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내수보다 금융 안정 우선···내년 재평가해달라"금리 동결에도 가계부채 증가···"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이 총재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년간 고물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은이 제때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물가를 낮췄고,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렸다면 자영업자 고통과 내수 부진이 더 심각했을 것"이라며 "지난 2년간의 금리를 적게 올리고도 물가를 안정시킨 건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8월 금리를 동결했을 때도 우리가 실기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바라보는 관점이 내수냐 금융안정이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것"이라며 "당시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 급등하는 추세였고, 한은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고 부연했다. 앞으로 1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화정책의 성과를 판단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은 통화정책에 쏟아지는 비판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섣부른 금리인하보다 금융안정과 거시안정성 강화가 우선이라는 판단이 옳았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는데도 가계대출이 더 늘어났다"며 금리인하 실기론에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이 총재의 발언은 정부와 여당의 금리인하 압박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한은 금통위 직후 대통령실에선 "내수 부진을 우려하면서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는 말이 나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물가 안정세에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조금 더 생겼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정부와의 공조가 잘 되고 있다"면서도 가계부채는 통화정책보다 구조적 문제 해결이 먼저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는 이론적으로 주택매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공조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집값은 수도권 교육 문제 등과도 관련돼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계대출이 부동산에 쏠려있는 구조를 정부 차원에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이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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