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 2011억원전년비 48.5% 증가제2 렉라자 발굴 지향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 10곳의 평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용은 10%였다.
유한양행은 전통 제약사 중 유일하게 연구개발비 2000억원을 넘겼다. 유한양행의 올해 3분기 누적 투자금액은 201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전년 동기 대비 48.5% 늘어난 수치다. 이는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기도 하다. 연구개발비 대비 매출액 비율 역시 9.5%에서 12.8%로 35% 증가했다.
유한양행의 R&D 투자 확대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 개발 성과에 따른 '제2의 렉라자' 발굴 방침에 따른 것으로, 렉라자 마일스톤 수령 등으로 수익성이 확대되며 투자도 늘리는 모습이다.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 라이선스 수익으로만 982억원을 벌었다. 이중 렉라자와 관련한 마일스톤이 6000만달러(약 832억원)로 라이선스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유한양행이 사용한 연구개발비는 903억원 규모로 마일스톤 수령액 대부분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줄곧 '제2의 렉라자'를 강조하며 파이프라인 확대에 힘을 쏟았다. 3분기에는 고형암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인 'YH44529'를 비임상 단계에 진입시키면서 주요 파이프라인은 모두 10개로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연내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 수출하기 위해 해외 제약사와 협의 중으로, 면역항암제 'YH32367'과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가 가장 유력한 기술수출 후보로 꼽힌다. 두 후보물질은 각각 ABL바이오와 지아이이노베이션에서 도입한 치료제다.
YH32367은 주요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바이오마커인 HER2와 4-1BB 단백질을 타깃한다. 유방암, 위암, 담도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 적용될 수 있다. 현재 한국과 호주에서 글로벌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YH35324는 항 면역글로불린 E(Anti-IgE) 계열의 Fc 융합단백질 신약으로, 알레르기 질환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약물은 혈중 유리 IgE 수준을 낮춰 알레르기 증상을 개선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현재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며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은 유한양행이 보유하고 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제2·제3의 렉라자를 조기에 출시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하는 등 신약개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투자 규모에서는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장 많았다.
셀트리온은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가 3128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기업은 셀트리온이 유일했다. 매출 대비 비율은 12.54%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4%포인트(p) 줄었지만, 투자 금액은 34%(793억원) 늘었다.
셀트리온의 R&D 투자 확대는 '2025년 포트폴리오 11개 완성'을 목표로 한 후속 파이프라인 허가 절차 진행 및 꾸준한 신약 개발 집중 방침에 따른 것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램시마 SC,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등 후속 품목이 빠르게 성장하며 바이오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75.2% 증가하는 등 견조한 매출을 달성했다. 첫 미국 신약 '짐펜트라'(램시마SC)는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되며 2분기 22억원, 3분기 6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대보다는 저조한 성적이지만 시장 진출 초기인 만큼 시장에서는 내년부터 차차 판매실적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22회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다중항체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내년까지 다수의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약물 후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9년 첫 상업화가 목표로, 진척도가 높은 ADC 신약 2종은 올해 중 공개하고 내년부터 임상 절차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바이오시밀러 부문에서는 2025년까지 11개 제품 허가를 목표로 하며, 2030년까지 22개 제품을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자가면역질환을 넘어 천식, 안과, 대사성골질환 등으로 치료 영역을 확장하고,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협상력을 높여 판매 효율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601억원(17%)을 R&D에 썼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8.5%에서 7.9%로 7% 감소했음에도 투자액은 더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구개발 인력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포함해 1128명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분기 기준 박사급 91명, 석사급 222명 등 연구전담 인력 총 554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에피스는 박사급 103명, 석사급 230명 등 연구전담 인력 총 574명을 보유하고 있다.
