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현대차·네이버까지···AI 동맹 구축엔비디아 생태계 편입···새 성장동력 기대원천기술 의존은 숙제···협력 다변화 필요
"지금이 바로 한국의 시간이다. 이번 방문의 진짜 깜짝 선물은 한국에 엄청난 사업을 가져온 것"(8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 참가 전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대한 답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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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4박5일 방한이 국내 AI 산업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SK, LG, 현대차, 두산, 네이버, 삼성 등 주요 기업들과 연쇄 회동하며 다양한 협력 논의가 이뤄졌다
업계는 엔비디아 효과와 함께 국내 기업들의 AI 신성장 동력 확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SK그룹은 AI 팩토리, 차세대 메모리, 클라우드 등에서 엔비디아와 풀스택 AI 동맹을 구축했다
LG는 가전, 로봇, 스마트 공간 등 피지컬 AI와 디지털 트윈 분야 협력을 확대한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용 AI 팩토리 구축에 나서고, 새만금 투자 논의도 오갔다
두산은 에너지, 로보틱스, 첨단소재 분야에서 전방위 협력을 추진한다
네이버는 AI 인프라와 초거대 AI 모델 고도화 협력을 진행한다
삼성은 HBM과 파운드리 등 차세대 메모리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 57%로 1위
SK하이닉스 2023년 영업이익 7조7303억원 적자에서 2024년 23조4673억원으로 대폭 증가
네이버는 2027년 55MW 규모 AI 인프라 가동 계획
현대차는 엔비디아 차세대 블랙웰 GPU 5만개 활용 추진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엔비디아 AI 생태계에 편입되며 신사업 기회를 확보했다
엔비디아는 HBM 등 핵심 부품과 다양한 응용 분야를 가진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했다
AI 시장 주도권을 잡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AI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 의존도 심화와 가치사슬 내 역할 제한이 리스크로 지적된다
AI 원천기술 해외 의존 구조 고착화 우려와 함께 자체 경쟁력 확보 필요성이 강조된다
미국 빅테크도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등 AI 생태계 지형 변화 가능성 존재
전문가들은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확대와 선제적 투자를 주문한다
한국을 들썩이게 한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방한 일정이 마무리됐다. 한때 용산 전자상가를 찾아 자사 그래픽카드를 알리던 젠슨 황 CEO는 이제 국내 재계 총수들이 먼저 만나기를 원하는 인물이 됐다.
짧다면 짧은 4박 5일간을 머물렀지만 그가 남긴 행적과 그에 따른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 결과물은 적지 않았다. 업계는 이제 젠슨 황 CEO가 안겨준 '선물 보따리'의 명과 암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엔비디아의 AI 생태계에 올라타고 새로운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기회라고 진단한다. 반면 이로 인해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 심화 등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넘어 로봇까지···SK·LG와 밀착
9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4박5일간 한국에 머물며 국내 주요 기업 총수 및 경영진과 잇따라 회동했다. 젠슨 황 CEO가 이번 방한 기간 회동한 기업은 SK, LG, 현대차, 두산, 네이버, 삼성 등이다. 회동은 삼겹살집, 평양냉면집, 치킨집, 야구장, PC방 등 다양한 장소에서 친목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실제 사업 접점으로까지 연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장 큰 무게가 실린 곳은 SK그룹이다. 기존 반도체 중심이었던 협력을 AI 인프라 구축·운영 분야로 넓혔다는 점에서다. 젠슨 황 CEO도 방한 기간 중 SK하이닉스를 엔비디아의 최대 메모리 파트너로 공개 지목하며 관계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AI 팩토리용 차세대 메모리를 공동 개발한다. 베라 루빈 AI 슈퍼컴퓨터와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RTX 스파크 PC, 젯슨 토르 로보틱 컴퓨팅 플랫폼용 메모리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글로벌 AI 클라우드 생태계 프로그램인 '엔비디아 클라우드 파트너(NCP)'에도 합류, 2027년 국내에서 첫 AI 팩토리를 가동한 뒤 이를 GW급 규모로 확대하고,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SK그룹과 엔비디아가 메모리부터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동맹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를, SK텔레콤은 AI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운영을 맡고, 엔비디아는 GPU와 AI 플랫폼을 제공하는 구조다.
LG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은 '가상 AI'를 하드웨어로 옮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에 LG가 보유한 가전, 로봇, 모빌리티 부품, 스마트 공간, AI 인프라 역량을 결합해 피지컬 AI와 디지털 트윈 구축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로봇 개발 프로세스에 엔비디아 '아이작 심'을 통합하고, 인간 유사 추론 모델인 '아이작 GR00T'를 적용한 레퍼런스 로봇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코스모스'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고품질 합성 데이터를 생산하는 '피지컬 AI 데이터 팩토리'도 구축한다. LG이노텍은 고성능 센싱·광학 모듈을 공급해 하드웨어 역량을 뒷받침한다.
AI 인프라와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LG전자는 냉각수 분배장치(CDU)와 콜드플레이트 등 수랭식 열관리 솔루션 인증 협력을 추진하고, LG유플러스·LG CNS는 엔비디아 'DSX' 기반 차세대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다. LG에너지솔루션은 800V 직류(DC) 기반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분야 협력을 전개한다. 차량용 하드웨어와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플랫폼 최적화도 주요 협력 축이다.
