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NCM 배터리 탑재··· 최대 460km까지 주행 가능평평한 바닥 설계로 넉넉한 실내 공간···2열 공간 동급 최대 수준민첩성·반응속도 한 수 위···신기술로 화재·캐즘 우려 '정면 돌파'
세닉은 르노코리아가 지난 2020년 소형 전기 해치백 '조에'를 내놓은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모델이다. 이로써 르노코리아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까지 모든 친환경 라인업을 확보하며 내수 시장에서 성장세와 지속성을 증명할 채비를 마쳤다.
이태헌 르노코리아 R&D본부 차량 성능 프로젝트 리더는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세닉이 다른 전기차에 비해 얼마나 다른지 느껴봐달라"고 당부할 정도로 차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만나본 세닉은 그 자신감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밟으면 밟는 대로,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마치 운전자와 한 몸이 되어 달리는 느낌을 줬다. 서울에서 양평까지 약 68㎞의 시승코스가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세닉은 프랑스 공장에서 현지 부품으로 현지 직원들 손에 만들어진 '프렌치 감성'을 담고 있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외관 디자인으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면부에는 로장주 엠블럼과 르노의 새로운 시그니처 헤드램프 패턴을 적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했다. 동시에 마름모 패턴은 그릴 상단의 헤드라이트와 어우러져 화려한 하이테크 효과를 보여준다. 특별히 설계한 20인치 '오라클(Oracle)' 휠 마저도 르노 고유의 다이아몬드 패턴을 담아 존재감을 자랑했다.
모던한 외관도 눈에 띄지만 경쟁사 대비 세닉의 장점은 내부에 있다. 전장(길이) 4470mm, 전폭(너비) 1865mm, 전고(높이) 1590mm의 균형 잡힌 차체 비율을 기반으로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준중형 SUV로서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2열 공간은 동급 최대인 278㎜의 무릎 공간과 884㎜의 머리 위 공간을 확보했다. 컵홀더는 물론 C-타입 충전 포트와 스마트폰·태블릿 거치대 기능까지 갖춘 인지니어스(Ingenius) 암레스트를 적용해 편의성도 놓치지 않은 세심함이 엿보였다. ㄹ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는 세닉의 고급스러움을 완성하는 요소다. 포르쉐 등 일부 프리미엄에서만 제공하는 기능으로, 전체 혹은 앞뒤 좌석 구간별 선루프 투명도를 4단계로 제어할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널찍한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빼앗는다. 일반적인 가로형 디스플레이보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운전 중 네비게이션을 확인할 때보다 더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시동을 켜고 천천히 가속 페달을 밟으면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가능한 정숙성과 빠른 가속성을 십분 살려냈다. 그러면서도 전기차 특유의 가볍고 통통 튀는 승차감은 아니었다. 가속 페달을 세게 밟을수록 시원시원하게 내지르면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갔다.
전기차인지, 하이브리드인지 알 수 없는 주행 질감을 느껴달라던 르노코리아 관계자의 말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부드러운 주행감보다 더 놀라웠던 점은 세닉의 '민첩성'이다. 빠른 가속성이 전기차의 장점이라지만 세닉은 그보다 한 수 위라는 느낌을 받았다. 세닉에는 최고 출력 160kW(218ps), 최대 토크 300Nm의 전기 모터가 결합됐다. 단 7.9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다.
전기차 장점인 회생제동 능력도 탁월하다. 스티어링휠 양쪽에 위치한 패들 쉬프트 레버를 조작하면 즉각적으로 변경이 가능한데, 최대 5단계까지 설정할 수 있어 취향에 따라 세심하게 조절할 수 있다.
다만 회생제동 세기를 가장 강하게 하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즉시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 마치 급브레이크를 밟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세닉 자체의 반응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동시에 운전자의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세닉의 민첩성은 조향 능력에서 두드러졌다. 조향비는 시장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12대 1로 설정되어 세단과 동일한 수준의 즉각적인 반응성을 보장한다. 스티어링휠 최대 회전수(lock to lock)도 2.34 회전에 불과하다. 설명만 들었을 땐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직접 운전을 해보니 스티어링휠을 살짝만 움직여도 빠릿빠릿한 반응이 돋보였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올해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 르노코리아가 캐즘 속 전기차 승부수를 띄운 이유가 이해되는 듯 했다. 무엇보다 최신 안전 기술을 대거 탑재하면서 잇단 전기차 화재사고로 인한 소비자 불안까지 잠재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세닉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NCM 배터리가 탑재됐다. 동급 최고 수준인 87kWh 용량의 대형 배터리를 바탕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46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130kW 급속 충전기 사용 시 약 34분 만에 20%에서 80%까지 충전 가능하다.
특히 세닉은 파이어맨 액세스, 파이로 스위치 등 배터리 화재에 대비하는 기술을 적용하면서 '소비자들의 우려를 깰 게임체인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파이어맨 액세스는 화재 발생 시 소방 호스의 강한 물줄기를 배터리 셀 안으로 직접 주입해 배터리 과열을 막는 기술이다. 파이로 스위치는 사고로 에어백이 터지면 배터리 전원을 자동 차단하는 기술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2월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파이어맨 액세스 기술 특허를 공개했다"며 "이 기술 특허를 공개해 전기차 안전성을 높이고, 업계 선두주자로서의 책임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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