에피스는 연구개발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7월 초고가 희귀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EPYSQLI, 성분명 에쿨리주맙)'와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PYZCHIVA, 성분명 우스테키누맙)'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전통제약사 중 두 번째로 많은 비용을 투자한 대웅제약은 3분기 누적 1713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518억원) 대비 12.8% 증가했다. 연구개발비 대비 매출액 비율은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은 18.26%였다. 전년 대비 9% 늘며 2년 연속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대웅제약은 박준석 신약디스커버리센터장, 김관영 제제기술센터장을 중심으로 박사급 73명, 석사급 122명 등 총 228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FDA 바이오 신약으로 승인받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수출 매출이 25% 확대되며 403억원을 달성하는 등 신약 중심의 매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34호 국산 신약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스클루'가 3분기 누적 매출 704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상승했다. 36호 신약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는 누적 약 1조 3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중남미, 중동, 인도, 러시아, 아프리카 등 주요 대륙 진출에 성공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른바 신약 '1품 1조'(한 제품당 매출 1조원) 목표를 공표하며 공격적인 R&D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나보타, 펙수클루, 엔블로 등 3개 품목에 대해 2030년까지 품목별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R&D 혁신 통한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 성과 등을 바탕으로 5회 연속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전통제약사 중 세 번째로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 15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 늘었다. 매출액 대비 투자액 비율도 13.4%로 전년 동기(12.8%) 대비 5% 늘었다.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도 불구하고 신약명가라는 명성에 걸맞은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단 평가다.
현재 한미약품에서 가장 주목받는 파이프라인은 비만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이다.
'LA-TRIA'는 큰 체중 감량과 제지방 유지, 스위칭 약물 가능성이 있다. 내년 상반기 1상 안전성 데이터 발표가 앞두고 있다. 'LA-UCN2'는 계열 내 첫 번째(First In Class) 근육 강화 비만 신약 후보물질로, 단독 및 GLP-1 병용 약물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물질에 대한 빅파마의 니즈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MASH 신약 가치도 높게 평가받는다. 한미약품은 지난 2020년 MSD에 MASH치료제 'MK-6024'를 기술이전 했다. 최근 MSD가 임상 확장(1→4개)에 따른 개발과 상업화 의지를 보여준 상황이다. 내년 말 글로벌 임상2상 결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GC녹십자는 3분기 누적 1207억원으로 전년 동기(1488억원) 대비 18.9% 감소했다. 이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전년 12.2%에서 올 9.7%로 20% 넘게 하락한 탓이다. 연구개발비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 모두 주요 제약바이오사 중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녹십자는 조사 대상 기업 중 전통적으로 R&D 지출이 저조한 광동제약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연구개발비 지출이 감소한 기업이다.
이외에 종근당이 3분기 누적 1049억원으로 연구개발비 1000억원을 넘겼다. HK이노엔(599억원), 보령(409억원), 광동제약(11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광동제약은 연구개발비율이 1.6%로 가장 낮았다. 전년 동기 1.8%보다 11%가 감소했다.
10개 주요 제약바이오사 R&D 비용 합계는 1조43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늘었다. 평균 증감률은 13.5%였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9.8%에서 10%로 0.2%포인트 늘었다.
제약바이오사는 업종 특성상 꾸준한 신약 투자와 파이프라인 확보가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빅파마 역시 지난해 연구개발비율이 20%를 넘기는 등 꾸준한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역시 연구개발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파마는 신규 기술 확보를 위해 라이선스-인이나 M&A 등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며 "지난해 빅파마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23.4%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투자 비율을 시현했으며, 올해도 지속적인 R&D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애브비, 암젠 등 글로벌 빅파마 R&D 투자액은 1030억달러(약 143조5800억원)로 연구개발비율은 19.8% 수준이다.
김선아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15년 R&D 활성화가 약 10년 차를 맞이해 그 성과를 확인할 시기에 도달한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 기조에서도 일정 비율로 연구개발을 추진해 온 제약사들만 수익률 상승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유의미한 수익률을 보인 종목은 신약으로 해외 진출을 달성한 기업"이라며 "제네릭 제품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신약 개발과 해외 진출은 전통제약사들이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고 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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