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잇단 금리인상에도 가계대출 증가세 지속스트레스 DSR 도입 '실기'···집값 상승 기대감만↑수도권 핵심지역에 주택 늘리고 대출총량 줄여야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가계부채는 전월 대비 5조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감소세였던 가계부채는 4월 4조1000억원, 5월 5조3000억원, 6월 4조2000억원 등 2분기부터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5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전월(6조원)보다는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가계부채 총량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은행권이 잇따라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 추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실기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스트레스 DSR 도입을 2개월이나 늦추면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지적이다.
가계대출 급증에 금리인하도 어려워···요원해진 경기회복
이에 대해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이 미세하게 정책을 내고는 있지만 가계대출을 확실히 조이겠다는 의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라며 "금리인하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가계부채보다 부동산 파이낸싱 프로젝트(PF)에 더 관심을 두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이어 "스트레스 DSR 도입시기를 늦추면서 시장에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신호를 강하게 줬고, 이는 주담대 급증으로 이어졌다"며 "수도권 알짜지역을 중심으로 획기적인 주택 공급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주택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특히 허 교수는 금융당국이 제때 가계대출을 잡지 못한 탓에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내수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세대출 DSR 포함하고 분할상환 인센티브 필요
또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에도 여전히 가계부채가 꺾이지 않은 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수요 때문"이라며 "금리인상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더 높고, 다중채무자와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에게도 대출을 쉽게 내주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대출은 갚을 능력이 있는 차주에게만 내줘야 한다"며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시키고,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는 수도권의 매력적인 지역에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만기상환이 아닌 분할상환하는 차주에게 금리 인하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실장은 "은행의 가산금리보다 중요한 건 부동산 가격"이라며 "대출금리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기보다 대출 수요를 억제하고 부동산 공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출 수요보다 공급 조여야···키워드는 '경기대응완충자본비율'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비슷한 얘기를 꺼냈다. 김 교수는 "금리만 인상할 게 아니라 대출 총량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해야 한다"며 "DSR에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을 포함시키고 LTV(담보대출비율)도 더 낮춰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대출 수요를 억지로 누르기보다 공급을 억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민 차주들의 이자 부담만 가중시킬 게 아니라 은행이 스스로 대출 공급을 줄이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주담대 금리가 오를수록 차주들의 가처분 소득을 줄게 되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며 "특히 금리인상이 계속될 경우 부동산 가격 인상 우려로 대출 가수요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DSR을 전세대출에 적용하는 것과 더불어 경기대응완충자본비율을 상향 조정해 대출 공급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경기대응완충자본비율을 상향하면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요구 자본이 커져 증자를 해야하는데, 은행들은 증자 대신 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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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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