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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회장 첫해' 정용진, 아픈 손가락 쳐내며 '새 판 짜기'

유통·바이오 채널

'회장 첫해' 정용진, 아픈 손가락 쳐내며 '새 판 짜기'

등록 2024.10.08 08:08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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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구조조정·신세계건설 자진상폐비효율 사업 과감히 정리치적급 성과는 부족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

신세계그룹의 고강도 체질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 정용진 회장은 비효율적인 사업을 매각하고 인력 감축에 나서는 동시에 그룹의 핵심 오프라인 사업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성과가 부진한 계열사부터 손보며 신속하게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경영진부터 교체했다. 이마트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신세계건설부터 정리했다. 지난 3월 회장으로 승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4월 초 신세계건설을 정상화하겠다며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선임했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기업이 인사 때 쉽게 사용하지 않는 '경질'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쓰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세계건설 최대 주주인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품기 위해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과감한 꼬리 자르기로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신세계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부동산 PF 우발부채는 2500억원에 달한다. 결국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878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6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의 지분을 100% 확보함으로써 효율적인 경영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해 건설의 사업 구조 재편과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수립 전략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부실 사업장 정리 등 사업 조정 과정에서 대위변제, 채무 보증 이행 등으로 추가적 손실이 발생해 단기적으로는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 회장의 다음 타깃은 이커머스였다. 신세계 계열사의 또 다른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SSG닷컴에 이어 G마켓의 대표를 교체하고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지마켓 새 대표로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 정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등에서 근무했고 쿠팡에서 재무 임원으로도 일했다.

SSG닷컴에선 이인영 대표가 단독 대표 체제 9개월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고 신임 대표로 최훈학 전무가 선임됐다. 그로서리·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본부장을 맡아온 최 전무가 대표를 겸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이었다.

특히 SSG닷컴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기존 강남 사옥에서 KB영등포 타워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 2018년 이마트에서 분리돼 별도 법인이 된 이후 2022년 강남 역삼동 센터필드로 본사를 옮겼다. 하지만 SSG닷컴의 영업손실이 누적되면서 다시 본사를 이전하게 됐다.

'계륵'으로 비판받던 계열사도 떨어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계열사 신세계푸드의 매출을 끌어내렸던 자회사 스무디킹코리아의 국내 사업을 종료시켰다. 신세계L&B도 한국형 위스키 제조 사업 중단에 이어 제주소주 매각, 부진 점포 정리에 나섰다.

동시에 정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본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며 오프라인 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왔다. 지난 7월에는 이마트와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합병을 단행하며 물류 운영 효율화를 노렸다. CJ그룹과 파격적인 협력도 끌어냈다. CJ그룹과 사업 제휴를 통해 SSG닷컴 물류를 CJ대한통운에 위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신세계는 본업인 유통에 집중하고, 물류는 CJ대한통운에 맡겨 비용 효율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이 중심이 된 신세계그룹의 이러한 변화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룹 캐시카우인 이마트가 '본업 경쟁력'을 앞세운 뒤 상반기 실적이 흑자로 다시 돌아섰다. 이마트는 2024년 연결 기준 상반기 매출 14조2672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38억원 감소해 1%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타필드 운영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난 1분기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321% 늘어난 122억원을 기록하고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의 1분기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억원, 24억원 줄었다.

다만 비용 절감을 통한 자금 마련과 실적 회복이라는 숙제는 어느 정도 풀어내고 신세계건설 위기도 해소하고 있지만, 회장 취임 첫해 치적이라 할만한 성과는 아직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신세계그룹이 유통업 외 차별화된 신성장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신세계그룹은 유통 3사(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가운데 소비재에 가장 치우쳐 있다. 신세계그룹은 실적 악화로 고전하는 신세계건설과 IT 기업 신세계아이앤씨 등을 제외하면 별다른 사업다각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경쟁사 롯데그룹은 화학 산업이 그룹의 또 다른 중추 역할을 한다. 또 롯데바이오로직스로 바이오를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건설장비, 화장품, 종합건자재, 가구, 의류 등으로 사업을 넓혔으며 최근엔 바이오와 헬스케어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기존 유통 대기업에서 변화를 줬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에겐 수익성 개선, 유통업계 1위 재탈환 등 당면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는 가운데 성과를 인정받을 만한 신성장동력 모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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