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혐의 항소심 시작검찰 vs 변호인단, '삼바' 증거 수집 두고 충돌1심은 전부 무죄···4차례 재판 이후 최종 판결
이날 오후 2시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1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오후 1시 40분경 법원에 출석한 이 회장은 항소심 재판 시작에 대한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재판에 나온 건 지난 2월 5일 1심 판결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와 에피스 서버를 압수수색 하면서 확보한 자료 등이 위법하게 수집됐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켰고 (변호인단은) 불법성을 정식으로 이의 제기하지 않았다"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더라도 대법원에선 증거 능력을 유지한다는 판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거은닉은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능력으로는 찾을 수 없는 곳에 (증거들이) 은닉돼 있었다"며 "원심은 일부 저장 매체에 대한 판단 누락으로 판결을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봉인지에 특이사항을 명시하게 돼 있는데 (변호인단은)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원심의 핵심은 삼성바이오와 에피스 서버 압수수색 과정에서 아무런 선별 절차 없이 일체로 압수수색 했다는 것"이라며 "직원들 사적 이야기까지 있는데 검사는 선별 절차 없이 압수수색 해 무관 정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9년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 공장 통신실 바닥 등에 숨겨진 18TB(테라바이트) 규모의 서버 3대를 압수해 백업 서버를 비롯한 각종 자료를 핵심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선별 절차 없이 증거를 압수했고 변호인단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거 능력을 모두 부정했다.
또 이번 재판에서 법원은 지난 7월 검찰이 신청한 1차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형식적 이사회 결의를 통한 합병거래 착수 및 업무상 배임, 에피스 나스닥 상장 관련 허위 추진 계획 공표 등 10가지 항목에 대한 사실관계가 추가됐다. 다만 2차 공소장 변경 신청은 유보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달 27일 서울행정법원의 8월 판결 내용을 반영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는데 법원은 추가 증거조사와 검찰 및 변호인단의 의견을 듣고 변경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한 목적이 회사의 자본잠식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판단했다. 2018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하고 2015회계연도에 지분 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근거 없이 회계 처리해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한 점을 법원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지난 2020년 9월 기소했다. 이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 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춰 주주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의사 개입은 물론 삼성은 부정거래, 시세조종 등을 벌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1심은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다른 임직원에게도 무죄를 판결을 내렸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 달 14일과 28일, 11월 11일을 거쳐 11월 25일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설 연휴를 피해 선고 일정을 조정해달라는 검찰 측 의견을 반영해 선고 일자를 내년 1월 27일에서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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