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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 ELS 자율배상 압박에 투자자·국회 "배상 높여라"···은행권 긴장 최고조

금융 금융일반

당국 ELS 자율배상 압박에 투자자·국회 "배상 높여라"···은행권 긴장 최고조

등록 2024.03.15 14:50

수정 2024.03.15 17:37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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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투자자들, 18일 농협은행 본사서 배상 확대 시위정부·당국 '자율배상' 압박 속에···야당, 투자자 손들기은행권 "지금도 책임 과한데, 정치 이슈 개입 아쉬워"

홍콩 ELS피해자모임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홍콩 ELS피해자모임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금융당국의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분쟁 조정기준안 발표 이후 당국은 '조속한 자율배상', 정치권은 '배상 비율 상향'을 압박하면서 은행권은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홍콩 ELS 투자자들은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 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당국의 ELS 배상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시위에 나서면서, 은행들은 총선을 앞둔 정부와 국회가 배상 비율 재산정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최고조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ELS 분쟁조정안에는 기본 배상 비율 20~40%에 불완전판매에 따른 내부통제 부실 책임에 따른 가중비율 10%를 더해 최대 50%까지 배상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투자자별로 판매사의 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 보호 소홀, 자료 유지‧관리 부실 등 판매사 책임가중 사유에는 비율에 최대 45%포인트 가산한다. 반면 투자자의 과거 ELS 투자 경험 및 금융상품 이해도, ELS 가입 금액이 많거나 과거 ELS 누적 이익이 클 경우 최대 45%까지 배상 비율에서 감산해 최종 비율을 산출한다. 금감원이 분쟁 조정기준안과 현장 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 배상 비율은 20%~60%에 분포할 것으로 전망됐다.

분쟁조정안이 나오자 판매 은행권에서는 배상 비율이 과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배상 비율을 40% 정도로 따져봤을 때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의 배상액은 1조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민은행이 쌓은 대손충당금(3조1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이 ELS 배상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반응은 단호했다. 은행들의 건전성 우려에 선을 긋고 자율배상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보통주 자본 비율이 14.05%로 규제 비율을 크게 웃돌고 수익성(당기순이익 21조3000원)도 견조해 이번 분쟁조정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최근 "배상 규모가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잇달아 "(ELS 배상과 관련한)배임 우려가 없다"고 발언하면서 자율배상을 강하게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은행들이 적극적인 배상 의지를 보인다면 향후 제재 및 징계 감경을 고려하겠다며 자율배상을 회유하기도 했다.

국회 야당은 한술 더 뜬 행보를 보였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분쟁 조정기준안에 판매사 책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조정안 재산정을 촉구했다. 민 의원은 "배상기준을 금융소비자, 금융피해자 처지에서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그 동안 키코, DLF, 라임·옵티머스, 이번 ELS 사태까지 금융당국의 대책은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말 뿐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배상 비율보다 상향 조정된 기준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 ELS 피해자 모임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홍콩 ELS 피해자 모임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이 가운데 ELS 투자자들은 금감원의 조정안을 거부하고 '더 배상 해달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을 촉구했다. 분쟁조정안이 발표된 이후 열린 첫 시위에서 ELS 투자 피해자 모임 측은 금감원이 제시한 조정기준안에 가입자 귀책 사유가 터무니 없이 많다고 토로했다. 투자자들은 기본 배상 비율이 최소 60% 이상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10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은 이날 시위에서 "손실 원금 100% 배상", "금융당국 수장 책임지고 사퇴" 등 구호를 외쳤다.

은행권은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금도 배상 비율이 만만치 않은 데다 정부와 당국의 자율배상 압박 기조가 워낙 강해 따라야만 하는 입장인데, 투자자는 물론 국회까지 나서 배상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서다. 특히 총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코앞이라 ELS 배상 이슈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게 은행권의 우려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과 정부가 발 벗고 나서 배임 이슈에 대해 선을 긋는 것은 결국 '빨리 배상해라'는 시그널이고, 은행들도 금감원의 분쟁 조정기준안에 충실히 따를 것"이라면서도 "은행들이 따르긴 하지만 총선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개입된 것은 사실이고, 투자에 대한 책임을 판매사가 과하게 가져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도 현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금융당국이 내놓은 분쟁조정안은 판매사들의 책임을 절대 가볍게 본 결과물이 아님에도 현시점에 배상 비율을 높여 달라는 것은 여론의 동의를 얻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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