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최대주주 한화에너지, ㈜한화 주식 매입舊한화에너지, 합병결정 직후 지분율 공격 확대지배구조 최상단 안착시 그룹 전반 지배력 가능 정당한 주식취득 결정···‘실탄확보’ 배당금 등 관측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는 이달 5일부터 12일까지 5차례에 걸쳐 ㈜한화 주식 85만6699주를 장내 매수했다. 평균 매입 단가는 3만4870원으로, 총 300억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화에너지는 지난 1일 모회사 에이치솔루션을 역흡수한 합병법인이다. 이번 통합으로 한화에너지 최대주주는 에이치솔루션(100%)에서 김동관 사장(50%)으로 변경됐다.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각각 25%를 보유한 공동 2대주주다.
구(舊) 한화에너지는 통합이 결정된 직후부터 ㈜한화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합병 예정 공시가 나온 8월 ㈜한화 주식(보통주)을 첫 매입한 구 한화에너지는 약 한 달간 25차례에 걸쳐 74만5575주를 확보했다. 평단가 3만3472원을 대입한 총 투입액은 250억원이다.
합병 이전 이미 ㈜한화 2대주주이던 에이치솔루션은 주식 389만3607주(5.19%)를 보유 중이었다.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 총 주식은 463만9182주로 늘어났고, 이달 이뤄진 추가 매입으로 지분율은 총 7.33%가 됐다.
한화그룹 3세로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현 시점에서 미뤄볼 때,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 강화는 지배구조 재편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화는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3세 개인회사인 한화에너지가 또다른 지주사 역할을 맡아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그리고 있다. 3세로의 경영권 이양을 위해서는 이중 지주사 체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초 ㈜한화와 한화에너지가 합병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비상장사의 기업가치 산정방식을 두고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한화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한화에너지는 결국 지배구조 최상단에 오르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지분을 취득해 경영권을 넘겨받는 정당한 승계법으로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한화그룹의 현재 지배구조는 ‘김승연 회장→㈜한화·한화에너지→한화솔루션·한화생명·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임팩트 등’이다. 만약 한화에너지가 그룹 정점에 올라선다면, 지배구조는 ‘김승연 회장→한화에너지→㈜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생명·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이 된다. 김동관 사장은 한화에너지를 통해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22.65%다. 한화에너지가 김승연 회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약 16%(1200만주)의 추가 지분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전날 ㈜한화 종가 3만35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40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재계에서는 지속적인 지분 매입을 위한 한화에너지의 실탄 확보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선 한화에너지 자체사업 강화가 기대된다. 한화에너지는 태양광 발전소 매각사업의 고공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와 리테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규 사업도 발 빠르게 넓히고 있다.
자회사 한화임팩트(구 한화종합화학)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당도 유용하다. 한화임팩트는 자회사 한화토탈로부터 매년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받아왔지만, 2015년 한화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단 한 차례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삼성그룹과의 지분 정리가 완료된 만큼, 한화임팩트가 배당을 개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진다.
한화임팩트가 단순 석유화학 회사에서 투자전문회사로 정체성을 바꾼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한화임팩트는 신기술과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투자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신사업 진출로 수익 다변화을 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편에서는 김동관 사장 체제를 공고히하기 위해 오너 3세들의 한화에너지 지분율에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한화에너지가 추후 단행하는 유상증자로 김동관 사장이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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