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훈 창업주 탄생 100주년 추모행사 불참가족들과의 만남,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분석‘대한항공 리베이트’ 비판, 전문경영인 도입 주장부친의 불법 의혹 제기···조원태 공격 빌미 삼아
6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전날 고(故) 조중훈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기념 추모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조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함께하며 친조부의 넋을 기렸다.
하지만 한진가 3세 맏이인 조 전 부사장만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장본인이면서 그룹 전체를 적으로 돌린 만큼, 이들과 얼굴을 맞대는 것이 불편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가족들과 한 자리에 서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 행사는 매년 이뤄지는 것이 아닌 특별한 행사”라며 “동생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조 전 부사장이라지만, 창업주 손녀로서 참석할 수 있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조 회장이 ‘공동경영’이라는 선대 회장의 유훈을 어기고 독단경영을 하고 있다며 반기를 든 바 있다. 이후 1월 말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KCGI, 반도건설과 3자 동맹을 결성했다. 이들이 뭉친 표면적인 이유는 '한진그룹 정상화'다. 하지만 조 회장 퇴진과 경영권, 시세차익, 개발이익 등 각기 다른 목적을 위해 손을 잡은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집안의 원수’와 손을 잡은 조 전 부사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다. 조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는 KCGI의 경영권 공격과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막내동생인 조 전무는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체제를 지지한다”면서도 “조 전 부사장이 다시 가족 일원으로서 한진그룹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공세는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그는 한진그룹 현 경영진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부친의 과거 의혹까지 서스럼없이 지적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한항공의 리베이트 의혹’을 거론했다. 지난해부터 KCGI와 뜻을 같이한 채 의원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퇴진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채 의원에 따르면 프랑스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대한항공의 A330 기종 10대 구매 대가로 고위 임원에게 1500만 달러(한화 약 180억원)의 리베이트 지급을 약속했다. 또 실제로 2010년과 2011년, 2013년 세 차례에 걸쳐 돈이 지급됐다.
조 전 부사장을 주축으로 한 3자 연합은 “심각한 범죄 행위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에서 발생한 것에 대해 분노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면서 “범죄 행위에 관여된 인사들은 즉시 물러나야 하고, 새로 선임될 이사진에 포함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리베이트 의혹이 부친 업적에 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리베이트 의혹의 대상은 조 전 회장과 측근들이다. 조 회장이 입사(2002년)하기 전이고,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오른 것은 2017년여서 이 일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 현재 주요 보직에 있는 경영진과의 관련성도 찾기 쉽지 않다.
3자 연합은 “리베이트 사건은 주주연합이 지향하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왜 필요한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은 부친의 과거 불법 의혹을 빌미로 삼아, 조 회장을 끌어내릴 명분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조 전 부사장이 동생을 향해 칼날을 겨눈 배경엔 경영복귀 무산과 측근들의 경영배제 등이 작용했다.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경영복귀를 요청했지만, 조 회장은 사회적 여론 등을 문제 삼으며 누나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실시한 그룹 인사에서는 조 회장 측근 인사들이 대거 승진한 반면, 소위 조 전 부사장 라인으로 불리던 임원들이 퇴출됐다. 조 전 부사장은 자신들의 수족이 모두 잘려나가자 결국 반기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폭주를 걱정한다. 가족간 화해 시기를 놓치면 완전히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가족간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당장 4월 예정된 조 전 회장의 1주기 행사마저 불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명희 고문이 현재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 한다고 알고 있다”며 “남매간 분쟁을 시작한 것이 조 전 부사장인 만큼, 마무리 짓는 것도 그의 몫”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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