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조 총파업에 ‘성과급제’ 재조명2000년초 은행권 확산됐지만 실효성 글쎄? 단기성과 집착하고 ‘임금 격차’에 위화감만“귀족노조?···모두의 연봉이 1억원은 아냐”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 집결한 가운데 총파업을 진행했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사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일부 사안에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KB국민은행 노조가 파업에 이르기까진 임금피크제 진입 조정과 페이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 등 여러 사안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세간의 주목받은 것은 다름 아닌 노사의 ‘성과급’ 공방이었다. ROE(자기자본이익률)에 비례해 초과이익을 배분하자는 사측의 제안에 노조가 반대했고 협상 결렬 직전 사측이 ‘보로금’ 300%를 지급하겠다며 물러선 장면이 유독 부각된 탓이다. 이렇다보니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이익에 눈이 멀어 소비자를 등졌다는 비난 여론도 생겨났다.
다만 KB국민은행 노조의 행보를 바라본 같은 업계 동료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성과급이 이번 파업의 핵심 이슈도 아닐뿐더러 은행 실적 등을 감안한다면 지난해 월급의 300%를 ‘보로금’으로 달라는 것은 결코 무리한 요구도 아니라는 게 일각의 조심스런 목소리다. 오히려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을 돌아봐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같은 시선은 ‘성과급제’에 대한 사회 전반의 복잡한 감정과 무관치 않다. 연공서열식 급여체계에서 벗어나 이익을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지만 소득 편차를 낳고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직원 간 위화감도 조성한다는 그 ‘양면성’이다.
◇2000년초 등장해 ‘개인 평가’로 진화=은행권에 성과급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1992년부터 일부 대기업에서 실시하던 게 IMF 외환위기 직후 기업이나 증권사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됐고 시중은행으로도 파장이 이어졌다.
이에 신한은행이 2000년 개인별로 목표를 정하고 평가하는 ‘성과관리시스템’을 만든 뒤 3급 이상 직원에 대해선 성과급을 차등지급하기 시작했고 옛 한미은행은 2001년 은행 중에선 처음으로 ‘집단 성과급제도’를 도입했다. 집단성과급제는 팀·지점별 목표를 정한 뒤 초과달성 시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다. 아울러 외환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도 발맞춰 보상체계 개편을 선언하며 변화에 착수했다.
그 중엔 나름 눈길을 끌었던 것들도 있었다. 은행 주가와 주당순자산(BPS)에 연동해 성과급을 준다는 외환은행의 ‘로즈 보너스’ 제도가 대표적이다. 은행이 직군별로 연봉 일부를 돌려받고 성과에 따라 19∼149.4%의 성과급을 배분하는 우리은행의 성과급제(2005년) 역시 억대 연봉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같은 직급 직원 간 연봉 격차가 최고 3.2배까지 커졌다는 후문이다.
이후 은행권의 성과급제는 꾸준히 진화한다. 부서의 실적 또는 특정 직급만을 중심으로 하던 이 제도는 모든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로 확대된다.
◇“그래도 연봉 1억은 남얘기···소득편차 심해”=문제는 각 은행의 성과급 시스템이 본 취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인과 지점의 성과를 가를 명확한 경계가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결국 누군가는 상당한 실적을 냈음에도 지점의 성적에 따라 적은 돈을 받고 다른 누구는 별다른 실적이 없었지만 반사이익을 얻었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은행의 성과급 제도는 직원과 지점 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겼고 상품 판매 등 실적의 점수화로 단기성과 위주 경영행태라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이 와중에 직급과 지점에 따른 연봉 격차는 커졌다. 파업에 나선 KB국민은행의 경우에도 2017년 기준 평균연봉이 9100만원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성과급이 포함된 것이고 지점장 등 억대 연봉자까지 반영해 과대평가된 수치라는 게 노조 측 전언이다. 국민은행의 대졸 신입사원 초임연봉은 4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게다가 은행은 사실상 ‘연공형 호봉제’에 ‘성과급제’를 일부 결합한 ‘성과혼합형 호봉제’를 활용하고 있어 고과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다고 앞서 전문가들도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연봉에서 성과급 비중이 커지는 것은 은행원에게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는 기본급이 상대적으로 적고 해마다 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수익도 불규칙해질 수 있다는 의미라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KB국민은행 노조도 19년 만에 총파업에 나서기까진 고민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이번 파업에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급제가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분명하나 과도한 경쟁은 결국 은행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경영진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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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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