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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포드 배터리 논란 의구심 증폭···"중국산 LFP로 넘어가려는 의도"

산업 에너지·화학 흔들리는 韓美 배터리 동맹

포드 배터리 논란 의구심 증폭···"중국산 LFP로 넘어가려는 의도"

등록 2023.02.16 14:54

수정 2023.02.20 17:37

김현호

  기자

고객에 인도 안된 상태서 조사 않고 이례적 발표외신 "창고 보관 트럭 배터리 화재 때문" 콕 집어 전문가, SK온 문제 아닌 듯···"CATL 사용 명분 쌓기"

사진=홍연택 기자사진=홍연택 기자

SK온이 최대 고객사이자 협력사인 미국 포드자동차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걸까. 포드가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과 손을 잡고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빈틈을 파고든 데 이어 '배터리 결함'을 이유로 전기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 의구심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SK온의 기술 문제 보다는 중국산 배터리로 넘어가려는 포드가 당위성을 쌓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분석까지 내놨다.

현재 SK온은 흑자 전환과 더불어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2030년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밝히며 갈 길이 바쁘다. 이를 위해 대규모 자금 수혈과 수율(완성품 중 합격품 비율) 안정화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포드발 악재가 터진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인이 직접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SK온의 제작 결함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불량" 포드, 전기 픽업트럭 생산 중단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1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전과 비교해 7.46% 떨어졌다. 낙폭은 지난해 7월1일(-7.55%) 이후 230일 만에 가장 컸다. 개인이 148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 방어에 나섰으나 기관(-820억원)과 외국인(-780억원) 등이 잇따라 매도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자회사인 SK온에서 비롯됐다. 블룸버그 및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포드자동차는 지난주 초부터 미시간주 디어본에 위치한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Lightning)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해당 차량은 SK온 NCM9+ 배터리가 전량 탑재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배터리 화재 때문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엠마 버그 포드 대변인은 "차량 인도 전 품질 검사에서 잠재적인 문제가 발견됐다"고 했고 15일(현지시간) 외신에선 "창고에 보관된 트럭의 배터리 화재로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화재 원인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SK온 관계자는 "당사가 파악하기론 배터리의 원천적 기술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생산 오퍼레이션에서 발생한 문제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고 원인이 맞는지 등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F-150 라이트닝에 쓰이는 NCM9+ 배터리는 SK온이 단독 운영 중인 미 조지아주 1공장에서 양산되고 있다. NCM9은 양극재를 구성하는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의 약자로 SK온이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다. 니켈 비중이 약 90%에 달해 NCM 뒤에 숫자 '9'가 붙었다.

배터리는 니켈 비중이 높을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반면 화재 등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SK온은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을 지그재그(z) 모양으로 감싸는 Z-폴딩 기술로 양극과 음극을 분리해 화재 위험을 차단했다. SK온은 NCM9+는 NCM9과 비교해 셀 에너지 밀도를 670Wh/L부터 최대 710Wh/L까지 높였다고 밝혔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왼쪽)과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가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기공식에서 H빔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SK온 제공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왼쪽)과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가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기공식에서 H빔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SK온 제공

SK온 입장에선 고객사의 신뢰를 잃을 수 있는 배터리 결함 이슈는 뼈아픈 결과다. 더군다나 SK온과 포드는 미국에 합작공장을 짓기로 하며 끈끈한 관계를 구축했는데 최근 튀르키예 합작공장 설립은 무산됐고 CATL과 포드의 '배터리 합작동맹'까지 결성되면서 양사의 '파트너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SK온 문제로 단정 어려워" CATL로 가는 꼼수?
배터리는 생산부터 전기차에 탑재되기까지 '셀→모듈→팩' 과정을 거치는데 문제의 원인이 SK온이 셀을 모듈화하는 작업인지, 포드가 팩으로 패키징(포장)하는 작업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배터리 결함이 SK온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배터리 셀이 배터리 불량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고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례도 없었다"며 "다른 제작사에서 SK온 배터리를 문제 삼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면서 포드도 가격을 내려야 하는 입장인데 저렴한 CATL 배터리를 도입하기 위해 포드가 SK온을 배제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포드는 지난 2021년 전기차 등에 2025년까지 총 290억달러(약 32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며 미국 전기차 1위 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해 '타도 테슬라'를 외쳤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CATL과 손을 잡은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CATL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NCM 배터리보다 원가가 약 30% 저렴하기 때문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도 "이번 합작의 목표는 전기차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라며 "LFP는 가장 저렴한 배터리"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배터리 셀이 문제의 원인이라면 생산 과정에서 확인이 됐을 것"이라며 "배터리 팩을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불균형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이 인도되기 전에 발생한 사건을 조사도 하지 않고 서둘러 발표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CATL이 세계 1위 기업이긴 하지만 중국산이라는 거부감이 있어 SK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을 거론해 LFP 배터리로 넘어가려는 당위성을 찾기 위한 의도라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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