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못 할 것'이란 생각 말아달라···겁만 주는 것 아냐"성장률 하락 원인···IT·반도체 회복 지연, 중국 경제 회복 더뎌한국 사회 이미 저성장 국면···구조조정·이해당사자 협의 필요
또 한국 사회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개혁과 이해당사자 간의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저성장 국면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는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 총재는 25일 오전 금융통회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상당 기간 목표 수준(2%)를 상회할 것으로 보여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금통위의 결정은 만장일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통위원 6명 모두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3.75%로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면서 "소비자물가가 예상한 대로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결정 방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내 인하 가능성에 대해 우리나라 시장의 반응이 과도하다고 말했는데, 금통위원도 같은 의견"이라며 "기준금리를 3.00%포인트 인상한 상황에서 경제에 미친 영향을 지켜봐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금리를 조급하게 내릴 경우 금융불안정을 촉발할 위험이 없는지도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확실히 2% 수준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에 인하시기를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이전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퍼져 있다는 질문에 "'(한은이) 거짓으로 겁만 주고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면서 "호주 중앙은행이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올렸다"며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연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는 "소비자물가 중심으로 보자면 연내 3% 내외로 수렴하는 것은 지난달 대비 좀 더 명확해졌다"면서 "지난해 7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로 물가가 내려갈 것인데 3%에서 2%로 내려갈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이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된 것과 관련해서는 "IT‧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된 점, 중국 경제 회복 속도와 긍정적 파급효과가 생각보다 느린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IT섹터를 제외하면 1.4% 성장이 아닌 1.8% 성장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4% 성장률이 경제 파국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과도하다"면서 "선진국의 평균 성장률은 1.3% 수준이며 이같은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같이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미 우리나라가 장기 저 성장국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저출산, 고령화가 워낙 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가 더 문제가 되고 있지만 5~10년 안에 노후 빈곤 문제가 굉장히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는 게 아니라 이해당사자간 사회적 타협이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되다보니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교육개혁에 대해서는 "고3 때 평생의 전공을 정하는 게 말이 되냐"며 "대학에 가서 (두루 경험해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각 학과의 정원을 공급자가 정하고 있다"고 했다.
연금 개혁을 두고 "프랑스의 경우 갈등은 크지만 시작이라도 했다"며 "우리는 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예민한 문제니까 모수(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를 빼고 하자는데 그건 '하지 말자'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는 지점"이라고 비판했다. 저출생 문제에는 "이민이나 해외노동자를 어떻게 활용하고 임금체계를 어떻게 할거냐 논의를 해야 하는데 진척이 없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한국의 경쟁력은 서비스업에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덧붙였다. 그는 공항 편의점만 가보더라도 한국의 서비스업 경쟁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산업 국제화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태국과 싱가포르에 가 보면 지역 의료 허브가 다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돈 풀어서 해결하라' '금리 낮춰서 해결하라'고 하는데 재정과 통화정책은 단기적 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구조개혁에 달려있는데 이해당사자와 사회적 타협이 안 되는 걸 해결하지 못하고 재정·통화당국에 하라고 하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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