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근시안적 정책 논란이 도마위에 올랐다. 6.19대책, 8.2대책, 9.5대책 등 취임 이후 한달에 한번꼴로 국토부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면서다.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을 위해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실수요자들이 강남 등 서울에서 집사기가 더 어려워졌다. 국내 내수경기의 한축인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국내 경기마저 흔들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이나 거시경제차원에서 정책 카드를 꺼내기보다 단순하게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잡기에만 열을 올리는 등 숲을 보지 못해 나온 부작용이란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강남 재건축 로또 청약 열풍이다. 강남 고분양가를 저지하겠다는 정부와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강남에서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서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으로 일부 단지에 되레 웃돈을 만들어주며 로또 단지가 현실하고 있어서다. 실제 8.2대책 이후 강남권에서 처음 분양한 신반포 센트럴 자이(신반포6차 재건축) 청약 대박이 터졌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GS건설이 서초구 잠원동에 짓는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최근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1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분양한 단지 중 서울은 물론 수도권 최고 경쟁률이다. 김현미 장관이 이끄는 국토부와 HUG의 근시안적인 정책이 되레 시장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다.
강남 등 서울권역에서 DTI나 LTV 등 금융규제가 크게 강화된 점도 반영되고 있다. 특히 8.2대책이후 강남 등 LTV가 40%이하로 반영되면서부터다. 가령 10억원 짜리 아파트면 최소 6억원의 현금이 있어야 강남 입성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수요자들은 물론 중산층들도 현금 6억원을 확보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때문에 강남에 살고픈 실수요자들의 경우 현실 문턱이 높아진 반면 현금 실탄을 넉넉히 보유한 강남 현금 부자들은 집살 기회가 되레 늘어나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모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방에 1~2억원짜리 주택을 3채 보유하고 있어도 투기꾼이돼 정부가 중과세하는 반면 강남에 15억원짜리 집 한채라면 되레 양도세 등 세금혜택을 보게된다. 이는 주택수가 아닌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책정해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되면 특히 다주택자(일산 5억원 아파트·경기 연천 1억원 단독주택)인 김현미 장관도 무늬만 다주택자로 국토부 장관으로서 투기억제 정책을 이어가는 입장에서 자가당착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급등하는 집값을 제어하고 투기수요로 인한 가격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김 장관과 정부의 의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강남만 옥죄야한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국내 집값을 비롯한 국내 경기 등 경제 전체적인 틀에서 봐야지 제대로된 처방전이 나온다. 무엇보다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을 위한다는 정책들이 오히려 강남 부자들을 배불리거나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을 어렵게 하는 등 부작용을 양산한다면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국민들로부터 박수 받기 어렵다. 투기꾼이나 강남 집값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국내 실물경기가 망가졌다면 그 정책이 또한 옳다고 평가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시중에 1000조원이 넘는 유동자금이 있다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 휘발성이 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강남 투기꾼 잡기에 매몰되지 말고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큰 틀의 담대한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 장관이 작은 나무만 쳐다보는 사이에 혹여 작은 화마가 큰 숲마저 삼켜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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