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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다시 시작된 조원태 회장 흠집내기 배경은?

KCGI, 다시 시작된 조원태 회장 흠집내기 배경은?

등록 2020.01.22 11:07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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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개월 만에 공식입장···본격적 실력행사 예고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막으려 소액주주 확보 관측조현아 전 부사장과 동맹 ‘합의 or 불발’ 시각 엇갈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2대주주 KCGI가 실력 행사를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한동안 잠잠하던 KCGI가 조원태 회장에 대해 공격태세로 전환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KCGI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배포하고 “조원태 대표이사가 자신의 총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한진그룹 주력 기업인 대한항공의 임직원들까지 동원하는 전근대적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대한항공의 부당지원,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 임원을 포함해 직원 여러명을 한진칼로 파견시켰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 의결권 위임 등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진그룹 측은 “직원 파견은 그룹 내 인력 교류에 해당되는 적법한 전출”이라며 “파견 시 발생하는 인건비 등 제반 비용에 대해서는 공정한 계약에 의거해 정당한 절차로 정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KCGI가 공개 입장문을 낸 것은 지난해 11월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이후 2개월 만이다. KCGI는 지난해 5월 이후 약 7개월간 한진칼 지분을 15.98%로 유지하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의결권 행사 기준일이자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달 26일을 앞두고 지분율을 17.29%로 높이며 주총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 입장 발표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KCGI가 ‘조 회장 흠집내기’에 돌입한 이유로는 소액주주 표심 모으기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진칼 지분구조는 조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델타항공 10.00%, 반도건설 8.28%, 국민연금이 4.11%, 카카오 1% 등이다.

단일 최대주주는 KCGI다. 하지만 주주간 합종연대 시나리오가 쏟아지면서 우위를 점한 세력을 단정할 수 없다. 이번 주총에서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KCGI는 이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30%대의 소액주주를 등에 업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KCGI가 조 전 부사장과의 협상에서 일부 진전을 이룬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동생인 조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 회장이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을 어겼다며 남매간 분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그룹 등 주요주주와 만나 그룹 개선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KCGI와 조 전 부사장이 연대하기로 합의했고, 주총에 대비해 조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해석이다.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KCGI가 조 전 부사장과의 협상에서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는 것.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접선했다고 알려진 시기는 1월 둘째 주다. 이 시기에 KCGI는 공식 유튜브에서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지적했다. 또 송현동 부지 매각과 호텔 사업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부사장은 호텔 사업에 애착을 가지고 있어, 이를 처분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KCGI는 오너가의 방만경영 예시로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을 꾸준히 거론해 왔다. 이런 이유들로 둘 사이 간극을 좁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KCGI는 조 회장이 과거 대한항공을 동원, 본인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한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2016년 대한항공을 앞세워 계열사 내부거래로 이익을 몰아준 혐의를 받아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고발된 바 있다.

당시 부당거래 계열사는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로, 오너일가가 지분 전량을 보유해 왔다. 공정위 조사 결과 대한항공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는 2009년 이후 수년간 이뤄졌다.

조 전 부사장 역시 고발 대상이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는 2014년 2월부터 시행됐고, 오너가에 대한 법적용은 2015년 2월부터였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말 땅콩회항으로 사퇴하면서 법 적용 대상에서 운 좋게 벗어났다.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동맹을 맺었다면, 조 전 부사장이 경영복귀하는 데 약점이 될 과거 사례를 소환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도 일리가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KCGI가 누구와 손을 잡았는지, 협상과정에서 무산됐는지 여전히 미궁 속”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입장 발표를 기점으로 조 회장에 대한 KCGI 압박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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