 점수다. 평균 소비전력은 그 숫자가 작을수록, 효율성은 클수록 더 나은 성능을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들코어도 마찬가지다. 엑시노스 2400(Cortex A720 2.9Ghz)는 평균 소비전력 2.91와트, 효율성 14.95, 종합점수 43.42로 스냅드래곤8 3세대(A720 3.15Ghz)보다 뒤처진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디멘시티 9300는 엑시노스 2400보다 성능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효율성은 빅코어(14.77)와 미들코어(31.64) 모두 엑시노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400이 전작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사전 판매에서 스냅드래곤3 8세대 탑재 모델의 인기가 많았던 것 역시 이를 방증한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일주일간 사전판매를 진행한 결과 팔려나간 121만대 중 스냅드래곤을 채택한 갤럭시 S24 울트라가 약 60%를 차지했고, 엑시노스를 담은 플러스(21%)와 기본 모델(19%)은 각 20%의 비중을 보였다.

"서로 다른 구조에 직접 비교 어려워···성능 향상 뚜렷"

물론 전적으로 맞는 얘기는 아니다. 측정 환경에 따라 여러 결과가 도출될 수 있고, 각 제품이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만큼 이들 항목으로 직접 비교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다.

구조부터 다르다. 먼저 엑시노스 2400은 총 10개의 코어를 내장한 데카코어(10개 멀티코어) 프로세서다. 고성능 코어텍스 X4 1개와 중간급 코어텍스 A720 5개, 리틀코어 A520 4개로 구성됐다.

또 스냅드래곤8 3세대는 고성능 코어텍스 X4 1개, 중간급 코어텍스 A720 5개, 리틀코어 A520 2개가 제품을 형성하고 있다.

디멘시티 9300은 스냅드래곤8 3세대와 동일한 8코어 설계가 적용됐으면서도 저전력 코어가 없는 독특한 형태를 띤다. 리틀코어 A520을 빼고 중간급 코어텍스 A720가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했다. 이에 저전력 환경에선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능을 발휘한다.

따라서 특정 항목의 수치로 제품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엑시노스의 성능이 크게 개선됐음을 보여주는 테스트 결과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보도된 바 있다. 일례로 측정 사이트 긱벤치에 엑시노스2400과 스냅드래곤8 3세대를 장착한 기기(갤럭시S24 플러스와 울트라로 추정)가 각각 포착됐는데, 둘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엑시노스2400 단말기(모델명 SM-S926B)는 싱글코어 2193점과 멀티코어 6895점을, 스냅드래곤8 3세대 단말기(SM-S928B)는 싱글코어 2297점에 멀티코어 7104점을 기록했다.

"울트라 흥행 배경은 스냅드래곤 아닌 노트10 향수"

덧붙여 국내 소비자의 수요가 울트라 모델로 집중된 현상을 스냅드래곤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갤럭시 S 시리즈의 울트라와 플러스, 기본 모델 중 전통적으로 가장 많은 인기를 모으는 제품이 울트라여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갤럭시 노트에 대한 향수 때문이란 게 업계의 정설이다. 울트라 모델은 단종된 갤럭시 노트 시리즈와 비슷한 크기로 설계된 데다 S펜을 내장하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역대 갤럭시 스마트폰 중 최다 사전판매 기록(138만대)을 보유하고 있는 제품도 갤럭시 노트10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좋은 모델을 오래 쓰자는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 역시 돈을 더 들이더라도 비싼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사전판매에서 울트라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노트10의 교체 시즌이 이동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귀띔했다.

일단 삼성전자 측은 평가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보다 소비자로부터 구체적인 피드백이 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P는 그 자체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여러 부품과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성능을 낸다"면서 "특정 수치가 낮다고 해서 반드시 AP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내외에서 상반된 평가가 쏟아지고 있는데, 보다 정확한 진단이 나오면 이를 분석해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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