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개월 만에 공식입장···본격적 실력행사 예고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막으려 소액주주 확보 관측조현아 전 부사장과 동맹 ‘합의 or 불발’ 시각 엇갈려
KCGI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배포하고 “조원태 대표이사가 자신의 총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한진그룹 주력 기업인 대한항공의 임직원들까지 동원하는 전근대적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대한항공의 부당지원,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 임원을 포함해 직원 여러명을 한진칼로 파견시켰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 의결권 위임 등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진그룹 측은 “직원 파견은 그룹 내 인력 교류에 해당되는 적법한 전출”이라며 “파견 시 발생하는 인건비 등 제반 비용에 대해서는 공정한 계약에 의거해 정당한 절차로 정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KCGI가 공개 입장문을 낸 것은 지난해 11월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이후 2개월 만이다. KCGI는 지난해 5월 이후 약 7개월간 한진칼 지분을 15.98%로 유지하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의결권 행사 기준일이자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달 26일을 앞두고 지분율을 17.29%로 높이며 주총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 입장 발표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KCGI가 ‘조 회장 흠집내기’에 돌입한 이유로는 소액주주 표심 모으기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진칼 지분구조는 조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델타항공 10.00%, 반도건설 8.28%, 국민연금이 4.11%, 카카오 1% 등이다.
단일 최대주주는 KCGI다. 하지만 주주간 합종연대 시나리오가 쏟아지면서 우위를 점한 세력을 단정할 수 없다. 이번 주총에서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KCGI는 이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30%대의 소액주주를 등에 업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KCGI가 조 전 부사장과의 협상에서 일부 진전을 이룬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동생인 조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 회장이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을 어겼다며 남매간 분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그룹 등 주요주주와 만나 그룹 개선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KCGI와 조 전 부사장이 연대하기로 합의했고, 주총에 대비해 조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해석이다.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KCGI가 조 전 부사장과의 협상에서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는 것.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접선했다고 알려진 시기는 1월 둘째 주다. 이 시기에 KCGI는 공식 유튜브에서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지적했다. 또 송현동 부지 매각과 호텔 사업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부사장은 호텔 사업에 애착을 가지고 있어, 이를 처분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KCGI는 오너가의 방만경영 예시로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을 꾸준히 거론해 왔다. 이런 이유들로 둘 사이 간극을 좁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KCGI는 조 회장이 과거 대한항공을 동원, 본인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한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2016년 대한항공을 앞세워 계열사 내부거래로 이익을 몰아준 혐의를 받아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고발된 바 있다.
당시 부당거래 계열사는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로, 오너일가가 지분 전량을 보유해 왔다. 공정위 조사 결과 대한항공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는 2009년 이후 수년간 이뤄졌다.
조 전 부사장 역시 고발 대상이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는 2014년 2월부터 시행됐고, 오너가에 대한 법적용은 2015년 2월부터였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말 땅콩회항으로 사퇴하면서 법 적용 대상에서 운 좋게 벗어났다.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동맹을 맺었다면, 조 전 부사장이 경영복귀하는 데 약점이 될 과거 사례를 소환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도 일리가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KCGI가 누구와 손을 잡았는지, 협상과정에서 무산됐는지 여전히 미궁 속”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입장 발표를 기점으로 조 회장에 대한 KCGI 압박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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