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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대차 노조가 쏘아 올린 주 4.5일제···일하는 방식 바뀐다

산업 재계

현대차 노조가 쏘아 올린 주 4.5일제···일하는 방식 바뀐다

등록 2024.05.15 06:00

박경보

  기자

자동화·디지털화·정년퇴직 증가···고용안정 우려 확산국내 노동정책 변화 중심···과거 주 5일 근무 도입 주도 전문가 "방향성은 공감···생산성 제고 동시 논의돼야"

현대차 노조가 쏘아 올린 주 4.5일제···일하는 방식 바뀐다 기사의 사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에서 '주 4.5일' 근무를 핵심 요구안으로 채택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무리한 요구'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비효율적인 장시간 근로 관행은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생산성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4일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차지부는 지난 10일 2024년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했다. 이번 요구안에는 기본급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 신규인원 충원, 금요일 4시간 근무 도입, 상여금 900%, 해외공장 역수입 금지 및 생산 차종 강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핵심 쟁점은 금요일 4시간 근무(주 4.5일제)다. 근무시간 단축은 문용문 지부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강성 성향의 문 지부장은 지난해 말 제10대 지부장 선거 당시 2025년부터 완전한 주4일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매년 2500여명 정년퇴직자 발생···"근로 시간 줄여 일자리 더 만들자"


현대차 노조가 주 4.5일제 근무를 요구하는 배경은 정년퇴직자 증가에 따른 고용불안이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2402명, 2025년 2650명, 2026년 2673명 등 매년 2500명 안팎의 조합원들이 정년퇴직으로 일손을 놓는다. 이 같은 고용 감소를 노동시간 단축으로 대응하자는 게 현대차 노조 집행부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본은 팽창하고 있는데 양질의 고용은 보이지 않는다"며 "로봇, 하이퍼 캐스팅 등 자동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정년퇴직자도 급증하고 있어 노동시간을 단축해 고용을 안정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조의 4.5일제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근로 시간 단축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의 조합원 수는 약 4만5000여명으로, 국내 노조 가운데 최대 규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의 현대차 노조는 워낙 몸집이 크다 보니 국내 노동정책의 변화를 주도해 왔다. 성과급 도입, 야간근무 철폐 및 주간 연속 2교대 등 굵직한 노동정책과 이슈들은 대부분 현대차 노조의 단체협약에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2004년 7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시행된 주 5일제 근무도 현대차 노조가 중심이었다. 주5일제가 도입되기 전인 2002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주 6일 근무는 당연하게 여겨졌다. 2000년 들어 주 5일제 도입 둘러싼 노조와 경영계의 대립이 3년여간 이어졌고, 현재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주 5일 근무가 시행되고 있다.

올해 단체교섭을 계기로 현대차 노조의 주4.5일 근무가 시작된다면 근로 시간 단축은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포스코, SK그룹,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은 부분적으로 주 4일 근무 또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상태다.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울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울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연간 근로 시간 OECD 5위···"5일 치 같은 4일 근무" 관건


일단 노사 모두 우리나라의 근로 시간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져 있다는 데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취업자의 1인당 연간 근로 시간은 1901시간에 달한다. 이는 OECD 전체 38개 회원국 가운데 5위에 해당하며, OECD 평균인 1752시간 대비 149시간이나 더 길다.

김민섭 KDI 연구위원은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크고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은 작아 연간 근로 시간이 길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한국의 근로 시간은 여타 OECD 회원국에 비해 다소 긴 편으로 추정되며, 불합리한 임금체계나 경직적인 노동시간 규제 등이 비생산적인 장시간 근로 관행을 초래하는 측면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화와 디지털화가 고도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근로 시간 단축은 세계적 추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관건은 4일만 근무하면서 어떻게 5일 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주4일제 도입 등 근로 시간 단축에 대한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며 "하지만 노조가 임금을 양보할 게 아니라면 생산성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주5일제 근무를 도입할 때 기업들이 다 망할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현재는 안정화됐다"며 "하지만 주 4일만 일하면서도 5일 치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 함께 논의되지 않는다면 경영계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꼬집었다. 생산성 제고가 뒷받침되지 않은 근로 시간 단축은 임금인상 요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근무시간 단축은 경직된 노사관계에서 벗어나 사회적 대화를 펼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통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근로 시간 단축뿐만 아니라 유연한 근로 정책이 활성화돼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와 같은 노동시장에서는 유자녀 근로자의 경력 단절과 저출산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김민섭 연구위원은 "기존 근로 시간 관련 정책이 전일제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규제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향후엔 유연근무제와 같이 근로 시간의 선택권을 늘리고 시간선택제 근로를 활성화하는 정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계층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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