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 출신 ‘투톱’ 취임 후 첫 상견례사모펀드 사태 CEO 징계 수위 교감 주목징계 근거 ‘내부통제’ 두고 여론은 “손질해야”자본시장연 “소홀 마련 범위 모호하고 주관적”
금융사 CEO 징계 근거로 제시되는 ‘내부통제’를 두고 손질을 봐야 할 때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감원 징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하면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금융위원회 집무실에서 취임 후 첫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취임 이후 상견례 차원이지만 두 수장이 경제관료 출신으로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과 행정고시 28회 동기라는 점에서 여러 사안을 두고 사전 교감을 했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고 위원장은 정 원장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한 몸으로 협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정 원장도 고 위원장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금감감원도 정책과 감독에서 금융위와 호흡을 같이 하겠다”고 화답했다.
금융권에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례를 두고 두 수장이 어떤 의견을 나눌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임자 시절 불거진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를 두 수장이 수습해야 하는데 이런 대목에서 얘기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손 회장 사례가 언급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손 회장은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에 따라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자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 27일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번 손 회장의 승소로 같은 사례인 함영주 하나금융부회장의 행정소송 결과도 주목받고 있으며 다른 금융사 CEO의 줄소송이나 징계경감 등도 거론되는 상태다. 특히 금감원은 이달 초 하나은행 제재심까지 눈앞에 두고 있어서 이런 사안들은 초미의 관심사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의 비공개 회동 이후 전면적인 금융사 CEO ‘내부통제’ 기준을 손볼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회사 내부통제 관련 법령을 보면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테면 ‘충실한’ 등 추상적인 문구가 포함돼 금융당국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회에 관련 규정을 보완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상정됐는데 이 개정안 역시 ‘실효성’과 ‘충실한’과 같은 불명확한 기준을 담고 있어 금융당국의 자의적 제재 여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하다.
금감원이 손 회장 행정소송 패소 이후 “판결문을 분석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파난 기준 등 세부 내용을 따져본 뒤 금융위와 협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모호함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자의적 기준 해석 가능성을 없애기 위한 여러 대안은 이미 시장에 제시된 상태여서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의 방향 설정이 중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하는 간행물 ‘자본시장포커스(21년 9월호)’에 게재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개선 방향’에 따르면 국내 지배구조법에서 명시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관련 ‘소홀 마련’의 범위가 주관적이며 법제에 근거한 책임자 범위가 모호하다.
이런 이유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다른 국내 환경이 꼽힌다. 미국 등 주요국에선 금융사 임직원의 행정규제 위반이 발생하면 감독자가 위법 행위자에 대한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해 중간감독자 또는 최종감독자를 포함한 금융회사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부여할 수 있다. 이때 감독 소홀 범위는 중간감독자와 최종감독자 모두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반대로 우리 금융 현행법의 경우 행정규제 위반 시 CEO 등 최종감독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지배구조법에 근거한 ‘내부통제기준’ 소홀 마련을 이유로 CEO까지 책임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내부통제기준이라는 규정이 말 그대로 자율규범적 속성이 있어 이런 내부 선언적 의미를 가지고 CEO까지 제재하는 것은 과하다는 금융권의 반박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마련 소홀을 가지고 법으로 어떤 제재를 내리기엔 기준이 불명확하고 무엇보다 앞선 사례도 없다”며 “제도 개선 측면에서 새로운 금융당국 수장이 교감해 향후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는 논란을 사전에 교통정리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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