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 규모 2차 유상증자에 ‘이상신호’ 감지 “이달말 매듭짓겠다” 장담했지만 ‘감감무소식’인터넷은행 낮은 성장성에 주주간 협상 지연증자 무산 시 ‘부동산 대출’ 등 차질 불가피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가 장담한 유상증자 시한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으나 케이뱅크 측은 증자 규모와 자금 납부 일정 등 세부적인 사항을 아직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주사가 20개에 달하는 복잡한 주주 구성으로 인해 의견 수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금리 대출’ 중심인 인터넷은행의 수익모델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가운데 ‘은산분리 완화’라는 정책적 지원마저도 불투명해지자 기존 주주들이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케이뱅크의 2차 유상증자는 지난해부터 거론된 사안이다. 심성훈 대표는 작년 9월 중장기 경영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당시 추진 중인 1000억원 규모의 1차 증자를 마무리한 뒤 연말께 1500억원대 추가 증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을 맞추면서 사업을 확장하려면 자본금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증자 과정은 그리 원만하지 않았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불거진 특혜인가 의혹과 KT·우리은행·NH투자증권 등 대주주의 ‘동일인’ 논란으로 손실된 이미지가 자금 확보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비록 지난해말 금융위원회 산하 민간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로부터 절차상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아들면서 의혹을 씻어냈지만 그 여파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 1000억원 규모의 1차 유증 때도 케이뱅크는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19개 주주사에 지분율대로 신주를 배정했지만 9개사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케이뱅크는 종합부동산개발 회사 MDM을 신규 주주로 영입한 끝에 약 140억원(지분율 4%)을 수혈받아 증자를 마칠 수 있었다. 132억원 정도의 실권주는 KT 등 주요 주주가 의결권 없는 전환주 방식으로 인수했다.
추가 증자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심성훈 대표는 올초 ‘범금융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1분기 안에 증자를 매듭짓겠다고 밝혔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지난 4월 출범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선 5월말께 증자를 마치겠다고 언급했으나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더딘 케이뱅크의 성장성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이 은행은 출범 첫 해인 지난 2017년 838억원의 순손실을 냈으며 2월말 기준 여신은 9700억원, 수신은 1조21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물론 사업 초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결코 나쁜 숫자라고 보긴 어렵지만 이미 수신 실적만 6조원을 넘어선 카카오뱅크와 비교해보면 다소 아쉽다는 평이다. 더욱이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또 한 차례의 5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순조롭게 끝내면서 자본금을 1조3000억원으로 늘린 상태다.
이 가운데 추가 증자마저 미뤄진다면 케이뱅크의 성장은 더욱 늦춰질 수밖에 없다. 3500억원이라는 지금의 자본금으로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데 제약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최근 모바일슈랑스와 해외 송금 서비스로 저변을 넓히고 있는 케이뱅크는 추후 비대면 부동산 대출과 간편결제 서비스, 신용카드 등을 선보일 예정이나 자본금이 확충되지 않는다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심성훈 대표 역시 “어떤 사업이든 일정 규모의 자본이 있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케이뱅크 관계자는 “유상증자의 규모와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주주사가 많은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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