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종목 매도 물량, CFD 계좌 통해서 쏟아져절세 혜택 등 장점 덕에 최근 CFD 시장 급성장"감시 체계·정보 공개 시스템 강화 필요" 지적
하한가 종목의 숫자는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이번 연쇄 급락 사태에서 도화선 역할을 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 대한 근본적 해결 대책은 여전히 없어 비슷한 형태의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 코스닥시장에서 선광이 4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24일 하한가를 기록했던 8개 종목 중 세방만 전 거래일보다 3.5% 반등했을 뿐 나머지 종목은 모두 전 거래일 대비 하락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의 악화 배경으로 몇 가지를 꼽고 있지만 CFD 계좌의 특성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목했다.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 등 일부 종목의 물량이 CFD 계좌에서 집중적으로 쏟아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해당 상품의 단점이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웠다는 해석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손쉬운 빚투 창구'로 각광받던 CFD는 이번 사태로 주가조작 세력의 놀이터로 활용됐다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됐다. 투자자들의 손해가 극심하지만 이 상품이 정확히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감독·추적할 수 있는 규제 근거는 없다. 결국 규제의 허점이 화를 더욱 키운 셈이다.
레버리지성 장외파생상품인 CFD는 투자자가 최저 40% 이상의 증거금을 내고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매매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이 과정에서 생긴 차익은 투자자가 갖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갖는다. 증거금률은 투자 종목과 증권사에 따라 다르다.
CFD는 적은 증거금으로 최대 2.5배 레버리지의 수익률 투자가 가능하다. 만약 주당 5만원인 A 종목 5만주를 투자한다면 원래는 25억원이 필요하지만 CFD 계좌를 활용하면 10억원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 15억원은 계좌가 있는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리면 된다.
전문투자자는 실제 주식을 갖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하기에 공매도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2019년부터는 전문투자자 등록 요건의 완화로 이 시장이 급성장했다. 현재 CFD 거래를 지원하는 증권사는 13개 대형 증권사들이다.
CFD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등록 요건의 완화도 있지만 해당 상품이 갖고 있는 절세 혜택 때문도 있었다. 이 상품이 장외상품이기 때문에 양도세 부담이 직접 투자 시의 절반인 11%에 불과하다. 또 주식배당소득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거액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던 고액 자산가들이 세 부담도 피하고 적은 돈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창구로 CFD를 적극 이용했다. 2019년 말 8조3000억원에 불과하던 CFD 시장의 거래 규모는 지난 2021년 말 기준으로 무려 70조원을 넘어섰다.
적은 돈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도 높다. 손실이 나면 투자자가 낸 증거금 이상으로 돈을 갚아야 한다. 특히 적정 증거금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집행되고 CFD 거래는 청산되며 주가는 급락한다. 이번 사태가 이 사례에 속했다.
이처럼 단기간에 규모가 급성장한 초고위험 투자 상품임에도 금융당국이 CFD 상품을 실시간으로 감독할 수 있는 규제 근거는 없었다. CFD 상품은 외국계 증권사가 최종 거래 주문을 넣기 때문에 시장에서 외국인 거래로 분류된다. 이 경우 자본시장법상 지분 공시 의무가 없다. 따라서 누가 어떤 종목에 얼마를 투자했는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금융당국과 증권사 모두 해당 상품 자체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시각에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일부 종목의 이슈에서 촉발된 것일 뿐 CFD 상품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규제의 허점이 있다면 꼼꼼히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는 CFD를 비롯한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당국의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거래 증권사에 대한 표기 등 정확한 정보 공개 체계를 마련해서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