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가 컨설팅에서 ‘존속’으로 가닥“최종 결정 아직” 당국 해명에도 기대감↑산은·수은, 추가 지원에 부정적 입장 고수‘혈세 낭비’ 논란 여전해 고심 깊어질 듯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말 중견조선소 관계자와 삼정KPMG의 중간 실사보고서를 놓고 논의를 펼쳤으며 STX조선과 성동조선을 살려야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황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서둘러 해명했지만 중간 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자 외부에선 두 조선소의 존속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당국은 삼정KPMG가 제출할 최종 보고서를 토대로 은행과 협의해 이달말께 조선소의 향방을 결정짓겠다는 방침이다.
사실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면 정부의 이 같은 방향성이 사람들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미 조선업계 전반에서는 정부가 두 회사의 회생을 지원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최근의 정책이 기업회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다 기업 청산이 지역경제와 산업 경쟁력 그리고 민심에 미칠 파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하는 게 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것이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성동조선을 찾은 것을 놓고도 조선업을 되살려야 한다는 강경한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았다.
정부가 두 조선소에 대한 추가 컨설팅을 주문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됐다. 당초 추가 실사의 취지는 현금 흐름 등 재무적인 부분에만 치중하지 말고 기술력과 보유 특허 수 등 산업경쟁력까지 두루 따져보자는 것이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청산에 무게를 둔 앞선 실사 결과를 반박하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STX조선과 성동조선은 기업의 존속 가능성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관건은 이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판단이다. 지난 몇 년간 두 조선소를 지원해온 이들 은행은 수차례 자금 투입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추가 지원에 줄곧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지금도 이 같은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수은은 지난해 실사에서 성동조선의 청산가치(7000억원)가 존속가치(2000억원)보다 높다는 결과를 받아든 바 있어 실사 결과 발표에 앞서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실제 수은은 2010년 4월 자율협약을 체결한 이래 약 3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성동조선의 실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성동조선은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누적 1조5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2014년말 76척에 달하던 수주잔량도 지난해말 5척으로 크게 줄었다. 그 여파로 수은도 2016년 1조4692억원의 손실을 내며 창립 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때문에 수은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부담을 덜어내고 싶어하는 눈치다.
산업은행도 지난해 11월 7척의 수주건에 대한 RG(선수금 환급보증)을 발급하며 STX조선의 영업활동을 도왔지만 추가 자금 투입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신규 선박 발주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인식이 강하다. 게다가 당시 RG를 발급한 것은 STX조선의 유동성과 자구계획을 점검한 뒤 내린 판단이었을뿐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게 산은 측 설명이다. 현재 산은은 STX조선이 수주한 11척 중 4척에 대해서는 RG 발급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가 두 조선소를 회생시키로 결론을 내린다면 산은과 수은이 더이상 기존의 태도를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인 이들이 정부의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도 어려운 입장이기 때무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나 RG발급 기준 완화가 요구될 수도 있다. 다만 혈세 낭비라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만큼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국책은행 관계자는 “아직 실사가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결과를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당국과 충분히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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