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1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금융권 낙하산 인사 관련 쇄신안 마련 진행 상황을 질의하는 과정에서 손보협회장으로 내정된 정 이사장을 언급하며 “모든 사기업이나 협회가 기관에 유리한 관련 공직자를 모셔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며 “하지만 4년 뒤, 5년 뒤 내가 갈 수도 있는데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될 수 있겠나. 그러면 공무원 재취업 심사는 왜 있나”라고 지적했다.
손보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일 3차 회의에서 총 4명의 차기 회장 후보 중 정 이사장을 최종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1962년생인 정 이사장은 행시 27회 출신으로 은 위원장과 동기다.
그는 재무부, 재정경제원을 거쳐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과 상임위원 등을 역임한 뒤 2015년 공직에서 물러나 한국증권금융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정 이사장은 오는 13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15개 정회원사 대표이사가 참석하는 총회를 개최해 정 이사장을 회장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다만, 정 이사장은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거쳐야 해 공식 취임은 이르면 다음달 21일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원은 정 이사장과 함께 서울보증보험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의 사례도 문제 삼았다.
서울보증보험은 같은 날 유 전 수석부원장과 김상택 현 사장을 상대로 면접심사를 실시해 유 전 수석부원장을 대표이사로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유 전 수석부원장은 행시 29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산업경제과장,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 국장을 거쳐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뒤 2017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재직했다.
박 의원의 지적에 은 위원장은 “업계에 있는 분들이 좋은 분들을 모셔간 것이기 때문에 금융위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며 “나도 수출입은행장을 했는데 수출입은행 직원이 거래 기업을 가는 건 맞지 않겠지만, 금융위에서 30년 일했다고 해서 죄를 지은 거냐”고 반박했다.
은 위원장은 이어 “다음에 갈 걸 대비해서 봐줄 거라고 예단하면 어느 공무원이 일을 하겠나. 공무원들도 자리에서 소신껏 일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건 공무원 전체를 모독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금융위원장이 그렇게 안일하게 말하면 안 된다”며 “대통령이 전관특혜, 전관예우 얘기했는데 그게 공무원 모독하는 건가”라고 다시 지적했다.
예결위원장인 같은 당 정성호 의원 역시 “금융위원장은 공무원의 선의를 믿어달라고 하지만 국민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다”며 “전체적으로 고민을 해서 금융위 차원의 대책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박 의원은 지난달 금융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6년간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출신 전직 경제관료의 117개 금융기관 재직 현황을 공개하고 “금감원 이외의 8개 금융공공기관 중 산업은행 한 곳을 빼고는 기재부, 금융위 출신들이 수장을 맡고 있다”며 “금융권 주요 로비채널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협회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의원은 금융협회와 관련해 “업계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차지하던 세 자리가 바뀌면서 6대 금융협회장 중 손보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총 세 곳이 경제관료 출신”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합성어)들이 국내 금융기관에 낙하산으로 포진해 있어 금융개혁이 방해받고 여러 부작용들을 가져오고 있다”며 “관련 법을 개정해 낙하산 방지는 물론 금융기관 자체 내부 승진이 가능하도록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jky@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