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컨소시엄 구성 통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가능 여부 채권단 주주협의회 안건 상정 요구산업은행 “협의회 부의 건 아냐” 일축재계 “대우건설 이후부터 감정의 골 깊어져”
지난 1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의지를 재차 다짐했다. 지난해 9월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보유 주식 42.01% 매각 공지 후 박 회장은 수차례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것이라 강조했다. 금호타이어 인수는 박 회장에게 아픔이자 숙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박 회장은 돌연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 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매각하는 총 주식 42.01% 중 14.31%를 가진 산업은행의 행태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발이다.
박삼구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자의 컨소시엄 구성은 허용하지 않은 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에만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채권단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전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자는 주장이다.
지난 2010년 5월 체결한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매수권부여약정서’에는 제 3자 양도 등의 제한에 ▲박 회장 등이 금호타이어를 경영하지 않으면서 우선매수권만을 제3자에게 전부 양도하거나 ▲우선매수권 행사 이후 1년 이내에 제3자에게 프리미엄을 받고 경영권을 포함한 지배 지분을 양도하는 것 등이 담겨 있다.
이는 금호타이어에 대한 박삼구 회장의 지배를 전제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지분 인수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박 회장은 이를 명확히 하고자 지난 2일과 6일 채권단에 ‘우선매수권 관련 확인 요청 공문’도 발송했다.
공문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우선매수권 행사’의 가능 여부를 채권단의 주주협의회에 안건으로 부의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주주협의회 안건에 부의조차 되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산업은행은 주주협의회에 부의해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요청을 일방적으로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식적으로 컨소시엄을 허용할 수 없다는 통지를 하지 않은 채 여론몰이만 하는 태도도 문제 삼았다.
재계에서도 산업은행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와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악연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며 “산업은행이 박삼구 회장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향후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과 산업은행의 악연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6년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시 시공능력평가 1위 기업인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이후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몸집 키우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2009년 12월 ‘승자의 저주’를 겪으며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결국 2010년 말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다시 사들였다.
계열사 워크아웃도 진행했다. 산업은행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도 워크아웃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2개를 고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반대에 채권단은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는 자율협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유동성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1년 7월 대한통운을 CJ그룹에 재매각했다. 2012년 금호고속도 매각했다.
2014년 들어 금호산업이 조건부 워크아웃을, 아시아나항공이 자율협약을,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때부터 서로 반대에 섰던 박삼구 회장과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을 인수할 때도 수 차례 부딪쳤다.
재계에서는 박삼구 회장과 산업은행 간에 2009년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산업은행이 박 회장의 주장을 외면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포함된 것 아니냐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 의견을 확인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명확히 하면 추가 시비가 발생하지 않을 터인데 산업은행이 이를 하지 않는 것은 그간 박 회장과의 관계에서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은연중에 표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물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박삼구 회장의 강경한 태도에 우선매수청구권자의 컨소시엄 가능 여부는 협의회 부의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회작의 법적 대응 시사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측은 “별도의 컨소시엄 가능 여부는 협의회에 부의하는 것이 아니라 박삼구 회장 측에서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면 이를 자동적으로 협의회에서 받아들일지 검토하게 된다”며 “이는 기존에 결정된 과정”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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