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종목서 세계신기록 17개 쏟아져···4년 전 광저우 AG보다 3배 폭증 ‘신기록 대잔치’곳곳서 운영 미숙 ‘3번째 AG 개최국’ 무색···인천시-조직위, 잇단 ‘네 탓 싸움’에 눈살
선수들의 경기력 측면에서는 역대 아시안게임 중 가장 뛰어났다는 호평이 있는 반면 일부 경기 운영 측면에서는 12년 전에 열린 부산아시안게임보다 오히려 못하다는 혹평도 뒤따랐다.
◇만개한 기량, 진화한 아시아 스포츠 =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79개를 따내며 중국에 이어 종합 순위 2위를 지켜냈다.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5개 대회 연속 아시아 2위 달성이다.
당초 목표로 했던 금메달 90개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중국과 일본도 금메달 목표 달성에 모두 실패했다. 금메달 200개를 노렸던 1위 중국은 지난 광저우 대회보다 40여개 적은 151개의 금메달을 획득했고 3위 일본은 목표치인 50개보다 3개 모자란 47개의 금메달을 땄다.
단일 종목 중에서는 ‘효자 종목’ 펜싱이 가장 많은 8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2위 수성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더불어 사격에서도 금메달 8개가 쏟아졌고 볼링과 정구에서도 각각 7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정구는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전 종목 석권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전통의 효자 종목인 양궁에서도 5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양궁 강국의 면모를 지켜냈다.
4대 인기 종목인 야구와 축구, 농구와 배구는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동반 우승의 꿈을 절반 정도 이뤘다. 야구와 남자 축구, 남녀 농구, 여자 배구가 금메달, 남자 배구와 여자 축구가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남녀 농구의 동반 제패는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이다.
그러나 육상과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는 박태환, 손연재, 양학선, 여호수아 등 일부 선수들의 활약을 빼면 여전히 메달권과는 먼 모습을 드러내 기초 종목 육성이 시급한 문제임을 나타냈다.
전반적인 기록 측면에서도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호평할 만하다. 3개 종목에서 총 17개의 세계신기록이 쏟아졌고 34개의 아시아신기록이 나왔다. 특히 세계신기록의 숫자는 4년 전 광저우 대회보다 5배 이상 늘어 아시아의 스포츠 수준이 세계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스포츠 3강에 가려있던 스포츠 약소국의 약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1개 이상의 메달을 딴 나라는 45개 참가국 중 37개국이다. 메달 획득 국가는 4년 전 광저우 대회보다 2개 국가가 늘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 국가의 증가는 인천시와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주관한 ‘VISION 2014’ 프로그램 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천시와 조직위원회는 아시안게임 유치 공약으로 스포츠 약소국의 메달 획득을 위해 스포츠 인프라 지원 활동을 펼쳐왔다.
◇운영 능력은 ‘국제망신’ 수준 = 이번 아시안게임은 우리나라가 역대 세 번째로 개최하는 아시안게임이다. 특히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과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모두 치른 아시아의 2호 국가인 만큼 이번 대회 운영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그러나 시작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스포츠 스타들이 주인 역할을 했어야 할 개막식은 ‘한류 콘서트’라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특히 극비에 부쳐야 할 성화 최종 점화자의 존재가 개막식 전날 간접 유출돼 조직위원회가 개막식 분위기를 스스로 망쳤다는 비난까지 빗발쳤다.
대회 초반에는 성화대 조작 미숙으로 성화가 꺼지기도 했으며 일부 종목에서는 메달을 딴 선수들이 선수촌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지 못해 택시를 타고 인천으로 돌아가는 창피한 일도 벌어졌다.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서 먹어야 할 도시락이 변질됐다는 의혹도 제기됐고 일부 경기장에서는 비가 새고 지붕이 찢어질 위기에 처하는 등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해프닝이 거의 매일 이어졌다.
개막식이 열린 아시아드주경기장과 야구와 축구 등 일부 인기 종목 경기장에서는 여전히 암표상이 활개를 쳤다. 그에 반해 비인기 종목 경기장은 참가국 선수단과 자원봉사자들, 경기 룰도 모른 채 단체 관람을 온 학생들 외에는 썰렁한 모습을 보여 씁쓸한 대조를 이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주최 측인 조직위원회와 개최도시 측인 인천시는 서로 간의 ‘네 탓 공방’을 하느라 바빴다.
조직위원회는 “인천시가 아시안게임 관련 업무를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고 인천시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OCA와 조직위원회가 알려주지 않았다”며 말도 안 되는 공방을 연일 이어갔다.
조직위원회와 인천시의 무능함은 그치지 않았다. 이번 대회 운영의 문제점이 현장에서 연일 발견되자 현장에서 근무하는 자원봉사자들로 하여금 ‘언론 함구령’을 내리는가 하면 기자회견장에서도 엉터리 통역이 나와 선수와 기자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모습도 등장했다.
인천시는 도로 소통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자동차 2부제 운행 정책을 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2부제 단속을 피하기 위한 ‘자동차 운행허가증’이 각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개막 직전 무더기로 발행되면서 ‘안 하느니만 못한 2부제’의 비판을 받았다.
4년 뒤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대한민국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자랑스러운 기록이자 반성의 거울로 남게 됐다.
잘한 것은 그대로 계승하고 못한 것은 철저히 고쳐서 더 많은 외국 손님들이 찾게 될 올림픽을 차질 없이 치러내는 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다.
인천=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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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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