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독립 운영···"내년 매출 업계 2위"파운드리 존재감 없으나···차세대 EUV 먼저 확보"고객들에 빠른 솔루션 의문···당장 위협은 아냐"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인텔이 내부정리에 나섰다. 파운드리를 별도 사업부로 독립시키고 자체 칩 생산 물량을 몰아줘 업계 2위로 발돋움하겠다는 계산이다. 세계 2위 파운드리 사업자인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한 행보다.
인텔은 이를 1968년 창립 이래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파운드리가 회사의 명운을 결정짓는 사업이라는 얘기다. 현재 인텔은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 삼성전자보다 앞선 나노 기술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입장에선 껄끄러운 상황이기는 하나 당장의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3일 인텔 코리아에 따르면 인텔은 전날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웹 세미나를 개최해 '내부 파운드리'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이언트, 데이터 센터 등 각 사업부의 제조부문을 하나로 모아 내년 1분기부터 별도의 사업부로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인텔은 내부 파운드리 모델로 내년 제조 매출이 2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해 두 번째로 큰 파운드리 기업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인텔의 자신감은 주력 제품인 중앙처리장치(CPU)에 있다. 자체 설계한 CPU를 인텔에서 파운드리 하게 되면 독립 사업부의 매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자체 설계한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를 삼성이 파운드리 하면 삼성 파운드리 매출로 연결되는 식이다. 현재 전 세계 CPU 시장에서의 인텔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는 기업이다.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 순위에서 인텔은 상위 10개 업체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인수한 타워 세미컨덕터가 3억5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7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으나 시장 점유율은 1.3%에 그친다. 하지만 인텔의 설명대로 내년부터 별도의 사업부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200억 달러가 넘는다면 이는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은 208억 달러(옴디아 집계)로 조사됐다.
인텔의 파운드리 야심은 매출뿐만 아니라 선단 공정에서도 경쟁사를 뛰어넘겠다는 각오다. 인텔은 1.8나노(1나노=10억분의 1m) 수준의 18A(옹스트롬) 공정 기반 제품을 오는 2025년 공개하기로 했다. 같은 해 2나노 도입을 예고한 삼성전자와 TSMC의 미세공정 로드맵보다 앞선 셈이다.
반도체 회로는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은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져 생산 효율이 올라간다. 선폭을 좁히는 핵심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극자외선(EUV)이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인텔은 EUV 장비를 한 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 TSMC는 100대 내외를, 삼성전자는 약 20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텔은 ASML의 차세대 장비를 경쟁사보다 먼저 계약하며 시장 판도를 뒤집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하이NA(High-NA) EUV를 확보하면서다. 하이NA EUV는 기존 장비를 넘어선 차세대 제품으로 렌즈 개구수(NA)를 일반 EUV 장비의 0.33에서 0.55로 끌어올려 더 정밀한 공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설명이다. 이럴 경우 그려낼 수 있는 선폭을 0.6배 축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해당 장비를 18A 공정부터 활용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공격적인 행보가 삼성전자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당장의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TSMC는 파운드리에 특화된 기업이나 삼성전자와 인텔은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어 다른 입장"이라며 "그동안 경쟁사 일감을 어떻게 확보하는지가 삼성 파운드리의 약점으로 지적돼 왔기에 인텔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 팀장은 "TSMC가 1위를 할 수 있던 원동력은 그간 파운드리에서 축적해온 노하우와 경험, 정보 등이었다"며 "인텔이 시간과 경험을 빠르게 축적해 TSMC처럼 고객들에 즉각적인 솔루션을 제공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TSMC만 생각해서 전략을 짜던 삼성전자는 경쟁사가 늘어 껄끄러운 상황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당장의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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