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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보톡스 균주 '7년 전쟁'···얻은 것과 잃은 것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NW리포트

보톡스 균주 '7년 전쟁'···얻은 것과 잃은 것

등록 2023.03.09 08:01

유수인

  기자

메디톡스, 대웅제약에 균주도용 의혹2016년부터 소송전···휴젤 등 확전 예고"산업 성장 저해" VS "지재권 보호 중요"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한국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업계는 '균주 출처' 문제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1호 보툴리눔 톡신 기업인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 균주 도용 의혹을 제기한지 7년이 흘렀음에도 결론이 나지 않고, 불똥이 휴젤 등 다른 업체들에게 까지 튀자 일각에서는 산업 전반의 분위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메디톡스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소송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균주 출처' 분쟁은 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시작된 '균주 출처' 분쟁, 메디톡스 美서 반쪽 승리
8일 보툴리눔 톡신 업계와 제약바이오 업계 등에 따르면, '균주 출처' 분쟁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상용화한 곳은 메디톡스는 당시 후발주자인 대웅제약(2014년 나보타 출시)과 휴젤(2010년 보툴렉스 출시)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밝히는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주름개선에 효과적인 보툴리눔 톡신은 생물학적 테러에 쓰일 수 있을 만큼 독성이 강해 전세계적으로 균주를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이 어디서, 어떻게 균주를 가져왔는지 의심된다는 게 메디톡스의 입장이었다.

회사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양규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를 통해 균주를 받았다. 지난 1978년 양 박사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연구소에서 '홀 A 하이퍼'라는 균주를 받아왔고, 그의 밑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던 정현호 메디톡스 창업자가 자연스럽게 균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보툴리눔 독소는 혈청학적 특성에 따라 A, B, C1, C2, C2, D, E, F, G의 혈청형으로 구분되며 현재 A형과 B형만 의약품으로 개발됐다. 현재 대부분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사용되는 독소는 'A형'이다. 메디톡스의 '메디톡신'도 A형 중 '홀 A 하이퍼'라는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 해당 균주는 미국 엘러간(현 애브비)도 가지고 있다. 이 기업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조격인 '보톡스'를 판매 중이다.

반면 휴젤과 대웅제약은 각각 부패한 통조림에서, 경기 용인시 토양에서 균을 채취했다고 주장했다.

보톡스 균주 '7년 전쟁'···얻은 것과 잃은 것 기사의 사진

그런데 이 과정에서 메디톡스 퇴사 직원이 대웅제약으로 이직한 정황이 포착되자 메디톡스는 이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전체 제조공정의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게 제공했다고 보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전체 염기서열 370만~380만 개 중 대웅제약이 공개한 독소와 관련한 1만 2912개의 염기서열이 모두 메디톡신과 일치한다며 균주 도용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웅제약은 보툴리눔균의 경우 모두 독소를 생성하기 때문에 이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개체마다 큰 차이가 없고, 균주의 출처가 달라도 독소 단백질의 염기서열이 일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균주 출처를 둘러싼 양사의 싸움은 2017년부터 본격화됐다. 메디톡스는 1월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하고, 10월 국내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6월에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지적 재산권 반환과 관련 소장을 접수했지만 소속부적합결정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후 나보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를 받은 2019년, 메디톡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균주와 제조공정 등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2020년 12월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도용을 인정하면서도 '보툴리눔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나보타의 미국 수입 금지 기간을 예비판결 10년에서 21개월로 줄였다. 수입금지 조치는 양사와 나보타의 미국 판권을 보유한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합의에 나서면서 미국 내 소송이 취하되고 수출도 재개됐다.

국내 형사소송의 경우 검찰이 지난해 2월 대웅제약의 혐의가 없다며 증거불충분 결정을 내렸다.


