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은산분리 논의’ 재개 움직임 민주당, 올 들어 ‘완화’로 입장 돌아서 “할 일은 한다” 금융당국도 개선 시사인터넷은행 자본 확충 부담 덜어낼 듯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를 재개할 조짐을 보이면서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해온 더불어민주당 측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약 2년 동안 국회에 묶인 관련 법안이 조만간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전날 민주당 소속 민병두·정재호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 계류된 법안은 산업자본이 은행지분 50%를 보유할 수 있게 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34%까지 허용한 뒤 5년마다 재심사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으로 나뉜다. 모두 인터넷은행의 성장 토대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현행 은행법에서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의 지분을 10%(의결권 있는 주식 4%)로 제한하는데 이대로라면 IT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은 자본 확충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도입을 논의하던 지난 2016년부터 국회에 발의됐지만 대기업의 은행 사금고화를 우려한 일부 의원의 반대로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데다 금융당국도 혁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상황이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역시 “시민단체가 여러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정부는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예금보험제도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참여연대의 앞선 반발에도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이어 전날 토론회에서도 최 위원장은 “은산분리 도입 당시보다 시대 변화에 따른 요구를 제도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사회·경제적 여건이 충분히 성숙해졌다”면서 “금융산업도 시대의 변화와 이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에겐 더 없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자본 확충을 둘러싼 제약이 완화된다면 보다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수 있어서다.
사실 케이뱅크는 증자를 시도할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KT를 대주주로 둔 현재의 구조로는 자본 확충에 한계가 있었고 20개사에 달하는 복잡한 주주 구성 탓에 의견 수렴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또 5월말 1500억원대 2차 유상증자를 결의했지만 모든 주주가 참여할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영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일부 대출 상품과 마이너스통장의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우려한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도 “어떤 사업이든 일정 규모의 자본을 갖춰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줄곧 피력해왔다.
다만 국회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민주당 내에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국회가 원을 구성한 뒤 입법을 추진하려면 적어도 연말까지 기다려야할 것으로 외부에서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심성훈 대표는 “은산분리 제도의 취지를 유지하면서 인터넷은행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방안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된 특례법 제정”이라고 토로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도 “소비자 중심의 혁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인터넷은행 도입 당시 구상한 것처럼 ICT 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주주·지분 구성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현재 인터넷은행은 혁신을 위한 주주 구성을 완료했으나 은행법 상 소유 지분 제한으로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