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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한국 기업문화 우리와 안 맞아"

등록 2025.10.29 06:01

임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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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중견·대기업 MZ세대 500명 설문조사탑다운 방식에서 탈피, 수평적인 조직문화 강조나이 배제하고 능력에 따라 '책임'과 '권한' 줘야

편집자주
한국 기업의 소통문화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위로는 '협업'을 외치는 경영진이 있고, 아래로는 '자율'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의 목소리는 형식적으로만 반영되고, 진짜 변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뉴스웨이는 국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에서 일하는 2030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들이 체감하는 조직문화의 현실을 데이터로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응답자의 불과 10%만이 "현재 한국 기업 문화가 MZ세대의 가치관과 부합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수직적인 조직구조가 여전한 탓에 공정성과 다양성, 그리고 개인의 성장 가능성마저 보장받지 못한다는 비판입니다.

결국 아무리 '소통'을 외쳐도, '듣는 척'하는 조직에서 '진짜 듣는' 조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변화는 불가능합니다. 이번 창간기획 'MZ와 소통해야 조직이 산다'는 세대 갈등을 넘어, 소통 구조의 혁신 없이는 기업의 미래도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뉴스웨이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짚고, 지속가능한 조직문화를 위한 실질적 인사이트를 제시합니다.
앞으로 회사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 직장인 열에 여섯(59.4%)은 현재 한국 기업문화가 '공정성·다양성·성장 가능성'으로 대표되는 MZ세대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에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성과 평가 체계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실질적인 워라밸을 보장해주는 한편, 수평적 소통이 가능한 유연한 조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뉴스웨이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직장인 플랫폼 '리멤버' 운영사인 리멤버앤컴퍼니와 손잡고 중소·중견·대기업 소속 MZ세대(20~30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조사 결과다.

"한국 기업문화 우리와 안 맞아" 기사의 사진

과거의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요약되는 상명하복 체제를 탈피하고, 개인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수평적 조직문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MZ세대의 요구다. 여기에는 현재 조직문화 속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혁신을 이루기도, 개인의 성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구조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30대 대기업 직원 A씨는 "임원은 본인의 자리 보전에만 관심이 있다"면서 "의사결정 과정도 불투명해 내 기획안이 어떻게 됐는지, 뭐가 문제인지 알 수도 없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염증을 느낀 동기들은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으로 떠나갔고, 결국 윗분들의 지시에 순응한 이들만 남아 부품처럼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도 점진적이지만 빠르게 위계적 조직문화를 타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 기업들은 과거 '탑다운' 방식의 조직문화를 앞세워 '한강의 기적'이라는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여 목표 달성에 집중하는 전략이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혁신'이 중요한 현재 산업 구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젊은 세대도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경영 방식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조직 문화가 여전해 우리나라에서는 생성형 AI 열풍을 이끈 '오픈AI'와 같은 혁신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온 실무자에게 '그거 내가 해봤는데, 그냥 하던대로 해'라고 말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면서 "혁신이 중요한 현 시점에서는 상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업무지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나이와 호봉을 배제하고 철저히 능력에 따라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지정하는 방식으로 조직 프로세스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만 급진적인 변화는 반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직급'을 없애고 존댓말을 생활화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부터 점진적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니 일하는 방식도 업무 중심으로 가면 된다. 나이를 떠나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책임과 역할을 주면 된다"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바꾸지 않으면 (기업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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