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구김 끄떡없는 리튬이차전지 원천기술 개발

손목에 차는 스마트폰·입는 컴퓨터 차세대 플렉서블 개발 한발짝

신규 고분자전해질 제조 공정 및 구조 모식도, 자료=미래창조과학부 제공

국내 연구진이 구겨져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리튬이차전지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에 따라 손목에 차는 스마트폰, 두루마리 디스플레이, 입는 컴퓨터 등 차세대 플렉서블 전자기기의 개발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울산과학기술대(UNIST) 이상영 교수팀, 김제영 LG화학 배터리연구소 박사팀이 고성능 박막 고분자전해질 원천기술을 확보, 구겨져도 작동하는 플렉서블 리튬이차전지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는 얇고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하면서도 안전성은 강화된 플라스틱 크리스탈 고분자 전해질을 개발하해 플렉서블 리튬이차전지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체전해질과 분리막으로 이뤄진 기존 리튬이차전지는 심하게 변형할 경우 열이 발생한다. 이 열 때문에 분리막이 녹아 폭발할 위험이 있어 플렉서블 전지로 사용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플라스틱 크리스탈 기반 유기 전해질을 가교반응이 가능한 단량체와 혼합해 다공성 고분자 지지체에 채워 넣은 후, 자외선에 30초 이내로 노출시키는 공정으로 내열성과 유연성이 향상된 플라스틱 크리스탈 고분자 전해질을 개발했다.

개발된 전해질은 액체전해질 수준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고온(섭씨 80도)에서 이온전도도가 전혀 저하되지 않는 우수한 내열성을 보였다. 기존의 고분자전해질 대비 두께가 약 10배 정도 얇아졌으며 기계적 유연성이 30배 이상 향상됐다.

연구진은 이를 리튬이차전지에 실제 적용한 결과 전지가 심하게 구겨지거나 전화선처럼 말린 상태에서도 발열 및 폭발 없이 안전하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전해질은 전지 내 전해질 역할뿐 아니라 분리막 기능도 가능해 기존의 리튬이차전지와 달리 분리막 없이 전지를 만들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플렉서블 전지의 상업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며 “다양한 차세대 전지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고분자전해질 원천 소재 기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최신호 후면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플라스틱 크리스탈이란 결정-용융 상태가 아닌 중간 물리적 특성을 보이는 물질. 전해질로 사용 시 우수한 이온전도도 및 내열성을 보인다.

◆가교반응은 고분자 사슬이 서로 직접 또는 수개의 결합으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단량체란 고분자 중합의 출발물질로 고분자를 구성하는 단위가 되는 분자량이 작은 물질을 일컫는다.

김은경 기자 cr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