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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트럼프 리스크' 거론한 파월···금리 스텝 꼬이는 한국은행

금융 금융일반

'트럼프 리스크' 거론한 파월···금리 스텝 꼬이는 한국은행

등록 2024.12.19 17:53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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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 번 연속 금리인하···이후 '속도조절' 시사강달러에 원·달러 환율 튀면서 고물가 우려 고개시장선 '저성장' 방어 위한 선제 금리 인하 재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후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물가안정 목표 운영 점검 설명회'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후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물가안정 목표 운영 점검 설명회'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연준)가 19일(한국시간) 올해 마지막인 12월 정책(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올해 9월 0.5%포인트에 이어 11월, 12월까지 세번의 금리 인하다. 이날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 자체 보다 내년 금리 인하 전망에 더 쏠렸다. 결과는 시장 예상과 벗어났다. 내년 총 4번의 금리 인하 전망을 예상했지만 속도를 대폭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관세 부과 정책)을 두고 "연준의 금리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확실성"이라고 언급했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를 직접 거론 하면서 시장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물가)도 등장 시켰다. 물가 둔화 속도가 기대치 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관세 계획의 '불확실 한' 표현을 쓰며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미 연준의 이런 분위기는 한국은행으로서는 더 복잡한 상황이 놓인 셈이다. 현재 경기 하강 흐름이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환율까지 지속되면서 내년 '금리스텝'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미국의 매파적 금리 기조로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계속 진행되면 내년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목표치(2%)를 넘을 공산이 크다. 반면 현재 미국 대선 이후 불확실성 증가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자 내년 1월 추가 금리 인하 요구도 이어지고 있어 금통위의 선택도 신중해진 분위기다.

美 기준금리 3연속 인하···내년에는 '매파적' 기조 시사에 강달러 현상 확대


미 연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p) 낮춘 4.25~4.5%로 결정했다. 이는 연속 세 번째 금리인하 결정이며, 이로써 한국과 금리 차이는 1.50%가 됐다.

반면 내년부터는 방향을 틀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는 점도 시사했다. 내년 인하 횟수로 4차례(지난 9월)를 예상됐던 것을 2차례만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지난 9월(2.0%)대비 0.5%포인트 상승한 2.5%로 전망되고, 인플레이션 발생이 확고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빠른 금리 인하가 필요 없어졌다는 의미다. 이에 파월 의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금리인하로 정책금리가 중립적 수준에 상당히 가까워졌으며, 추가 인하는 속도를 늦춰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번 미국 FOMC가 이번 회의의 초점이 인플레이션 개선 속도 둔화에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향됐는데 왜 오늘 금리인하를 단행해는지 묻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며 "연준의 물가목표 달성이라는 본연의 의무에 집중한다면 결국 금리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튀어오른 환율···금통위, 물가안정과 경기부양 중 신중한 선택 전망


미국 연준의 이같은 행보에 한은 역시 양자 택일을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강달러화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에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예상보다 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낮은 내수 회복성과 경제성장률 하락 전망은 금리인하의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물가상승률 확대를 긴축적 기준금리 운영으로 풀어왔던 한은으로서는 '경기부양'과 '물가안정' 카드를 손에 들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미국의 매파적 금리 기조로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계속 진행되면 내년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목표치(2%)를 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일(18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현재의 1440원대 환율이 지속될 경우 내년 물가상승률은 기존보다 0.05%포인트 상승한 1.95%에 머물 것"이라며 고환율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하지만 연준의 발표 직후 환율은 전일 1440원대에서 1450원대까지 단숨에 뛰었다. 이날 오전 9시 개장한 외환시장은 전일 주간 종가보다 17.5원 오른 1453.0원으로 시작했다. 환율이 1450원대까지 오른 것은 2009년 이후 19년만이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1500원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 강화 등 불확실성 영향을 받아 지난 11월 2.2%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보다 0.1%포인트 떨어진 2.1%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낮은 경제성장률과 최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가 미친 악영향을 회복하기 위한 카드로 금리인하를 재촉하는 중이다.

다만 이 총재가 전일 기자회견에서 아직까지 물가 상승 영향을 제한적으로 평하고 경기심리 회복의 우선순위를 강조한 것을 고려하면, 시장의 요구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11월 금통위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 6명 중 4명은 기준금리 인하 의견을 내면서 경제 성장의 하방 리스크에 주목했다. 의사록을 요약하면 환율 변동성 확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수출 둔화와 소비 감소 등 성장에 대한 중요성이 더 부각된 내용이 담겼다.

금통위원 중 한명은 "우리나라 경제의 향후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내외 금리차 확대에 따라 환율이 소폭 상승할 가능성은 있으나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내년 금리인하 속도가 다소 느려질 수 있지만 1월 금리인하 결정에는 무게를 실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성장률 우려에 1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면서도 "이후에는 대내외적 환경 예측의 어려움 등으로 금리 인하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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