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힐스테이트 더 운정’ 견본주택 현장 가보니아파트 대신 오피스텔로 ‘내 집 마련’ 하는 수요자들 청약통장 없어도 돼 신혼부부·청년 등 많이 다녀가 “대출 조여지기 전에 오피라도” 하루에 5만명 등록단 분양가가 비싸다는 게 흠···분상제 적용 안 받아“스타필드 들어올 자리 ‘입지깡패’ 될 것” 반박도인근 아파트 시세 따지면 적정하다는 의견도 나와
한 때 ‘미분양 폭탄’으로 몸살 앓던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 내에서 주거용 오피스텔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방문객들이 벌써부터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34평형 기준으로 분양가가 9억원을 거의 꽉 채운 8억8520만원에 책정됐는데도 말이다. 10세대만 공급한다는 팬트하우스(50평형)는 30억원 가까이 임박하는 금액이다. 이 오피스텔은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힐스테이트 더 운정’으로 지난 27일 견본주택을 처음으로 개방했다.
◇아파트 자리 넘보는 ‘주거용 오피스텔’, 예약 마감에 되돌아가는 방문객도 ‘다수’ = 본지가 지난 27일 '힐스테이트 더 운정'에 방문해보니 투자자들이 몰리며 '바글바글' 했다. 특히 청년들과 젊은 신혼부부 등 3040세대들이 많이 보였다. 견본주택 관람 예약은 5분 만에 조기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운정까지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아침부터 견본주택을 방문하려는 예비 청약자들의 줄도 만만찮았다. 분양 관계자 말에 따르면 하루에 등록한 고객 수만 해도 5만명 이상, 예상되는 청약 경쟁률은 최소 30대 1로 추정된다고 한다.
오피스텔이지만 주거용 2600세대 대부분이 아파트 34평에 해당하는 전용 84㎡ 크기로, 헬스장, 도서관 등 커뮤니티시설까지 갖춰 실수요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에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아파트 자리를 넘보고 있다. 아파트로의 청약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자 주거용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가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겨냥한 정부의 규제가 집중되면서 오피스텔이 틈새상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별도의 청약통장이 없어도 돼 국내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으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실거주 의무도 없을 뿐더러 주택 수에 포함도 되지 않는다.
분양 관계자는 “아파트 청약은 경쟁률이 갈수록 치솟는데다 ‘가점제’ 비중이 높아지면서 청년들에게는 당첨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래서 실수요자들 중 젊은 신혼부부들이 주거용 오피스텔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 청약 통장이 없어도 되는데다 ‘추첨제’로 일반 아파트 청약보다 당첨될 확률이 그나마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의 청약 당첨 평균 점수는 2017년 44점에서 올해는 62점까지 올랐다. 3인 가족 기준으로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각각 15년을 넘어야 가능한 점수다.
여기에 올해 안에 분양을 받으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막판에 더 몰리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내년에는 정부의 고강도의 ‘대출 옥죄기’가 시작됨에 따라 “이거(주거용 오피스텔)라도 막차타자”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미 지난 7월부터 서울 등 규제지역 내 시가 6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해 왔는데 내년부터는 2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서도 DSR을 앞당겨 적용할 것으로 결정하면서 돈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비아파트에 대한 시장마저 과열되자 정부는 오피스텔 등에 대한 전매 제한 기준을 강화하자는 방안까지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 9억 비싸지 않나? 분상제 미적용·스타필드 ‘미래가치’ 반영된 탓 = “무슨 파주가 분양가가 9억입니까”, “아무리 스타필드가 들어온다고 해도 분양가가 10억 가까이 되는데 좀 비싸네요”, “스타필드가 들어간다 해도 위치에 비해 분양가가 너무 쎈 것 같아 망설여진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 일부 방문객들>
‘힐스테이트 더 운정’이 본격적인 청약 일정 이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나오는 우려 섞인 시각도 만만찮다.
주거용 오피스텔 최대 단점을 꼽으라면 단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한 비싼 분양가가 단 한 가지 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달 초 분양 일정을 진행했던 경기 과천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 전용 84㎡ 분양가는 15억~16억원에 형성됐다. 3.3㎡ 당 6000만원 수준이다.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분양가(3.3㎡당 5667만원)보다 비싼 가격이다. 이 오피스텔 전용 84㎡ 테라스형 분양가는 17억원, 펜트하우스는 22억원을 넘는다. 분당신도시 내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 인근에 들어서는 ‘라포르테 블랑 분당서현’ 오피스텔 전용 84㎡의 분양가는 15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분양을 진행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 오피스텔 전용 84㎡ 분양가는 9억1660만원이다. 오피스텔 분양 직전에 청약한 같은 단지 같은 면적 아파트 분양가(4억4034만~4억8867만원)보다 2배 이상 높다.
민간 공급 아파트는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 대비 저렴하게 분양가가 책정되지만, 오피스텔은 상한제를 적용 받지 않아 시행사·건설사 측에서 자유롭게 분양가를 정할 수 있다. 오피스텔 분양가가 아파트 분양가를 뛰어넘은 ‘가격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다.
이는 ‘힐스테이트 더 운정’이 들어서는 운정 신도시 사정도 마찬가지다. 올해 내 들어설 인근 아파트 분양가는 4~5억원대로 추정되지만 해당 오피스텔 가격은 이보다 2배 가까이 되는 가격 수준이다.
무엇보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의 비싼 분양가 배경에는 단지 내 조성될 대규모 쇼핑공간인 ‘스타필드 빌리지’를 꼽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신도시에 스타필드와 같은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오는 자리는 이미 시행사에서 비싼 가격에 땅을 매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우리(건설사)였어도 분양가를 비싸게 책정했을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분양가상한제 뿐 아니라 아파트값이 급등하는데다 계속되는 공급 부족으로 최근 거주 수요가 주거용 오피스텔로 몰리는 만큼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가 비싸다고 해도 예약이 다 꽉 찰 정도로 사람들은 많이 보러왔다는 것은 그 만큼 아파트로의 진입이 쉽지 않지만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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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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