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온라인 진보논객 활동 중 오프라인으로 영역 확장20대 총선 이후 김경수에 접근···김정숙 여사 ‘경인모’ 언급문제의 본질은 불법행위 여부···김 의원 연루 의혹도 밝혀져야
우선, 드루킹이 누구인지 알아봐야 한다. 그는 69년생의 김모씨로 드루킹이라는 필명은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장 캐릭터인 ‘드루이드’에서 따온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자신이 드루이드의 왕(king)이라는 뜻으로 드루킹이라 필명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드루킹은 온라인상에서 진보논객으로 활동했다. 그는 ‘드루킹의 자료창고’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명 ‘파워 블로거’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블로그 운영이 활발한 정도를 따져서 파워 블로거를 선정하는데, 드루킹은 2년 연속 파워 블로거가 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진보 성향의 글을 꾸준히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드루킹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2009년도로 추정된다. 그는 블로그를 넘어 팟캐스트,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그가 활동영역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긴 것은 지난 2016년 1월이다. 당시 드루킹은 경기도 파주에 ‘느릅나무’ 출판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활동을 시작한다.
2016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다. 당시 김경수 의원은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별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초선으로 당선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주목을 받았다.
드루킹이 김 의원을 만난 시점은 2016년 총선 이후로 예상된다. 김 의원에 따르면 드루킹 등 몇 사람이 2016년 총선거 이후 의원회관에 찾아와 “문 대통령을 대선에서 돕고 싶다”며 파주에 있는 사무실에서 강연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것이 드루킹과 김 의원의 첫 만남이었다.
당시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하는 여러 활동을 돕고 있는 위치였다. 김 의원이 맡고 있었던 업무는 공보 업무였다. 드루킹은 김 의원이 문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을 알고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드루킹이 ‘경제민주화’를 위한 모임을 갖고 있다며 강연을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강연을 하기에 일정이 맞지 않아 고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6년 가을 김 의원은 드루킹의 출판사인 느릅나무 사무실을 찾아간다.
사전에 드루킹이 “파주에 사무실이 있는데 방문해줄 수 있느냐”고 거듭 요청했고, 이에 김 의원이 방문을 한 것이다. 김 의원은 “사무실에서 전문직종에 있다는 회원 7~9명과 상견례를 했고, 자기들이 생각하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대선 당선 후 실현해달라고 했다”며 “이후에도 경선이 시작되기 전 격려해달라고 해서 사무실을 한 번 정도 더 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들이 ‘자발적인 지지모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한다. 드루킹이 이끄는 경공모 회원들이 민주당 경선장에 찾아와 실제 지지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열심히 하는구나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경공모의 또 다른 이름은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다. 경인선 소개 글에 문 대통령이 2016년 9월3일 팬클럽 ‘문팬’의 창립총회에서 “SNS 공간의 대대적인 선플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 활동 계기라고 기재돼있다. 김 의원도 드루킹에게 온라인 기사 URL(링크)를 보낼 때 ‘선플 운동’을 위해 보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경인선은 2017년 4월3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마지막 순회경선에서 언급이 되기도 했다. 김정숙 여사는 “경인선에 가야지, 경인선 가자”라고 말하며 경인선 회원들에게 인사하러 가자고 하는 동영상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도 드루킹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이라는 곳을 알고 그런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아마 피케팅을 보고 ‘문팬’일 것이라고 생각해 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블로그에 김 여사와 경인선 사람들이 같이 찍은 사진이 존재하면서 의혹은 커져만 갔다.
2017년 3월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경기도 파주에 불법 선거사무소가 개설됐다는 의혹 제보를 접수한다. 그리고 대선이 있기 직전인 5월5일, 선관위가 검찰에 드루킹 등에 대해 불법 선거사무소 개설 등의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다.
이후 문 대통령은 당선됐고, 드루킹은 본심을 드러낸다. 드루킹은 김 의원을 찾아갔고, 그는 “인사추천을 하고 싶다”며 오사카 총영사로 모 변호사를 추천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이런 전문가라면 될지 안 될지 모르기 때문에 청와대에 전달은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드루킹이 추천한 인물에 대해 청와대는 오사카 총영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의원은 이 사실을 드루킹에게 전달했다. 김 의원은 “그때부터는 마치 이 요구를 안들어주면 자기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식의 반협박식, 심각하게 불만을 표시했다”며 “그 뒤에 드루킹과 거리를 뒀다”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16월에는 검찰이 내사 끝에 드루킹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한, 드루킹은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현금 5000만원을 건내려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부족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드루킹은 김 의원에게 했던 인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후부터는 반 문재인으로 돌아서며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디를 여러개 만들어 ‘매크로’ 작업을 통해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조작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시점은 지난 1월17일로 파악되고 있다. 드루킹 일당은 이날 오후 10시께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약 4시간 동안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평창올림픽 관련 기사의 댓글과 공감 등을 조작했다.
이들은 주로 정부가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 남북 단일팀을 결성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기사에 문화체육관광부, 청와대, 여당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특히 이들은 문 대통령을 비방하는 다수의 댓글에 600개 이상의 포털 ID를 통해 긍정을 의미하는 ‘공감’을 올렸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같은 달 31일 댓글 조작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네이버 측도 해당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후 3월21일에는 경찰이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했다.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4월13일이다. 드루킹 등 민주당 당원 여론조작 혐의로 검찰이 구속 송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 다음날 김 의원과 드루킹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보도가 됐다.
김 의원은 당시 6월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로 나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보도에 김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경남지사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연기하면서 출마를 고심했지만, 결국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건에 대해 야권은 특검을 주장했다. 지난 23일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긴급회동을 열고 특검법을 공동으로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야 3당은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여당인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권력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야 3당은 이번 대선 불법 여론조작 사건이 상식과 정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야당이 ‘대선불복’ 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특검을 통해 개헌을 거래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정권 교체를 불인정하고 대선 불복을 하는 것이 존재의 목적이냐”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불법 여부다. 만약 드루킹이 매크로를 활용해 문재인 대통령 선거운동을 했다면 불법이다. 일명 디지털 선거 브로커들은 현대 정치, 선거운동에서 빠지지 않는 세력이다. 이들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이에 김경수 의원이 동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응당의 처벌을 받으면 된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포털사이트의 뉴스편집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야권에서는 온라인 포털 기사에 댓글을 달 수 없게 만드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또한, 포털사이트가 사용하는 ‘인링크 방식(기사 클릭 시 포털에서만 보여지는 것)’에서 ‘아웃링크 방식(기사 클릭 시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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