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정 영업익 380억원유동자산 1603억원으로 시총 넘어보유현금 대비 주가배당수익률 낮아
3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한약품의 지난해 매출 추정치(컨센서스)는 2045억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380억원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추정치가 달성된다면 2024년 영업이익률은 18.58%로 2년 연속 18%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이는 전통 제약업계 내 최상위 수준이다.
대한약품은 1945년 출범한 국내 최초 수액제 제약회사다. 1994년 코스닥 상장 이후에도 수액 주사제 사업에 집중하며 70여년 간 수액 외길을 걸어왔단 평가를 받는다. 2023년 기준 국내 수액제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약 50%를 차지한 JW중외제약에 이어 약 30%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매출 1528억원 가운데 수액제품이 1177억원, 앰플 및 바이알제품이 337억원으로 합산 매출 비중은 99.11%에 달한다.
지난해 의료 갈등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주력 품목 성장은 지속됐다. 수액제 매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전년동기대비 9.1% 증가했는데, 4분기에도 추세대로 성장했다면 지난해 연간 수액제 매출은 5.8% 증가한 16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의료 갈등에 따른 수술환자 감소로 수액제 매출 증가율이 예년에 비해 소폭 낮아졌지만, 일반적으로 국내 수액제 연평균 성장률이 5~7%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려운 영업환경에서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력 제품인 기초수액제 등은 앞으로도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제품 특성상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병원 입원일 수 증가와 매출이 연동되는 흐름을 보여서다. 대한약품은 지난 10년간 2020년 한 해를 제외하면 매년 외형 성장을 거듭해 평균 연간 매출 증가율 6.1%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대한약품이 수익성 중심의 안정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3년 2분기 무차입 경영에 돌입한 뒤 현재도 차입금 12억원 수준에 그치는 등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은 2441억원, 총 부채는 43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7.6%다.
코로나 시기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으나 매출원가율 66%대, 판관비 비율 15%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어 엄격한 원가·비용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대한약품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 물량을 병·의원에 공급하면서 안정적 사업 토대를 구축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1400억원 규모로, 지난해 평균 가동률은 98.9%에 달한다.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며 매년 현금 보유량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장기금융자산을 포함한 순현금 추이는 2018년 42억원에서 2019년 220억원으로 급증한 이후 2020년 388억원, 2021년 729억원, 2022년 911억원, 2023년 1044억원으로 연평균 200억원씩 늘었다. 지난해에는 9월 말 기준 순현금 739억원에 장기금융상품 480억원을 합쳐 순현금자산 1219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순현금 증가세가 유지될 경우 향후 1~2년 내에 순현금 보유량이 시가총액과 비슷해진다. 올해 들어서 이미 유동자산은 시총을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유동자산은 1603억원인데, 이는 3일 기준 시가총액인 1545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보유 현금이 시총을 따라잡고 있는 기형적인 상황으로 인해 대한약품의 지난해 추정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은 약 4.83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5배에 불과하다. 기업이 주가 부양을 비롯한 주주환원책에 소극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대한약품이 주식 배당금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기업가치대비 절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황"이라면서 "연간 배당금이 소폭씩 상향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750원에 불과해 현재 주가 기준 주가 배당수익률이 2.9% 수준이다. 보유현금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을 좀더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홍식 LS증권 연구원은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은 4.7배이며,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5616원, EPS 성장률은 7.3%이다"라면서 "2023년부터 2026년까지의 연평균 EPS 성장률을 고려했을 때, 현재 주가는 저평가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이는 과거 역사적 밸류에이션 하단 대비 낮다"면서 "순이익 규모와 현금흐름, 배당성향을 고려했을 때 향후 주당 배당금 상승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당성향과 관련해 대한약품 측은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약품 관계자는 "성장 배경은 매출 비중이 병·의원급에 80%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안정적인 제품 포트폴리오와 유통망"이라며 "배당 조정 등을 통한 자본구조 변화 정책은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적절히 수정, 변경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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