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국제 정세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지만 한국 방산은 연이은 수주 대박을 터뜨리며 호황을 이어 나가고 있다. 유럽은 물론 중동·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사상 최초 방산 수출 200억 달러 달성도 꿈은 아니다.
하지만 잇따른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는 국내 방산업계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잘 나가는 K-방산에 제동을 거는 적(?)이 바로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K-방산 호황의 첫걸음인 '17조원' 폴란드 방산 수출이 계약 기한을 앞두고 장벽을 만났다. 수출이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덩치를 키웠지만 금융지원은 이를 소화하기에 역부족인 상태다. 현재 2차 수출 협상이 진행 중인데 쉽지 않은 모양새다.
방산 수출은 정부 간 계약 성격이 짙고, 규모가 커 통상 무기 수출국이 구매국에 정책 금융지원을 제공한다. 1차 계약 당시 한국 정부가 폴란드 정부에 준 금융지원 자금은 12조원이다.
올해 2월 국회에서 수출입 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정책지원금 자본 한도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렸지만, 수출 규모만 4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폴란드 수출을 온전히 지원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정책금융 한도를 높인 한국수출입은행 자본금은 1차 계약 때 대부분 소진돼 2차 계약에 차질이 발생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증액이 결정된 자본금은 1년에 2조원씩 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늘어난다. 아직 기획재정부 자본도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내달 K9 자주포의 2차 수출계약의 이행 조건인 정책 금융 지원 확정 시한이 임박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급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계약 기한이 임박한 다른 방산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장 수출 금융 지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미 체결한 계약까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유럽연합(EU) 내 견제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신뢰도까지 무너질 경우 다른 나라로 수출도 장담할 수 없다.
물은 이미 들어왔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건만 우리는 노를 놓고 뒤로 떠밀리고만 있을 것인가. 마지노선은 당장 6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폴란드를 시작으로 단 한 번도 수주한 적 없는 방산 최대 시장 미국까지 진출하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세계 무대를 향해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국내 방산업계가 날개를 펼치기도 전에 꺾어버리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정부가 하루속히 다양한 방산 수출 지원방안을 마련해 한국 방산의 세계화를 이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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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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