현대차·두산·네이버까지···협력 전선 확대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분야의 AI 모델 학습과 검증, 배포를 지원하는 AI 팩토리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블랙웰' GPU 5만개를 활용해 차량용 AI와 로봇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로봇 개발 과정에는 엔비디아의 가상공간 구축 플랫폼 '옴니버스'와 피지컬 AI 모델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 등이 활용된다.
또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 8일 젠슨 황 CEO와 만나 새만금 투자 참여를 제안했고, 젠슨 황 CEO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응답하면서 관련 후속 논의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만금 AI 밸리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현대차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를 넘어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로도 확장될 수 있다.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과 젠슨 황 CEO의 야구장 회동을 계기로 협력 접점을 넓혔다. 양사는 에너지와 로보틱스, 첨단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전방위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엔비디아의 아이작 심 등을 활용해 에이전틱 로봇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다.
양사는 이를 기반으로 디팔레타이징과 샌딩 등 정밀 작업을 수행하는 레퍼런스 로봇 솔루션 개발을 논의 중이다. 인식, 추론, 시뮬레이션 등을 담당하는 에이전틱 로봇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로봇이 작업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해 작동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협력이다.
두산밥캣도 협력 범위에 포함됐다. 건설·조경·농업·물류 장비에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기술을 적용해 자율 작업이 가능한 컴팩트 장비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산업 현장에 특화한 월드 모델을 개발해 장비가 다양한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도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협력 대상으로 낙점됐다. 전날 네이버 사옥을 방문한 젠슨 황 CEO는 직접 "현재 급격하게 증가하는 GPU와 AI 인프라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준비가 된 기업은 네이버가 유일"이라며 택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양사는 2027년 55MW 규모 인프라 가동을 시작으로 AI 인프라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네이버의 대규모 자체 GPU 클러스터 구축·운영 역량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를 엔비디아의 차세대 고성능 인프라 플랫폼과 접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네이버가 국내에서 축적한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AI 모델 분야에서도 협력이 확대된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개방형 대규모언어모델(LLM)인 네모트론 기술을 활용해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성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삼성의 경우 구체적인 협력 발표보다는 향후 협력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데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해외 출장 일정으로 이번 방한 기간 젠슨 황 CEO와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방한 마지막 날 젠슨 황 CEO와 짧게 대화를 나눴다. 젠슨 황 CEO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 회장과 만났다고 직접 밝힌 만큼, 이번 전 부회장과의 만남도 양사 협력 논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전 부회장과의 만남에서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협력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HBM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HBM4E 공급 일정과 기술 개발 현황이 핵심 논의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와 손잡은 한국 기업들···AI 성장의 과실 나눠 갖나
젠슨 황 CEO가 내놓은 파트너십들을 살펴보면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계획하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부터 AI 팩토리, 피지컬 AI, 모빌리티 등에 이르기까지 엔비디아가 그려나가고 있는 AI 생태계 퍼즐을 맞추고자 각자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국내 기업들과 맞손을 잡은 것이다.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상 현재 AI 시장은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으로 출발한 엔비디아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르고 소위 가장 잘 나가는 회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AI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국내 기업들이 AI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가 형님인 삼성전자를 33년 만에 제치고 거둔 성과다. 이는 SK하이닉스가 경쟁사들을 제치고 엔비디아와 돈독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HBM 물량 대부분을 공급한 영향이 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57%로 절반을 넘는다. 이는 2위 삼성전자(22%)와 3위 마이크론(21%)의 점유율을 합한 수치보다도 높다.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은 실적으로도 연결됐다.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반도체 암흑기였던 지난 2023년 7조7303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에서 2024년 23조467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47조2063억원을 기록하며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 중이다. '엔비디아 효과'를 톡톡히 누린 덕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250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즉, 이번에 엔비디아의 밸류체인에 안착한 국내 기업들도 엔비디아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현대차, LG, 두산, 네이버 등 기업들의 경우 기존에 해왔던 전통적인 사업 분야를 넘어 AI로 확장하면서 신성장 동력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이다. 예를 들어 LG전자는 엔비디아와 휴머노이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분야 협력을 추진하면서 기존 생활가전 중심 사업을 넘어 피지컬 AI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협력이 성사된 것은 국내 기업들 역시 엔비디아에 필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만큼 HBM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 AI 반도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응용 분야도 필요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엔비디아는 설계 기업인 만큼 HBM 없이는 AI 반도체가 성립할 수 없다"며 "한국은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플랫폼, 통신 등 AI 생태계와 연결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탄탄하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새로운 AI 응용 분야와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선물 보따리의 이면···엔비디아 종속 우려도
다만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 심화는 경계해야 할 리스크로 꼽힌다.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 간 협력이 한층 밀착됐지만 그만큼 사업 성과가 엔비디아의 전략과 시장 지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향후 AMD, 인텔 등 경쟁사들이 부상하거나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변화할 경우 국내 기업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편입되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가치사슬 내에서의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기업들이 메모리·제조·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반면 플랫폼과 생태계의 주도권은 엔비디아가 쥐고 있는 만큼 부가가치가 특정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AI디지털전환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긍정적이지만 AI 원천기술을 해외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며 "국내 기업들도 자체 경쟁력 확보와 선제적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리스크들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할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외에 다른 빅테크 등과의 협업도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 내 대체는 쉽지 않다"며 "향후 1~2년은 엔비디아 중심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구글·메타·아마존 등도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등 지형이 바뀔 수 있어 국내 기업들도 엔비디아뿐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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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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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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