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NH·한국 이어 KB증권도 출시...주식 관리 가능 가입조건 개선에 유입 급증...세제 혜택 최대 장점시중은행 중개형 출시 미온적...비용 들고 경계 모호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5일 중개형 ISA를 출시했다. ISA는 펀드, 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합 관리할 수 있어 ‘만능통장’으로 불리며, 올해부터는 국내 주식까지 편입됐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KB증권까지 중개형 ISA를 내놓으면서 증권업계의 시장 경쟁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하나금융투자도 곧 중개형 ISA를 선보일 것으로 보이며, 대신·키움·유안타증권 등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리테일이 강한 증권사라면 대부분 중개형 ISA에 뛰어드는 셈이다.
ISA는 지난 2016년 정부가 도입한 금융투자 종합관리용 통장이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을 수 있고 금융소득에 대한 비과세와 저율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하지만 투자한도가 연간 2000만원에 불과하고 의무가입기간이 5년이나 돼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들어 ISA의 가입요건과 운용범위를 크게 손보면서 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국내 상장 주식을 직접 매수할 수 있도록 한 중개형 상품을 계기로 시중은행에 편중됐던 ISA 자금이 증권사로 분산되는 모습이다.
기존 ISA는 소득이 있는 경우에만 가입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만19세 이상이면 소득이 없어도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의무가입기간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고 중개형 ISA의 출시로 ‘절세계좌’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출시한 중개형 ISA는 개별 종목의 주가가 하락해도 다른 금융상품의 수익과 상계하는 손익통산이 적용돼 절세가 가능하다. 특히 순이익 20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초과금액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의 혜택까지 주어진다.
연 2000만원 납입한도에 최대 1억원까지 넣을 수 있지만 한도를 다 채우지 못할 경우 내년으로 이월도 가능해졌다. 조만간 예탁결제원의 시스템이 구축되면 증권사간 계좌 이동도 할 수 있게 된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증권업계의 ISA 자금이 계속 빠져나갔지만 12월부터 본격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제도를 손본 올해 1월에는 증권사에 318억원에 달하는 ISA 자금이 몰렸다. 2020년 한 해 동안 누적 가입금액이 86억원에 그치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수치다.
중개형 ISA를 지난달 25일 출시한 삼성증권에는 일주일 만에 2만5168명의 신규 고객이 유입됐다. 3040의 젊은층이 삼성전자 등 배당 우량주를 중심으로 사들였다는 게 삼성증권의 설명이다. 삼성증권의 중개형 ISA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88.8%에 달한다.
반면 은행권은 중개형 ISA에 대해 시큰둥한 분위기다. 은행은 직접적인 주식투자가 불가능해 실효성이 크지 않아서다. 중개형 ISA는 위탁매매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증권사만 개설할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은 증권사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주식매매 시스템 구축에도 큰 비용이 들어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주식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면 비용도 문제지만 업종간 경계가 사라져 조심스럽다”며 “증권시장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로 중개형 ISA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증시가 주춤하면 안정적인 은행 상품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탁형·일임형 등 기존 ISA를 주도하고 있는 은행이 굳이 중개형 ISA를 출시할 이유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신탁형·일임형 ISA에 가입한 고객은 총 193만9102명이다. 이 가운데 은행의 가입자 수는 178만3066명으로, 전체의 92%에 달한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