민사1심 메디톡스 '승'···대웅 '집행정지' 인용에 소송 장기화
그런데 최근 국내 민사 소송에서 이전 국내 형사 소송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자 보툴리눔 톡신 업계는 물론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어두워지고 있다. 양사간 법적 분쟁의 장기화가 산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부장판사 권오석)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 규모의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의 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400억원을 지급하고, 보툴리눔 균주도 넘겨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일부 균주를 활용해 만든 완제품을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대웅제약) 측은 균주를 분리했다고 주장하지만 계통분석 결과와 간접 증거 등에 비춰볼 때 원고(메디톡스)의 균주와 피고 대웅제약의 균주가 서로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대웅제약이 원고인 메디톡스 영업 비밀정보를 사용해 개발 기간을 3개월 단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메디톡스는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로 내려진 명확한 판단이라고 입장을 전했지만 대웅제약은 즉각 항소에 나섰고, 법원은 항소심 판결 선고시점까지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대웅제약은 서울고등법원에도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소송 결과 여파는 톡신 업계 전체로 퍼지고 있다. 대형 보툴리눔 톡신 기업간 싸움이 업계 전반으로 번질까봐서다. 현재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 사업을 하는 곳은 휴온스, 종근당, 파마리서치, 제테마 등 10여곳이 있는데, 이 중 메디톡스와 제테마만 균주 출처가 명확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휴젤을 상대로도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이 의심된다며 ITC에 제소했다.

또 메디톡스는 민사 1심 판결 직후 "판결을 토대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한다"며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확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휴젤과 휴온스바이오파마 등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소송은 자사와 무관한 분쟁이라며 선을 그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유전자서열 분석 결과를 통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유전적 특성과 생화학적 특성을 확보한 독자적인 균주라고 주장했다.

휴젤도 2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독자적인 연구 및 개발과정을 인정받았다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개발시점과 경위, 제조공정 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휴젤은 대웅제약과 달리 메디톡스 출신 직원이 내부에 재직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산업계 악영향 우려···'지적재산권 보호' 중요 목소리도
일각에선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의 다툼이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적재산권 보호 측면보다는 자존심 싸움에 치중돼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적재산권 보호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고 마땅하다"라면서도 "이것과 별개로 이전투구식의 분쟁 자체가 상당히 장기화됐다. 해당 기업체들의 실익을 떠나 전반적인 이미지를 놓고 보면 누구도 득이 될 게 없는 싸움이었다. 로펌 배만 불리는 분쟁 아니었나"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툴리눔 톡신 기업 두 곳이 싸움을 벌이는 동안 일부 기업들은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 등 해외에 제품들을 팔며 이익을 남기고 있다. ITC도 균주가 영업기밀이 아니라고 하는데 무엇이 더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소모적인 논쟁 덕에 다른 기업들이 돈을 벌고 있다. 오히려 국내 톡신 제제에 대한 불신만 높아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적재산권 보호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연에서 발생한 균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균주를 가지고 있는 것과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지적재산권에 가깝냐고 보면 개인적으로는 후자 쪽"이라며 "시스템이 없던 과거에 균주를 가져왔다고 해서 그 균주를 한 기업이 독점권을 가지고 사업할 수 있는지, 균주 자체가 보호할 만한 기업의 자산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업계는 인력 유동성이 많은 바이오산업에서 기술유출을 예방할 수 있는 법적 조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교류협력본부장은 "바이오산업은 '인력=기술'이다. 인력유출로 인한 '기술유출'에 대해 미국의 영업비밀보호(방어)법(DTSA)을 면밀히 살펴보고 한국에 알맞은, 또 산업에 알맞은 법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크로스보더 형태로 다국적 인력 유동성이 많은 바이오산업에서는 지식재산보호 뿐만 아니라 인력이동으로 인한 산업스파이 문제, 국부유출 등 다양한 분야로의 피해에 대한 예방‧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 측은 "이번 민사1심 판결이 지적재산권 탈취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큰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메디톡스는 K-바이오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전진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메디톡스 서울사무소메디톡스 서울사무소

한편, 메디톡스는 톡신과 필러 등 주력 사업의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액 1951억원, 영업이익 467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6%, 35% 증가한 실적이다. 다만 순이익은 376억원으로 전년 대비 60% 감소했다.

4분기만 보면 매출 523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도 201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30%를 넘는 31%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톡신과 필러 등 주력 사업의 높은 성장세가 견인했다. 전년대비 톡신 제제 매출은 해외와 국내 각각 99%, 26% 성장했으며, 필러 분야도 해외와 국내 각각 29%, 24% 성장했다. 특히, 작년 대량생산에 돌입한 코어톡스는 국내 점유율 확대에 기여하며 메디톡스의 새로운 주력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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