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우리은행 내부통제 체계 지적 “상품선정위원회가 제 기능 못해”“조작으로 의결 결과 왜곡하기도”항소 고민하는 금감원 행보 주목
특히 법원이 금융회사의 부실한 내부통제 체계에 대한 책임이 CEO에게 있다며 징계의 정당성을 일부 인정하면서 금감원과 금융권의 불편한 관계가 계속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금감원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행정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우리은행의 실책을 매섭게 질타했다.
우리은행의 자율적 내부통제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DLF와 같은 위험 상품을 판매하기에 이르렀고 결과적으로 막대한 소비자 피해를 불러왔다는 게 재판부의 지적이다.
당초 금감원은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조치를 부과하면서 ▲상품선정위원회 생략 ▲리스크 관리 ▲상품선정위원회 운영·결과 미비 ▲투자자 권유 사유 정비 미비 ▲점검체계 기준 미비 등 5가지 사유를 들었다.
이 가운데 재판부가 인정한 단 하나의 징계 사유는 ‘상품선정위원회 운영·결과 미비’에 대한 사실이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형식적으로는 내부통제를 위한 상품선정절차인 ‘상품선정위원회’를 갖췄으나 이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9명의 위원에게 의결 결과를 통지하는 절차조차 마련하지 않았고, 의결 결과 역시 상품출시 부서의 의도에 따라 투표지 위조, 불출석·의결 거부 위원에 대한 찬성표 처리 등으로 왜곡됐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검사에서 우리은행은 2017년 8월17일 이후 신규 출시한 DLF 상품 360개 중 357개(99.2%)를 상품선정위원회나 공정가액평가실무협의회 평가 등 적정성 검토 없이 출시한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내부통제기준 작성 업무에 대해서도 손 회장이 감독자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그 책임이 손 회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CEO가 내부통제기준 운영자의 직속 감독자가 아니므로 징계 대상이 아니란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손 회장 승소 판결이 나온 것은 말 그대로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아래선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위반으로 금융회사나 임직원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금융기관이 소비자의 권익을 도외시한 채 그 실적만을 좇거나 경영진이 그 욕망에 따른 의사결정을 하는데도 제동을 걸어줄 내부통제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며 “금융사지배구조법령이 유독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이란 문언을 명확하게 추가한 그 규범적 함의를 결코 가벼이 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판결문에서의 이 같은 언급이 대응책을 고민하는 금감원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재판부가 5개의 징계 사유 중 하나만을 인정했지만 이를 통해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문제를 드러냄으로써 금감원에도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짚은 것을 놓고 감독당국 제재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금감원은 판결문을 분석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판단 기준 등 세부 내용을 따져본 뒤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항소와 재심 여부 등 구체적인 처리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만일 항소로 가닥을 잡으면 금감원과 손 회장은 다시 장기간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게 된다. 반면 항소를 포기해 1심의 징계 취소 판결이 확정되면 금감원은 직권으로 제재심을 열어 제재 수위를 조정할 전망이다.
다만 이 경우 손 회장은 문책경고 부담을 덜어낼 수는 있겠지만 경징계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측은 “내부적으로 판결문 검토에 착수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항소 여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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