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중심으로 곳곳에서 신탁방식 도시정비 흥행공사비 증액보다 수수료 내는게 유리하다는 시각경쟁으로 인해 수수료 1%대까지 낮아지는 경우도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익아파트는 최근 한국토지신탁과의 예비 신탁사 선정 양해각서(MOU) 안건을 의결했다. 삼익아파트는 신탁사가 수수료를 받고 소유주로부터 재건축 대상 토지 소유권 3분의 1을 이전받아 자금조달 등 재건축 업무를 대신한다.
이로써 여의도 내 16개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중 신탁방식을 택한 곳은 7곳으로 늘었다. 시범·수정·광장(3~11동) 등 3곳은 한국자산신탁, 한양·공작 등 2곳은 KB부동산신탁, 삼익은 한국토지신탁, 은하는 하나자산신탁을 각각 신탁사로 선정했다.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조합을 설립하지 않고 신탁사를 시행사로 선정, 사업 초기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신탁사가 도맡아 하는 '신탁시행' 방식과 조합이 신탁사에 자금 관리 업무 등을 맡기는 '신탁대행' 방식이 있다.
이처럼 여의도에서 신탁 방식 재건축 사업이 활발해진 데는 공사비 증액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로 조합이 난항을 겪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통상 정비사업은 토지·주택 등 소유자들이 조합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는데, 조합은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각종 비리 등이 생기며 사업이 지연되는 문제점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우선 신탁방식은 자금조달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신탁사가 자금조달을 책임진다. 자체 자금이나 신용 등으로 정비사업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다. 신탁사가 재건축에 필요한 제반 업무를 대행할 뿐 조합은 유지된다. 대출금리 경쟁력도 신탁사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일부 단지에선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가 이주비 대출이나 중도금 대출금리를 낮게 책정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탁 방식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던 높은 수수료가 다소 조정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탁사가 조합에서 받는 수수료는 한때 총 분양수익의 2~4%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1~2% 선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최근엔 시공사들의 공사비 증액 요구가 커지면서 '공사비를 올려주느니 신탁사에 수수료를 내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이유에 목동에서도 최근 신탁 방식의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 늘고 있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14단지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 3월 KB부동산신탁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어 5월에는 목동9단지아파트가 한국자산신탁을 재건축사업 우선협상대상 예비신탁사로 선정했다.
사업초기만 해도 신탁방식 재건축에 관심을 두는 조합이 적었으나 이제는 가로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부터 목동 신시가지단지 등 대형 정비사업장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공사비 갈등이 증폭되면서 신탁사를 선호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실제 신탁 방식의 재건축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6년 관련 법 개정으로 신탁방식의 도시정비사업이 허용된 이후 누적 수주금액이 50조원에 육박한다. 올해 5월까지 누적수주 금액은 47조원(161건)으로 현 추세라면 올해 안에 50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탁 방식의 장점으로 꼽히는 사업 기간 단축, 저렴한 조달 금리 등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금처럼 공사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신탁 방식은 사업 연기·중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면서 "다만 여의도 등 사업 규모가 큰 일부 단지에선 1~2%대의 신탁 수수료도 조합원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사업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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