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홍섭 구하다 COO 인터뷰 프리오더 권한 확보, B2B 명품 비즈니스 확장 하반기 바이어 전문 플랫폼 론칭·인재 채용도 내년도 프리오더 윤곽·마진 높아 바이어 선호 채널별 판매 데이터 기반 정확한 수요 예측도가품 이슈에 정품 증명서 인보이스 대응 가능
임홍섭 구하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달 24일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 명품 사업 진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전 제작단계, 즉 브랜드 발주부터 주문을 넣을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B2B 비즈니스 확장 토대가 마련됐다"고 했다.
구하다는 유럽 현지 명품 부티크와 직계약하고 자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실시간 연동 기술을 접목, 현지 부티크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합한 명품 직구 플랫폼이다. 론칭 2년 만에 유럽 현지 명품 브랜드의 판권을 가진 최상위 유통사(1차 벤더) 부티크 수를 40개까지 늘렸으며 최근 10여곳으로 추가 확보에 성공했다. 현재 직계약한 부티크는 국내 최다 수준이며, 주간 기준 30만개 이상 신상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매 시간 업데이트 되는 상품은 최대 2000여개에 달한다.
기존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B2B2C(Business to Business to Consumer·B2B와 B2C 결합시킨 상거래) 사업을 영위하다 지난 4월부터 B2B 영역까지 확대했다. 약 한 달 만에 GS샵, 현대H몰 등을 포함해 7곳과 계약을 맺으면서 사업 초반부터 순항 중이다.
임 COO는 "직계약 부티크 수 자체가 신뢰 지표로 읽히지만, 단순히 개수 증가만으로 B2B 사업을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며 "프리오더를 얼마나 받아올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척도"라고 짚었다.
현실적으로 매입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데다 그간 축적한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 예측이 가능해지면서 B2B 사업 확장에 대한 자신감이 붙였다. 그는 "기존 프리오더 규모가 10억원에 그쳤다면 100억~200억원 수준으로 받을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며 "구하다와 명품 사업 협업 니즈가 높은 바이어들이 있는 만큼 프리오더 물량을 함께 소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프리오더 시 수요 예측은 가장 신경 써야 할 사안이다. 이는 부티크와의 신뢰도 문제로 직결되기에 보수적이고 정확한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발주를 들어간다. 예를 들어 특정 브랜드를 결정하면 어떤 카테고리를 얼마만큼 주문할 지 큰 예산을 책정한 뒤 부티크 측에 미리 공유한다. 그 다음 정해진 프리오더 규모 내에서 B2B·B2B2C 등 사업별 판매 계획을 세부적으로 나누게 된다.
현재 내년도 프리오더 예산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상태다. 임 COO는 "다양한 채널에 명품을 판매하다 보니 채널마다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어디서 가장 많이 팔 수 있는지 등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 예측 분석이 이뤄진다"며 "내년 프리오더 종료 시 내후년도에는 프리오더 예산 규모를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B2B 사업에서 프리오더 조건이 매력적인 이유는 높은 마진율에 있다. 실제 20~30%의 마진을 남길 수 있기에 바이어들의 니즈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프리오더 권한을 갖는 구하다가 바이어 측에 프리오더 참여 기회를 제안하면서 명품 직구 어그리게이터(Aggregator) 역할을 해내는 셈이다.
구하다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하반기 B2B 전문 플랫폼 론칭 계획을 세우고 인력 채용도 한창이다.
임 COO는 "통상 영업 활동을 전개하면 바이어들이 상품 확인 뒤 매입하는 수순이었으나, 실시간으로 컨택할 수 있는 기업체 전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마찬가지로 기존 MD들이 B2B 영역까지 커버하고 있는 상황이며 체계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B2B만 전담하는 인력을 충원 중"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사세 확장은 부티크와 두터운 신뢰를 쌓아온 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구하다는 API 실시간 연동 시스템을 통해 크게 주목 받지 않는 명품 브랜드나 카테고리 물량까지 소화하면서 부티크로부터 바잉파워를 인정 받았다.
그는 "부티크 입장에선 인기 브랜드를 많이 팔아주는 것보다 비인기 재고 물량을 소진 시켜주는 업체를 훨씬 더 선호한다. 특정 업체가 아니어도 유명 브랜드는 부티크 자체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사업 확장을 계기로 부티크 재고 소화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경우, 부티크와의 관계는 돈독해지고 프리오더 역시 더 좋은 조건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바잉파워가 강력한 업체일수록 명품 직구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탄탄히 굳힌 신뢰도는 정가품 논란에도 해결사 역할을 한다. 먼저 부티크가 브랜드 본사를 통해 직접 명품을 매입하게 되면, 정식 수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인보이스(Invoice)를 확보하게 된다. 이 증명서를 병행업체가 요청할 경우, 부티크가 일부 정보를 제외하고 공개하는 것이 새니타이즈드 인보이스(Sanitized Invoice)다.
고객이 구매 상품을 가품이라고 의심하고 추가 확인을 요청하면, 상품 수입 신고가 완료된 후 세관에서 발급하는 증명서인 수입신고필증과 구하다 직계약 부티크가 브랜드 본사로부터 정식으로 상품 수입을 진행했다는 새니타이즈드 인보이스를 제공한다.
임 COO는 "현재까지 인보이스 요청 시 받지 못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인보이스 제공 여부 자체가 신뢰도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가품 이슈도 제로(0)"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구하다 사례가 아닌)인보이스 제공이 어려운 것은 직계약이 아니거나, 제공 의무가 없는 만큼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구하다는 각 부티크별 데이터 연동을 시작으로 발주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바이어들이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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