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75%로 하향 조정···경기 하방압력 커진 탓국내외 불확실성 여전···물가상승률, 가계부채는 안정세한미 금리격차 확대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우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5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0%에서 0.25%포인트(p) 낮춘 2.7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2%로 낮아진건 지난 2022년 8월(2.50%)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2023년 1월부터 21개월 간 2.50%로 묶여 있었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0.25%p씩 인하됐다. 올해 첫 금통위에선 고환율 및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금리인하 영향으로 동결됐지만 2월엔 다시 0.25%p 떨어졌다.
당초 시장에서도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높게 바라봤다.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데다 기업 체감경기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월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 대비 0.6p 낮은 85.3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한 CBSI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9월(83.4)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19일 영국 연구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정치적 위기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다. CE는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 기준금리를 총 1.00%p 인하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앞서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기준금리 최종금리 수준은 2.25%로 전망한다"며 "지난 1월 한국은행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경제성장률도 1.5%로 하향 조정···"믿을 건 통화정책 뿐"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제시한 전망치는 1.9%였지만 3개월 만에 0.4%p나 낮아졌다. 미국의 통상정책과 통화정책 방향, 국내 정치상황 변화 및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서다. 경제성장 동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면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카드가 통화정책 외엔 없는 셈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수 부진을 통화정책이 아닌 재정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수 차례 언급했지만 국회는 이에 화답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을 0.2%p 높이기 위해 15조~20조원 가량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조기 추경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한은 금통위는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 확대,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내수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가 약화됐다. 앞으로도 경제심리 위축, 미국의 관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내수 회복세와 수출 증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한미 금리격차 1.75%p까지 확대···환율 자극 우려
문제는 한은이 내수경기 회복에 집중하면서 정작 핵심 정책목표인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148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3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한미 간 금리격차는 1.75%p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달러화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원화 가치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주춤했던 물가상승률도 기름값과 농산물값을 중심으로 반등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5.71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류 가격은 7.3%나 치솟았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2%) 2%대를 넘어섰다.
다만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2% 내외의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9%로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월중 2.7%로 소폭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낮은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높은 환율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대내외 경제정책 및 국내 정치 상황의 변화, 그간의 금리인하가 물가, 성장 및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