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 시행···거래소 간 예치금 이용료율 경쟁"요율 인상, 고객 끌어들이는 요인···점유율로 직결""금융당국 제재로 조심스러워···프로모션 경쟁 지속"
법 시행 후 과열된 예치금 경쟁에 금융당국이 합리적인 산정을 주문했으나 업계에서는 제재받은 예치금 요율 외에 또 다른 방식으로 점유율 경쟁에 열을 올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부터 가상자산법을 시행했다. 해당 법은 가상자산 이용자의 자산을 보호하고, 시세조종 등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각 거래소들은 가상자산과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분리해 보관해야 하고, 해킹‧전산장애 등 사고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또,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율 체계도 도입돼 거래소들은 이상 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불공정거래행위로 의심되는 경우 금융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만약,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것이 드러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 상당 벌금의 형사처벌, 부당이득 2배에 상당하는 금액 또는 40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 중 이번 가상자산법의 가장 큰 핵심은 고객 예치금 이용료 지급 의무화다. 법안 시행 당일 오후 업비트는 연 1.3%의 이용료를 공지했으며, 빗썸은 연 2.0%의 요율을 발표했다. 그러자 업비트도 곧장 2.1%로 상향 조정했으며, 빗썸 역시 2.2%로 수정했다. 뒤이어 코빗도 업계 최고 수준인 2.5%의 요율을 발표했으며, 카카오뱅크와 제휴 중인 코인원은 1.0%, 전북은행과 제휴한 고팍스도 연 1.3%의 요율을 정했다.
이처럼 가상자산법 시행 후 거래소 간 요율 경쟁은 필수 요소처럼 자리 잡았다. 예치금 요율 인상은 고객 유치의 확실한 방정식이라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 시행 후 요율 공지에 대해 고객들 사이에서 큰 반응을 이끌어냈고,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거래소 빗썸은 고객 원화 예치금 이용료를 연 4.0%로 재상향한 바 있다. 이는 법 시행 당일 최초 공지한 연 2.0%에서 2배, 수정 공지한 연 2.2%보다 1.8%p 인상된 수치다. 그러나 해당 공지 다음 날 가상자산법 준수를 위해 추가 검토할 사항이 발견된 점을 이유로 들며 상향 결정을 철회했다.
당초, 업계 관계자들은 연 1%대 요율을 예상했으나,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당국은 법 시행 5일 만에 이용료율 산정 방식 점검에 나섰고 법과 규정에 맞게끔 합리적 수준에서 이용료율을 산정해야 한다고 지도했다. 그러나 금융당국 제재에 업계에서는 합리적인 수준의 기준과 가이드가 불분명하다며 토로했다.
요율 인상 경쟁은 단순 고객 유치를 넘어 시장 점유율 확대, 현재 점유율 1위인 업비트의 독점 체제를 깨기 위한 싸움으로도 읽혔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요율 인상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며, 인상을 강하게 하는 거래소일수록 호응을 얻는다"며 "이는 점유율과도 직결되니 경쟁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1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24시간 거래량 기준 점유율은 ▲업비트(75.6%) ▲빗썸(20.5%) ▲코인원(2.2%) ▲코빗(0.8%) ▲고팍스(0.6%) 순이다.
운영사 두나무가 2017년 출범한 업비트는 간편한 사용성과 다양한 가상자산 흡수로 론칭 2개월 만에 12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을 점유했다. 이러한 독주를 막고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거래소들은 수수료 무료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빗썸은 업계 처음으로 수수료 무료 정책을 도입했다. 기존 0.04%~0.25% 수준의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받지 않았으며, 한때 업비트의 24시간 거래액을 앞지르기도 했다. 이후 코빗과 고팍스도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했다.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제재가 있었기에, 이용료율로 경쟁은 사실상 어려워졌고, 한층 더 조심스러워졌을 것"이라며 "그래도 다양한 프로모션이나 다른 이벤트를 통해 고객 유입을 늘리려는 경쟁은 치열할 듯"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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